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소희 기자] "월,수,금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할 분 찾습니다."
취업준비생 이진솔(29) 씨는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 공고를 살피던 중 해당 문구를 발견했다. 이 씨는 취업 스터디와 토익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필요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해당 채용 공고에 따르면 근로자는 '주 3회, 4시간 30분씩, 총 13시간 30분' 근무할 수 있다. 평일 주 5일 근무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원한 이 씨는 해당 영업점에 전화를 걸어 해당 공고에 대해 문의했지만, "그렇게 오래 일할 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업주들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3일 <더팩트> 확인 결과,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사이트에 주 3일에 하루 4시간 일할 근로자를 모집하는 채용공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주일 총 근무시간을 계산하면 12~14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를 찾는 공고들이었다.
지난해 대비 최저임금이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부담을 느낀 업주들의 최후 수단이 초단시간 근로자 채용인 셈이다. 여의도역 T카페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28) 씨는 이와 관련, "주말에 바쁜 매장의 경우 직원들을 주중에 쉬게 하고 주말에 풀(full) 근무를 세운다"며 "주중에 근무가 빈 곳에 초단시간 근로자를 배치함으로써 알바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휴수당'이 뭐길래…"한푼이라도 아끼자" vs "해고되는 거 아니야?"
초단시간 근로자는 받을 수 없는 주휴수당이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1주에 하루 유급휴가를 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근로자와 사용자간에 근무하기로 약속한 근무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휴일을 유급으로 부여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일하지 않은 하루에 대한 추가 임금을 주는 것에 부담을 느낀 사업장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해 주휴수당이라도 아끼려고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 축소까지 감행하는 사업장도 상당수다. 이화여대 앞 제과점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한 대학생 김은혜(25) 씨는 지난달 고용주로부터 "인원을 축소하게 됐다"며 "다음달부터 근무를 안 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알바비가 두둑해질 줄 알았는데,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뒤 고용주로부터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 통보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속출하고 있다. 2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21~29일 전국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46명(16.9%)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근무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131명(9.0%)은 해고를 경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로자 및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거나 근무하는 곳에서 해고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72%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우려되는 상황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어떤 상황이 가장 우려되느냐'는 질문에 '아르바이트 구직이 어려워질 것(33.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갑작스러운 해고·근무시간 단축 통보(20.2%)', '근무 강도 심화(16.9%)'가 뒤를 이었다.
◆ '수습 기간'으로 꼼수 부리기?…"고용주 피눈물 난다" 반박
수습 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수습 기간은 근로계약이 1년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돼, 1년 이하의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엔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또 국회가 지난해 8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하면서 2018년 3월부터 편의점과 음식점처럼 단순 노무업무 종사자들은 근로기간과 관계 없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채용 공고는 여전히 '최저임금 7530원' 명시와 함께 '수습기간 있음', '급여 협의' 등의 사족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고용주들은 "무작정 최저임금을 인상해 놓고 어쩌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9036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중앙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추가로 부담할 비용은 약 15조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대역 부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34) 씨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은 좋겠지만, 고용주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씨는 "프렌차이즈는 커피 한 잔에 5000원에서 6000원이나 받지, 우리 같은 개인 사업자들은 커피 한 잔에 2000~3000원 꼴로 받아야 겨우 장사가 가능하다"며 "갑자기 최저임금은 올랐지 매장은 운영해야 해서 사람은 필요하지 임대료는 비싸지 가격을 올리면 고객들은 떨어져 나가지 물류사들은 물류 가격을 올리고 있지 정말 답답하다. 방안을 마련해주고 최저임금을 올렸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 '초단시간 근로자' 살피는 국가인권위…고용주 달래는 정부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근로자들의 고충을 인식했다. 이에 지난달 27일 초단시간 근로자들에게도 주휴·연휴, 퇴직급여, 고용보험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초단시간 근로자도 ▲ 임신과 출산, 육아휴가 ▲ 업무상 산업재해 보상 ▲ 유급 공휴일들과 상병휴가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과 제도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휴일과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4대 사회보험 가입 등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하도록 돼있다. 실제 지난해 인권위가 벌인 '초단시간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자들의 월 평균수입으 30~40만 원 내외였고, 약 17%만 사회보험 혜택을 받고 있었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의 부담을 느낀 소상공인과 영세기업 사업주를 위해 올해 3조 원에 가까운 일자리 안정자금을 풀기로 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가 근로자 1명당 월 13만 원씩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2조9707억 원을 배정했으며, 30인 미만을 고용한 사업주가 월 보수액 190만 원 미만인 근로자를 한달 이상 고용할 경우 신청할 수 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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