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미신고 구조물 이행강제금 부과…法 "이행강제금 효력, '도달' 시점으로 봐야"
[더팩트 | 김소희 기자] 톱스타 부부가 강남구청이 자신이 소유한 220억 원대 건축물에 부과한 수천만 원대의 이행강제금이 부당하다며 낸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이들에게 부과된 이행강제금 발효 시점을 '처분' 시점이 아닌 '도달' 시기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14일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톱스타 부부 A·B 씨와 강남구청 간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는 A씨 부부가 서울시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2016년 2월 강남구청은 A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지상 5층 건물 지하층 69㎡ 부분에 미신고 복층구조물이 설치돼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강남구청은 같은 달 22일 A씨 측에 한달 뒤인 3월 22일까지 해당 구조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강남구청의 명령에도 A씨 측은 철거를 이행하지 않았고, 강남구청은 같은 해 5월 2일, 해당 구조물을 25일까지 철거하라고 다시 명령했다. 동시에 이행강제금 부과도 예고했다.
2차 명령에도 A씨 건물에 설치된 미신고 복층구조물이 철거되지 않자, 강남구청은 같은 달 26일 건축법 제80조 제1항 제1호에 의거, 건물 소유주인 A씨 측에 이행강제금 2778만 3740원(㎡당 건물과세시가표준액 80만5320원 X 0.5 X 위반면적 69㎡)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부과 및 시정촉구' 처분서를 작성한 강남구청은 내부결재까지 끝냈다.
내부결재가 완료된 해당 처분서는 같은 달 27일 시행돼 강남구청 건축과 내부 우편함에 넣어졌다. 그리고 해당 처분서는 30일 강남구청 우편물 총괄담당자에게 인계됐고, 우편물 총괄담당자는 당일 우체국 직원에게 인계해 발송했다. L씨 측에 해당 처분서가 도달한 시기는 6월 1일이었다.
A씨 측과 강남구청의 갈등은 해당 건물의 미신고 구조물을 5월 29일 철거(원상복구)하면서 빚어졌다. 당시 해당 처분서는 미신고 구조물이 철거되기 전인 5월 26일 내부결재가 끝났고, 27일 발송을 위해 강남구청 내부 우편함에 넣어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A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처분통지서를 수령하기 전 이미 해당 구조물을 철거한 이상 강남구청은 A씨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시정명령의 불이행이라는 과거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장래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행정상의 간접 강제수단에 해당된다는 게 L씨 측 주장의 근거였다. 즉, 처분서의 효력이 행정기관이 '처분'을 결정한 시점이 아닌 A씨에게 '도달'한 시점으로 봐야한다는 이야기였다.
1심은 강남구청 손을 들어줬다. 미신고 구조물 철거 이전에 행정처분이 이뤄졌기 때문에 강남구청의 A씨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는 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1심은 "행정처분의 위법성 판단 여부는 행정처분이 내려진 때"라며 "A씨 측이 처분통지서를 수령하기 전 해당 구조물을 철거했더라도 행정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건축법 제80조 제1항 제1호, 건축법 시행령 제115조의3 제1항 제4호, 지방세법 제4조 제1,2항, 서울특별시 부동산 시가표준액표를 근거로 이행강제금은 1160만여 원{(㎡당 건물과세시가표준액 805,302원 X 0.6) X 0.5 X 위반면적 69㎡ X 0.7}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2심은 이행강제금 부과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행정처분서가 5월 26일 내부결재를 마쳐 강남구청 건축과 내부 우편함에 넣어졌더라도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되지 않은 이상 행정처분이 외부적으로 성립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측이 구조물을 철거한 29일 이후 처분서의 효력이 생겼다"며 이행강제금 2778만 3740원 부과처분 자체를 취소했다.
2심은 또 '강남구청이 A씨 측이 처분서가 송달된 6월 1일까지, 미신고 구조물을 철거했다는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이행강제금은 일정한 기한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금전적 부담을 과할 뜻을 미리 계고하는 행정상 간접적 강제집행수단"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A씨 건물 관리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세입자가 처음 들어올 때 용도 변경을 했다면 대표님(A씨)이 못하게 했을 것"이라며 "세입자가 인테리어를 한다고 하고 미신고 구조물을 설치해 파악하지 못했다. A씨 부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유명 연예인 부부가 행정기관을 상대로 승소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행정처분(이행강제금) 효력 발생 시기를 처분 결정 시점이 아닌 '도달' 시점으로 판단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승백' 대표 유승백 변호사는 "이행강제금과 관련된 소송은 미신고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등의 이행의무를 부담하라는 처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액이 부당하다거나 이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이어 "이행강제금은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아닌, 장래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간접적인 강제수단이다. 즉 철거와 같은 의무이행이 목적"이라며 "이행강제금 처분서가 도달되어 확인하기 전에 미신고 건축물을 철거한 원고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는 건 이중적인 행정이 될 수 있다. 고등법원 판례가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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