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아이고 미안합니다"
동서울우편집중국의 아침은 그야말로 난리 통이었다. 한가위가 성큼 다가오면서 택배 물량이 폭증해 통로를 제외하곤 발 디딜 틈 없었다. 축축하게 젖은 겉옷을 선풍기에 말리며 여유를 느끼는 것도 잠시. 앞뒤로 밀려드는 택배에 직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벌써 보름째 비상근무다. 23일 이른 아침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소포구분실장 박창업(53) 씨의 목소리엔 다소 푸념이 섞여 있었다. 부족한 인력에 비해 택배 물량이 넘쳐 허리를 펼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맨날 하던 일"이라며 허허 웃었다. 그는 추석 기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치는 시간…."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하루 평균 8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도착한 택배를 차량에서 꺼내는 일부터 시작해 다시 실어주는 작업까지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택배를 일일이 구분해 구역별로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선 이 작업 모두를 '소통'이라고 불렀다.
이 '소통' 작업은 추석 시즌이 되면 더 힘들어졌다. 양은 둘째치고 물품의 부피가 커 상자를 옮기다 보면 직원들의 숨이 턱까지 차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작업을 뒤로 미룰 순 없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선물 세트, 농산물 등의 택배가 밀려드는 '특별 소통 기간'이기 때문이다.
"추석이니 농산물이 많잖아요.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이 아까워서…. 100분 동안 1만 통을 처리하고 있는데, 한계에 부닥칠 때도 있습니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할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최선을 다할 뿐이죠."
24시간 '풀가동'되는 이곳에 지난 21일에만 우편물 29만 8000통이 들어왔다. 평소 2배 가까운 물량이다. 그리고 하루 평균 1000대가 넘는 택배 차량이 이곳에서 분류된 택배를 싣고 우체국으로 가고 있다.
이날 만난 소포계장 김선태(59) 씨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추석'으로 뽑았다. 일손이 가장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33년 차 베테랑인 그도 쏟아지는 물량 앞에서 두 손을 들었다.
"설날에는 그나마 일하려는 아르바이트생이 많습니다. 그래서 좀 나아요. 그런데 추석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해야 하니 일하기가 어렵지요. 특히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가 지방에서 택배 들어오는 시간이라 제일 바쁩니다. 이 시간에는 일손이 더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우편집중국의 점심은 그나마 여유(?)로웠다. 택배를 옮길 때 사용했던 팔레트만 층층이 쌓여 있었다. 팔레트는 전국 각지에 되돌아가 다시 택배를 싣고 우편집중국으로 모이게 된다.
택배 물량만큼이나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쏟아지는 '졸음'이다. 업무 환경상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 건 당연해 보였다. 처리할 물량이 적다면 휴게실에서 쪽잠으로 피곤을 씻을 수 있지만, 추석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시간을 잠시 비운 김 씨와 작업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와 곳곳에 널린 택배 상자, 그 틈에 직원들을 위한 헬스장과 휴게실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평소에 이용을 많이 했는지 구석구석 손때가 묻어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작업장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직원들은 서로 호흡을 맞춰 일하며 활짝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 찾은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곳이었다.
열심히 운송용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김 씨에게 "24시간 근무가 잦은데, 힘들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참 뒤 입을 열었다.
"10년 넘게 일해왔는걸요. 별로 힘들진 않습니다. 그저 내가 떠난 뒤 후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좀 더 좋은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더팩트ㅣ동서울우편집중국=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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