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유신 반대 운동 정신적 지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1970년대 유신 반대 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 지학순(1921~1993) 주교가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내란선동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그대로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7일 46년 만에 열린 지 주교의 재심에서 긴급조치 위반혐의에 무죄, 내란선동·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를 놓고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1·2·4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내란선동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지금 실체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양형만 조정했다. 지 주교 측은 모든 혐의에 실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재심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잇달아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이뤄졌다. 긴급조치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중지시킬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1974년 1월 1호를 시작으로 9호까지 발령됐다.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피해자 6명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긴급조치 1호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긴급조치는 법률이 아니라 명령·규칙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위헌 판단을 할 수 있다고 근거를 밝혔다.
2013년에는 헌법재판소도 긴급조치 1·2·9호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18년 3월 지학순 주교 사건 재심을 청구해 지난 5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나왔다.
1921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지 주교는 1950년 북한을 탈출하다 체포돼 황해도 해주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월남 후 6.25 전쟁에 참전했고 1952년 12월 15일 피난지인 부산 대청동 성당에서 서울대교구 노기남 대주교에게 사제서품을 받았다.
1965년 원주교구가 서울대교구에서 분리되면서 초대 천주교 원주교구장을 지냈다.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위원회 이사장을 맡은 1971년 ‘사회정의 구현과 부정부패 규탄대회’라는 이름의 한국 가톨릭 최초 반정부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후에도 유신정권 비판에 앞장섰으며 1974년 아시아주교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다 김포공항에서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김지하 시인 등이 참여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의 배후로 몰렸으나 당시 김수환 추기경 등의 구명으로 석방됐다.
석방 후에도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군법회의에서 내란선동과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국내 가톨릭, 로마 교황청 등의 석방 운동으로 6개월 만에 풀려났다.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해 35년 만에 동생을 만났으며 한국인 천주교 사제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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