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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박소연에게 묻고 싶은 말, '라이카와 다른가요?'

  • 사회 | 2019-01-15 05:00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비밀리에 수백 마리를 안락사 시켰다는 직원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한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토리'를 안고 있는 박 대표. /김세정 기자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비밀리에 수백 마리를 안락사 시켰다는 직원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한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토리'를 안고 있는 박 대표. /김세정 기자

우주로 떠났던 스푸트니크 2호 '라이카'의 죽음과 안락사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라이카는 어땠을까? 사람들이 우주선에 자기를 태웠을 때, 내가 봤을 땐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어. 걘 먹이통이 비워질 때까지 우주를 뱅글뱅글 돌아다녔지. 그리곤 굶어 죽었지. 거기에 비하면, 나는 괜찮아….'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에서 12살 소년 잉게말은 '라이카'와 자신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 보고 싶은 엄마, 그리고 외로움을 느낄 때 라이카를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는다.

라이카(개, 犬)는 냉전시대였던 1957년 11월 3일 구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대기권 밖으로 나간 최초의 동물로 기록됐다. 인간의 기록일 뿐, 라이카는 그 의미도 모른다. 라이카는 잉게말 말처럼 굶어 죽었을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우주 전쟁의 희생양이었을 뿐이다.

라이카는 떠돌이 개였다. 그러다 우주선에 태워지기 위해 3년의 훈련을 받았고, 돌아오지 못할 우주선에 태워졌다. 당시 기술로는 지구로 귀환 할 수 없었다. 라이카는 우주선 안의 일주일치 식량을 먹다 안락사하는 계획이었다.

루마니아에서 발행된 '라이카' 기념 우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루마니아에서 발행된 '라이카' 기념 우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소련은 라이카가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거짓이었다. 1999년 러시아의 연구소 박사는 라이카의 마지막을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라이카는 발사 직후 심장박동이 세 배 이상 빨라졌고,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다섯 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 전 라이카는 우주로 나간 최초의 동물로 포장됐다. 떠돌이 개에서 최초의 우주로 나간 개 라이카. 결국 자신을 구해준 인간에 의해 공포를 느끼며 죽음을 맞이했다.

13일 라이카의 진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던 내용과 견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구출한 수백 마리의 유기견을 비밀리에 안락사시켰다는 내용이다. 애견인은 물론 국민도 큰 충격에 빠졌다.

박 대표는 지난 2017년 5월, 대선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기견 '토리'의 입양을 추진하면서 유명해졌다. '토리'는 문 대통령에게 입양됐고, 유기견 최초 퍼스트 도그가 됐다. 이후 박 대표는 동물권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렸고, 누구보다 유기견 구출에 앞장서며 '천사'로까지 불렸다.

지난해 7월 17일 '2018 초복:토리 인형 전시회 I'm Not Food'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토리'를 박 대표가 안고 있다. /김세정 기자
지난해 7월 17일 '2018 초복:토리 인형 전시회 I'm Not Food'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토리'를 박 대표가 안고 있다. /김세정 기자

그랬던 박 대표가 비밀리에 안락사를 시켰다는 내부 직원의 폭로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된 내용을 반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해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내용에 따라 논란은 더 커지거나 공감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토리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꼭 해주었으면 하는 것도 있다. 유기견, 잡종 등 편견을 없앴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꼭 동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 등을 토리를 통해서 사회적 해소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명시했으면 좋겠다."

지난 2017년 5월 24일 필자가 박 대표와 '토리' 입양에 대해 통화했던 내용이다. 토리를 통해 사회의 차별과 편견 해소까지 바랐던 그의 말에 따뜻함까지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현재 마주한 박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1957년 소련이 라이카의 죽음을 발표했던 것과 묘하게 교차한다.

박 대표가 유기동물을 구하고 동물권을 주장한 바탕은 선(善)한 의지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라이카는 우주 전쟁이라는 냉전 시대에 인간의 욕심으로 희생됐다. 박 대표도 유명해지며 자신의 범위를 넘어선 욕심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박 대표에게 묻고 싶다. 라이카 사건과 다른가요?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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