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시설관리원 8년 만에…"삶의 터전에서 쟁의행위 정당"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파업 중인 파견 노동자들이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집회를 열었더라도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방해·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5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은 한국수자원공사 시설관리 용역업체 노조원이다. 2012년 6월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도 깨지자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당시 3차례에 걸쳐 집회 신고 장소가 아닌 원청업체 한국수자원공사 본사 안에서 집회를 열어 회사 업무를 방해하고 퇴거하라는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측이 투입한 대체인력 5명이 처리한 쓰레기를 다시 버리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노조위원장인 A씨에게 벌금 300만원, 나머지 노조원에게는 각각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원고용주가 아닌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에서 연 집회를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체인력에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등 폭력적 행위를 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피고인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파견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폭력을 행사하는 등 사업주의 본질적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어느정도 업무 저해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봤다. 당시 이들이 벌인 집회는 1~3시간 정도였고 방식도 일반적인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A씨 등 수자원공사에 파견된 노동자 대부분이 하청업체가 바뀌어도 신규 업체로 고용승계되면서 같은 업무를 담당해왔고 수자원공사가 근로조건과 업무수행에 영향력을 가진 점도 고려했다. 하청업체는 별도 사업장이 없고 단체협상도 수자원공사 본사에서 진행했다는 점 등도 이들의 집회가 정당한 쟁위행위라는 판단 근거였다.
대체인력의 청소를 방해한 행위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가 파업이 시작된 후에 대체인력을 고용했고 파업이 끝나자 곧바로 고용관계가 종료됐다는 점에서 불법행위가 분명하다고 봤다.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행위에 대한 실력행사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파견노동자들은 근무 장소이자 삶의 터전인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일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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