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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구파발 총기사고' 비극으로 끝난 장난…

  • 사회 | 2015-08-25 20:14
구파발 검문소에서 25일 오후 5시께 발생한 총기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구파발=이철영 기자
구파발 검문소에서 25일 오후 5시께 발생한 총기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구파발=이철영 기자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 카메라 치워 주세요."

장난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 서울 은평구 진관동 군경합동검문소인 구파발 검문소의 문이 굳게 잠겼다. 군 헌병들은 취재진의 촬영을 극도로 경계했다.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후 5시께 구파발 검문소에서 박 모 경위가 경찰 조끼에서 38구경 권총을 꺼내다 실수로 격발해 함께 있던 의무경찰 박 모 상경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혔다.

박 의경은 사고 직후 도착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날 오후 6시를 넘겨 취재진이 도착한 구파발 검문소 문은 굳게 닫혔고, 군 헌병은 출입문을 철저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총기사고가 발생한 검문소 주변은 바삐 뛰어다니는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철문 안으로 보인 사고 현장에선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검문소는 군경합동검문소로 구파발 네거리 왕복 8차선 도로 바로 옆에 있었다. 또 인근으로 아파트단지가 있었지만, 평소 차량 소통이 많아 당시 주민이 총성을 들었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이날 검문소 주변에서 만난 몇몇 주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이번 사고의 쟁점은 어떻게 셋째 칸에 장전된 실탄이 첫발에 격발됐느냐다. 경찰이 사용하는 38구경 권총은 첫발은 비어 있고, 두 번째 칸이 공포탄, 셋째 칸은 실탄이다. 경찰도 이를 확인했다. 만약 첫발에 박 상경이 맞았다면 노리쇠는 셋째 칸에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구파발=이철영 기자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구파발=이철영 기자

사고 직후 조사에서 박 경위는 "권총 원형 탄창의 첫칸은 비워놓고 두 번째 칸은 공포탄, 셋째 칸은 실탄을 넣어놨다"며 "당연히 노리쇠가 빈칸에 맞춰져 있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진술했다. 박 경위가 고의로 방아쇠를 당겼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원래 첫발에 공포탄이 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어떻게 실탄이 발사됐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검문소에는 박 모 경위와 사망한 박 모 상경뿐이었을까.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검문소 안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검문소에 박 모 경위와 박 모 상경 외에 다른 근무자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조사 중”이라는 밝혔지만, 당시 의경 3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을 찾은 한 할머니는
사고 현장을 찾은 한 할머니는 "사고 소식을 듣고 의경으로 근무 중인 손자가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할머니가 손자는 경찰서에 있을 것이라는 헌병의 말을 듣고 급히 이동하고 있다. /구파발=이철영 기자

오후 6시 50분 70대 할머니 한 명이 사고 현장을 찾았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 할머니는 "사고 소식을 듣고 의경으로 근무 중인 손자가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사망한 박 상경과 함께 있었던 3명의 의경 중 한 명의 할머니였다. 손자가 걱정됐는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할머니는 철문 사이로 헌병에게 손자의 신병을 물었다.

헌병은 할머니에게 "경찰서에 가면 있을 겁니다. 그쪽으로 가보세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헌병의 안내에 따라 손자가 있는 경찰서로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한편 경찰은 현재 박 경위의 총기 안전장치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더팩트 ㅣ 구파발=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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