오는 16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별세한 지 100일이 된다. 최초 3선 서울시장이자 여권 유력 대선후보로서 추진했던 야심찬 프로젝트들도 동력에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는 강력한 리더십 부재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 속에 '박원순표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많은 정책이 있지만 그중 우선 4개 정책을 꼽아 최근까지 진척 상황과 과제 등을 살펴본다. 1회 광화문광장에 이어 2회는 제로페이를 다룬다. <편집자주>
카드 가맹점수 절반 수준 따라와…코로나 사태로 '반사이익'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목표로 출시된 '제로페이'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 정책 중 하나다.
2018년 말 서울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뒤 기존 신용카드, 민간 간편결제 강자들 사이에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관제페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러나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각종 재난지원금이 제로페이로도 지급되면서 가맹점이 대폭 늘어 향후 성장의 기반이 될지 주목된다.
◆5달 만에 가맹점 40% 급증…재난지원금 특수?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제로페이 가맹점은 올 2월 말 17만8000여 곳에서 7월 말 25만여 곳으로 약 40% 급증했다.
이는 서울시 및 국가 재난지원금 일부가 제로페이로 지급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용기한이 정해진 지원금이 풀리면서 손님 확보를 위해 가맹점 가입이 늘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3월 말부터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30만~50만 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했다. 지급방식은 선불카드와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이 가운데 서울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정부는 5월 초부터 전 국민에게 가구당 40만~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용·체크카드와 선불카드, 지역상품권 등 방식으로 지급했다. 서울시민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수령할 경우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먼저 시작됐고, 일주일 뒤 선불카드·서울사랑상품권 신청을 받았다"며 "대다수 시민들이 첫 주에 신청했고, 그 뒤 서울사랑상품권 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제로페이 가맹점 확대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는 올해 제로페이와 연계해 서울사랑상품권 발행을 시작하면서 가맹점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올 초 처음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모바일 상품권 형태로 자치구별로 발행해 해당 자치구의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15%의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입소문이 나 자치구별로 추가 발행도 이어졌다. 또 서울 재난긴급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받을 경우 지급액의 10%를 추가로 적립해주기도 했다.
◆박원순 3선 공약이었지만 초반 고전
제로페이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박 시장의 3선 공약이었다.
박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목표로 공약을 설계했고, 같은 해 6월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뒤 '서울페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추진에 들어갔다.
이후 정부에서 이 정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명칭이 '제로페이'로 결정됐고, 같은 해 12월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제로페이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정책 확대를 위해 각종 소상공인 단체, 타 지자체와 협력을 이어갔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소상공인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시민들에게 사용을 권유했다. 박 시장의 '대권페이'라는 말까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가맹점 및 결재액 확대 속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지난해 전국 제로페이 결제액은 767억 원에 그쳐, 같은 기간 신용·체크카드 결제액 856조 원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기존 신용카드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굳이 결제방식을 바꾸는 수고를 감수할 만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간 결제 시장에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한 것이라는 '관제페이'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신용카드도 정착되기까지 20년 걸렸다"며 제로페이의 성공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고, 꾸준히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반기 전략은 '제로배달 유니온'
올 들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에 힘입어 가맹점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성장기반은 갖춰진 상황이다.
가맹 확대에 따라 서울 시내 신용카드 가맹점수 대비 제로페이 가맹점수 비율도 올 2월 말 1/3 수준에서 이제는 절반 가까이로 올라왔다. 이런 성과 덕분에 서울시의 담당조직인 제로페이담당관은 6월 내부평가에서 우수부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가맹점 30만개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는 최근 발표한 '제로배달 유니온'에 집중할 계획이다.
제로배달 유니온은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배달 플랫폼 및 관련 기관, 소상공인 단체의 연합체다. 10개 배달 플랫폼과 함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뜻을 모았다.
여기에 참여하는 배달 플랫폼 업체는 제로페이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한다. 이 업체들과 가맹계약을 맺은 소상공인 업체는 2% 이하의 배달 중개수수료로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배달 플랫폼사 광고료, 수수료 등을 합치면 가맹점의 부담이 6~12%인데 이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시는 이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가맹점 확보를 돕기 위해 제로페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홍보와 함께 가맹 가입 등 지원을 실시한다. 제로배달 유니온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제로페이 가맹점도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목적이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자생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라며 "독과점 시장에서 어려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배달업체들과 소상공인 업체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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