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부터 웃음까지…뭐 하나 빠지지 않는 웰메이드 뮤지컬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한 시도 쉴 틈이 없다. 지구 멸망을 향해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 그 안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긴박하지만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빈틈을 찾긴 어렵다.
살 날이 30일 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뮤지컬 '지구멸망 30일 전'은 죽기 전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은 행성 충돌로 30일 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뉴스 보도에서 시작된다. 각기 다른 목적, 다른 걸음걸이로 길을 걷던 이들은 이 보도에 순간 얼어붙는다. 이 때부터 남은 30일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단순한 죽음이 아닌 지구 멸망이라는 무척 극적인 상황을 맞은 인물들이 꿈꾸는 건 오히려 평범하다. 그 동안 하지 못 했던 것들, 하지만 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 것이다.
혹여 아이가 생길까봐 몸을 사리던 섹스리스 부부는 그때부터 본능에 충실하고,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은 나름대로 임종을 준비한다. 죽기 전에 한 번은 실적을 달성해 보려는 회사원도, 청순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마음껏 섹시한 매력을 뽐내려는 가수도 있다.
죽을 날을 30일 남겨둔 이들의 고군분투는 보는 내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안 하던 반항도 해 보는 용기는 우리 이야기와 멀지 않기에 더욱 친근하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렇게 별 것 아닌 일조차 못 하고 사는가'라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창작극임에도 불구하고 빈틈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코믹 요소, 절로 무릎을 치게 하는 반전까지, '지구멸망 30일 전'은 대학로 뮤지컬에 바라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
배우들의 수에 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 중간중간 헷갈리기도 한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을 쏟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마저도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러닝타임 90분, 만 13세 이상 관람가, 오는 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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