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조 후보자과 대담회 추진…끝내 불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 씨의 입시 부정 논란에 청년들이 "조씨와 우리의 출발점은 다르다"고 성토했다. 청년 노동자 공동체 '청년전태일'은 조씨 논란으로 이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들과 조 후보와의 공개대담 자리를 마련했으나 조 후보는 불참했다.
청년들은 3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청년전태일이 주퇴한 '조국 후보에게 이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2030 청년들과 조국 후보와의 공개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최 단체 청년전태일은 29일 청와대 앞에서 조 후보자에게 이날 공개대담에 참석할 것을 제안하고, 등기우편을 전하기도 했다. 30일 거듭 제안하자 조 후보자 측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씨 논란과 관련해 조 후보자의 모교 서울대학교, 조씨의 모교 고려대학교 등에서 유사한 취지의 집회가 수 차례 열렸지만 이날 대담회는 그간 집회와 결이 달랐다. '구의역 김군' 동료 정주영(24) 씨와 추락사한 용역 노동자 고 김태규 군 누나 김도연(30) 씨 등 산업현장에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청년,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해 고졸 취업자로 살아가는 20세 여성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는 청년이 모였다. 조씨처럼 서울 소재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이지만 비싼 등록금으로 대출까지 받아야 했던 문일평(30) 씨도 자리했다.
이날 대담회 1부는 사전에 신청한 청년들의 자유발언이 있었다. 특성화고 졸업생 A(20)씨는 "중학교 때 일찍 기술을 배워 사회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에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졸업 후 취업에 성공했지만 회사에서 고졸이란 이유로 차별당했다"며 "제가 작은 실수를 하면 '유치원생 수준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비하하는가 하면, 저를 부를 때 'XX상고, XX공고'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뒀다. 누군가는 반짝반짝 빛날 스무 살에 '지금이라도 대학을 가야하나'는 근심이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했다는 곽찬호(25) 씨는 "제 아버지께서 스크린도어 설치하는 일을 하시다 위암 판정을 받으셨다. 어머니 역시 몸이 편찮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5년 째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며 "저 역시 피부질환 때문에 밀가루를 먹으면 안되지만,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컵라면과 삼각김밥이라 이걸로 끼니를 연명 중이다. 대학과 건강식조차 사치인 제게 조씨가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무대 바로 앞에 마련된 조 후보자를 위한 자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중 목숨을 잃은 청년의 유족도 자리했다.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김태규(향년 26세) 씨 누나 도연 씨는 "제 동생은 삼성전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퇴사했고, 그 사이 제 밥벌이라도 하겠다며 나선 건설현장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중에 작은 커피숍 하나 갖는게 꿈이었던 소박한 청년이었다"며 "한국은 돈만 많으면 살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조 후보자 논란을 통해 오로지 돈이면 다 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구의역 김군' 동료 주영 씨도 참석해 "우리는 스크린도어에 묻은 침까지 닦고, 정규직 직원에게 '어이, 하청!'이라고 불리는 등 온갖 갑질 속에서 살고 있다"며 "부자 부모 만나서 '엘리트 인생'이 앞에 깔린 조씨와 우리도 똑같은 청년인데 출발선이 다르다"고 했다.
이날 대담회에는 조씨처럼 외국어고를 졸업한 청년도 함께했다. 조씨와 비슷한 시기에 대입을 치렀다는 일평 씨는 "외고생이면 다들 조씨처럼 '정보'가 많겠다는 댓글을 봤는데 저같은 외고생은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400만 원을 웃도는 등록금에 학원비까지 감당하기 위해 어머니께서 대출까지 받으셨다"면서 "조씨가 참여한 인턴십 역시 소수의 학부형이 진행한 것이다. 저는 그런 게 있었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딸의 입시에 어떤 불법도 없었다고 하는데 그게 더 화가 난다"며 "기회가 균등하지 못한데 불법이 아니라고 넘어갈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성경 청년민중당 대표는 "조 후보자는 이번에 촉발된 청년들의 분노를 직시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해결할지 답해야 한다"고 했다.
2부는 청년들과 조 후보자의 질의응답이 있을 예정이었다. 오후 2시를 넘겨도 조 후보자를 위해 마련된 의자에는 그 누구도 앉지 않았다. 애초 오후 3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대담은 조 후보자의 불참으로 약 1시간 앞당겨 마무리됐다. 청년전태일 측은 "오늘 조 후보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2030 청년의 이야기를 시민들과 조 후보자에게 꼭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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