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여름 휴가철 바캉스족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휴가철이면 하루 수십만 명이 찾는 곳이다 보니 그만큼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더팩트>는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1일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해운대 백사장 인근 쓰레기 '수두룩'…부끄러운 해운대의 밤
"아이고, 해운대 전체가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어요."
지난 1일 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널브러진 쓰레기 사이로 푸념이 들린다. 푸념의 주인공은 환경미화원 김 모(50대·여) 씨. 그는 "쓰레기가 넘쳐나 쉴 틈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피서객의 비양심적인 쓰레기 투기로 인해 해운대 해수욕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부는 해운대의 새벽 1시, 백사장 곳곳에서 악취가 풍긴다. 피서객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와 과자 봉지, 음료수 캔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모래에 반쯤 묻힌 소주병이 날카로운 주둥이를 내밀고 있기도 했다.
백사장을 벗어나도 마찬가지다. 축축하게 젖은 담배꽁초가 거리를 더럽히고 있었다. 해수욕장 내 금연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로 거리 한켠은 재떨이로 전락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이곳저곳에서 '백사장 술판'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깔고 앉았던 돗자리와 쓰레기를 그대로 놔두고 가는 피서객도 있었다. 이후 그 돗자리는 '쓰레기 투기 장소'가 됐고, 술병과 담배꽁초가 뒤섞이며 어느새 수북하게 쌓였다.
해운대는 많은 피서객이 찾는 장소인 만큼 다량의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쓰레기 투기가 '나 몰라라 식'으로 이뤄져 해운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휴가를 즐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뿐만 아니라 들고온 생활용품, 깔고 앉았던 신문지, 돗자리 등을 백사장에 그대로 놔두고 가는 통에 주변 환경은 심각한 지경이었다.
사실 해운대 해수욕장의 쓰레기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해묵은 주제다. 매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통에 해운대 구청 측도 피서철이면 170명 내외의 청소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휴가 기간 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나오는 쓰레기양은 하루 평균 8톤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수거해야되는 환경미화원 입장에선 일부 피서객들의 '나 몰라라 식' 쓰레기 투기가 더없이 밉다. 쓰레기 처리 과정을 2배, 3배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 환경미화원 정회용(34) 씨는 "백사장을 오롯이 두 발로 뛰어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데, 너무 그 자리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다"며 "완벽하진 않더라도 자신이 놀던 자리 주변 정리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쓰레기 수거 작업은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시작됐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피서객들이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환경미화원의 '쓰레기 전쟁'은 시작된다고 보면 됐다. 이들은 바다가 오염되기 전 피서객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빠르게 지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환경미화원 정 씨는 예전보다 해운대의 쓰레기 문제가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해운대를 찾을 피서객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불과 2~3년 전보다 피서객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하지만 부족한 면이 있다. 좀 더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며 "하루에 포댓자루 30개 정도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피서객들의 즐거운 휴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더팩트ㅣ부산=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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