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연구관 발령에 환영·우려 교차…첫 걸음에 '눈길'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도가니 검사', '내부 고발자', '항명검사', '소신파'.
최근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 나 또 한번 주목받은 임은정 연구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며 내부 비판을 꾸준히 해온 그가 감찰직을 맡게 되자 서초동에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적재적소'라는 환영, '원포인트' 인사에 대한 비판, 감찰 공정성 논란까지, 앞으로 감찰부에서 다룰 사안마다 이어질 논란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반응들이었다.
과연 부임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고발장이 날아들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감찰해달라는 것인데, 수신자를 '한동수 감찰부장, 임은정 감찰담당관'으로 특정한 것이 이례적이다. 고발인인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고발자의 모태 임은정 감찰관이 김상조를 1초도 수사 안 한 부패검사들을 엄히 수사해 기소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적었다.
임 연구관이 '내부고발자의 모태'로 불리는 건 실제로 검찰의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공개적인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를 공론화하고 과거 자신의 성폭력 피해도 폭로했다.
진경준 검사장 뇌물수수 사건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땅 거래 의혹으로 검찰 내부가 술렁일 때는 검찰 내부망에 "권력을 좇는 부나방들이 금력 역시 좇는 것은 당연한 속성이다. 상급자 명령에 조폭식으로 복종하는 자들이 하급자에게 조폭식 갑질을 하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후 부장검사의 폭언에 시달렸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검찰 간부들을 비판하는 글도 올렸다.
임 연구관은 내부 비판에 나서기 훨씬 전인 2009년 영화 '도가니' 사건의 실제 검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가 흥행하자 임 연구관은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내가 할 일을 해야겠지"라는 재판 당시 일기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항명검사'라는 별명이 붙게 된 건 2012년 9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박형규 목사의 긴급조치위반 사건 재심 재판에서 '백지 구형'이 아닌 무죄를 구형하면서다. 검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백지 구형을 하던 관행을 임 부장검사가 깬 것이다. 이후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 사건 과거사 재심에서도 부장검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후 징계 취소 소송을 내 최종 승소했다.
"저는 무죄판결을 받았을 뿐 저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문책과 사과를 원합니다." 승소 확정 후 괜찮냐고 묻는 상급자에게 그가 했다는 답변이다. 고소장을 위조한 검사를 징계하지 않는다며 그가 검찰 수뇌부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내리자 항고, 재항고 등 불복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임 연구관이 최근 3년간 정기인사 때마다 감찰직을 희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검찰이 스스로 성역을 만들어 내부 일탈이나 부조리에 침묵하고 방관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대검 감찰부가 조사 중인 '한명숙 사건'에 임 연구관이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고 한만호 씨 수감 동료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윤석열 총장이 이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 배당하자 한동수 감찰부장은 감찰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부 조사를 지시하면서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투트랙 조사가 진행됐다. 임 연구관은 당시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관련 진정서 배당 논란을 보며, 배당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가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온 국민이 깨닫게 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감찰 사건에 임 연구관이 투입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 고발장에 '임은정 연구관 앞'이 붙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인 동시에 감찰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잠은 검찰을 깨우는 파수꾼이 되고 싶었는데, 동료들의 발에 차이는 성가신 소리로 몇 년을 지낸 후 한계를 통감했다…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겠나. 기왕 작심한 일이니 이어달리기 내 구간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가봐야지.' 임 연구관이 한 언론사 기고에서 했던 다짐이다. 임 연구관이 감찰부를 떠나는 날 '파수꾼'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될 수 있을까. 그의 첫 걸음에 이목이 쏠린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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