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제임스 코미(56)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마이클 플린(58)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은 '사법방해죄'에 해당돼 탄핵사유로 충분하다는 게 미국 법조계의 시각이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코미는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으로 유죄가 될 수 있는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을 요청했다"며 "이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증언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논의하고도 거짓보고한 사실이 들통나 경질됐다.
앞서 코미는 전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플린 전 보좌관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플린을 놔줘라.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미 전 국장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지난 2015년 여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27일 백악관 그린룸에서 만찬을 갖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FBI 국장으로 남기를 원하는지 물은 뒤 충성을 요구했다"며 "'언제나 정직하겠다'고만 대답했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이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원들이 코미 국장을 신뢰하지 않는 등 FBI조직이 엉망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나와 FBI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모두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미의 증언은 다음 달부터 시작될 특검 수사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방해란?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는 정당한 법 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방해, 지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미 대통령은 반역, 뇌물수수, 기타 중대범죄를 저지를 때 탄핵되는데, 사법방해가 기타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이유가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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