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D+133일.' 오늘(22일)로 대왕카스테라 사태가 불거진 지 4개월하고 열흘이 더 흘렀다. 시간은 흘렀지만 대왕카스테라 사태로 생계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133일전 '그 때'와 지금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이날 흥미로운 게시물이 온라인과 SNS에서 누리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 화곡동에서 한때 대왕카스테라 매장을 했던 점주의 새로운 변신이 시선을 모았다. 해당 점포는 현재 BB탄 사격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하지만 매장 앞에 '대왕카스테라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점주는 매장 앞에 내건 현수막에서 '먹거리X파일 관계자 매장 출입금지'라면서 큰 글씨로 '대왕카스테라 팔다가 이제는 BB탄 사격장'이라고 업종 전환 이유가 대왕카스테라 사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점주는 현수막에 작은 글씨로 '먹거리X파일 관계자 오면 진짜 쏜다'라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3월12일 채널A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은 달걀과 밀가루, 우유와 설탕 이외 어떤 재료도 넣지 않는다고 광고한 한 대만 카스테라업체가 광고 내용과 달리 식용유와 일부 첨가제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업체는 즉각 반론에 나섰다. 식용유 제빵은 일반적 조리법인데 식용유 자체를 나쁜 원료로 취급했고, 한 업체의 잘못된 마케팅을 업계 전반의 일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으로 내용을 구성한 방송사나 식용유를 넣지 않았다고 발뺌하면서 건강식품으로 마케팅한 업체 모두 잘못이 있다.
문제는 그 여파가 선량하게 매장을 운영했던 다수의 소상공인 점주에게 더 심대하고 더 지속적으로 더 오랜기간 미친다는 점이다.
시계를 대왕카스테라 논란이 있기 전인 올 봄으로 돌려보자. 당시 tvN '꽃보다 할배' 방영 후 대만은 국민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이 중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인 단수이지역은 대만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했다. 단수이는 대만 카스테라의 본고장이다.
이후 국내에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이즈가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달걀과 밀가루, 우유 등 간단한 재료와 오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조리법은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즈 확산에 원동력이 됐다. 전국에 대만 카스테라 브랜드가 난립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만 카스테라 사태 직후인 3월 말 기준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이즈 등록 업체는 모두 17개다. 상호는 단수이대왕카스테라, 대만언니대왕카스테라 등이다. 대왕 카스테라 사태와 '꽃보다 할배' 인기가 시들해진 지금, 이들 프랜차이즈는 종적을 감췄다.
유행에 편승해 '반짝'하고 등장했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아이템은 적지 않다. 이들은 주로 소자본 창업을 원하는 이들을 웃기기도, 또 울리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 벌집 아이스크림이 그랬고, 지난해 유행했던 저가 과일주스가 그랬다. 이들은 모두 비교적 소자본으로 큰 기술 없이 차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가맹점주를 모집했다. 최근들어서는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인형 뽑기방' 역시 같은 맥락이다.
대왕 카스테라 사태를 돌아보며 대왕 카스테라의 몰락이 단순하게 점주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더 큰 책임은 '떴다' 싶으면 책임감 있는 관리와 메뉴 개발보다 가맹점주 모집에만 열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지'라며 유행에 편승해 한 몫 챙기려는 식의 운영으로 프랜차이즈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장기적 안목과 경영 철학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제2의 대왕 카스테라 사태를 맞이하지 않는다. 또 그래야 가맹점주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다.
여기에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 육성책을 고민하는 사회적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이모작'을 꿈꾼다. 그 선택지가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의 몰락은 가맹점주의 몰락이자 건강한 한 가정의 몰락이다. 좀 거창하게 말해 경제의 3요소는 가계 기업 정부다. 가계의 몰락은 결국 경제의 몰락인 셈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찾을 때다.
당신의 프랜차이즈,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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