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종헌 전 차장 조사 통해 '윗선' 수사에 박차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을 연일 소환하며 '윗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6일 오후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전날 19시간 밤샘 조사를 마치고 돌려보낸 지 9시간 만이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어떤 부분 소명 예정인가', '윗선의 지시 없었다고 판단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취재진이 그에게 녹음기·마이크 등을 내밀며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이에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임 전 차장은 양팔을 뻗어 취재진을 밀쳐낸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임 전 차장은 앞서 15일 오전 9시 30분 검찰에 출석할 당시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 앞에서 "오해가 있는 부분을 적극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판사사찰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기억은 있지만, 연구관·심의관들이 알아서 만들어 온 것이라 발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향해 한걸음 더?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여러 법관을 비공개 조사하는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지난해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며 대법원 실무를 총괄한 인물로, 이번 수사의 '키맨'으로 불려왔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재판 거래·판사 사찰·행정처 비자금·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등 다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혐의가 행정처 차장 선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닌 만큼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 조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임 전 차장의 진술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밝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에게 물어볼 것이 많아 한두 차례 조사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불러 각종 의혹을 캐묻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정치권 "진상 규명 향한 '진짜 출발'…그러나 속단은 금물"
정치권에서도 검찰이 이번 조사를 통해 사법농단 진상 규명에 진척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5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임종헌 전 차장의 소환이 뒤늦은 사법농단 수사의 진정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양승태 사법농단 공장의 실무 책임자로서, 주문받은 재판을 조율하고 맞춤형 판결을 생산해낸 그의 책임은 작지 않다. 사법부의 신뢰도를 바닥에 떨어뜨린 이들의 행각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며 "양승태 대법원은 청와대의 비위를 맞추면서 재판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대가를 챙기면서 기득권을 굳히는데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도범은 물건을 훔친 죄를 지었지만, 사법농단 판사들은 대한민국 정의를 훔친 중대범죄인이다"며 "불법행위를 법으로 단죄해야 할 이들이 불법에 가담해, 판결은 공정성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임 전 차장을 통한 '윗선'의 꼬리자르기는 어렵다고 봤다. 백 의원은 지난 9일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이미 검찰에서도 지금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뭐 의견이 통일됐다"며 "법원 쪽에서도 이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백 의원은 검찰 수사 이후의 일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구속까지 이를 정도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 또 구속이 된다 한들 법원에 가서 재판 과정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부분들은 남는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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