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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당신을 노리는 초소형 '몰카'…"아무도 눈치 못 챌걸"

  • 사회 | 2015-07-08 06:52

초소형 몰카의 진화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발생 건수가 4년간 498%나 증가했다. /용산동=이성락 기자
초소형 몰카의 진화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발생 건수가 4년간 498%나 증가했다. /용산동=이성락 기자

초소형 몰카 범죄 기승…'누군가 당신을 몸을 찍는다면?'

#. 지난달 26일 초소형 동영상 카메라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심 모(24)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심 씨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서울과 의정부 등지에서 400여 차례에 걸쳐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했다. 그는 모 술집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숨겨 놓고 용변 보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김 모(27·여) 씨는 "(몰래카메라와 관련해) 평소에는 불안하거나 그렇진 않은데,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저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초소형 몰래카메라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범죄가 날로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발생 건수가 2009년 807건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1134건, 2011년 1523건, 2012년 2400건, 2014년 4823건으로 4년간 498% 증가했다. 몰카 범죄자 검거 건수도 덩달아 증가 추세다. 2011년 180건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356건, 2013년 637건, 2014년 892건으로 매년 2배가량 늘고 있다.

초소형 몰카를 이용한 범죄 증가 배경에는 점점 작고 정밀해지는 '기술의 발달'이 있었다. 심 씨처럼 오랜 기간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도 몰카가 상대방 눈에 띄지 않는 '초소형'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팩트>가 6일 찾은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이 같은 초소형 몰카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몰카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바늘구멍만 한 렌즈를 갖춘 각양각색의 초소형 몰카가 수두룩했다.

"절대 눈치 못 채" 용산 전자상가 판매점 사장들의 말에 따르면 초소형 몰카의 가격은 5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다양하며, 주로 30~40대 남성들이 많이 구매한다. /용산동=이성락 기자

"아무도 눈치 못 챌걸."

이날 만난 초소형 몰카 판매점 사장들은 서로의 초소형 카메라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워 호객에 열을 올렸다. 일부는 "절대 알 수 없다"며 호언장담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D 카메라 판매점. 업주는 '들키지 않고 촬영하는 법'을 친절히 말해주며 초소형 몰카 여럿을 소개했다. D 판매점 업주는 "안경(몰카)이나 단추(몰카)가 좋다"며 "어디에 사용할지 알 수 없지만, 들키지 않기 위한 게 목적이라면 특히 안경을 추천한다"고 '신제품' 안경 몰카를 꺼내 보였다.

건너편 H 카메라 판매점 업주는 '명함지갑형' 초소형 카메라를 추천하며 '안경형'과 '볼펜형' 몰카를 구닥다리로 표현했다. 그는 "요즘 '명함지갑형' 초소형 몰카가 최고다. 안경이나 볼펜 등이 눈속임에는 좋지만, 각도(?)를 잡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카메라 판매점 업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초소형 몰카의 가격은 5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다양했다.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또 눈속임이 심한 생김새에 화질이 좋아지고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면 가격대는 더 올라갔다. 주 고객은 30~40대로 주로 남성들이었다.

용산 전자상가뿐만 아니었다. 직접 전가 상가를 찾지 않아도 손쉽게 초소형 몰카를 구매할 수 있었다. F 카메라 판매점 사장은 초소형 몰카를 직접 사러 오는 손님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면 얼굴이 노출되는 등 '구매 부담'을 덜 수 있어 사람들이 온라인을 더 선호한다.

R 몰래카메라 전문업체 관계자는 "전자상가에서는 가격만 슬쩍 물어본다. 보통 온라인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가격이 좀 더 비싸지만, 다양한 초소형 몰카를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양도 기능도 '다양'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USB형' '안경형' '볼펜형' '자동차 열쇠형' '단추형' '명함지갑형' 등 다양한 종류의 몰카를 판매하고 있었다. /용산동=이성락 기자
모양도 기능도 '다양'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USB형' '안경형' '볼펜형' '자동차 열쇠형' '단추형' '명함지갑형' 등 다양한 종류의 몰카를 판매하고 있었다. /용산동=이성락 기자

그야말로 천태만상. 흔히 알려진 'USB형' '안경형' '볼펜형' '자동차 열쇠형' '단추형' 뿐만 아니라 '야구 모자형' '넥타이형' 등 사실상 생필품에 렌즈만 달게 된다면 금세 '몰카'로 변했다.

물론 모든 초소형 몰카 구매자들을 '예비 범죄자'로 규정할 순 없다. 하지만 여자화장실, 에스컬레이터 등을 범행 장소로 한 '몰카' 피해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모 사립대학교 여자화장실에서 버튼형 전등 스위치와 유사하게 생긴 초소형 몰카가 발견되기도 했다. 초소형 몰카, '악질' 범죄의 도구로써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카메라 판매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범죄를 염려하는 몇몇 카메라 판매점 사장은 판매에 앞서 "어디에 사용할 거냐" "직업이 뭐냐"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물어보는 데 그칠 뿐, 판매나 구매에 있어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때문에 여성들의 불안만 늘어나고 있다. 용산역에서 만난 한 모(23·여) 씨는 "누가 몰래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며 "관련 범죄가 최근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 에스컬레이터를 탈때나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기에 앞서 '혹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조심"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에는 초소형 몰카를 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용산역·가산 디지털단지역=이성락 기자

하지만 초소형 몰카의 공급 자체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한별의 전세준 변호사는 "카메라가 작아지는 건 휴대전화가 작아지는 것처럼 과학기술 발전에 의한 것이다. 결국엔 쓰는 사람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소형 몰카 그 자체를 불법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만들더라도 '초소형'의 기준을 잡는 것도 애매하다. 특정 크기를 기준으로 잡고 '초소형 몰카' 유통을 엄격하게 규제하더라도 그 기준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만들어서 판매하면 그만이다. 정의규정을 실효성 있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차라리 관련 범죄자에 대한 형벌의 수위를 높이는 게 하나의 범죄 예방 방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여름철 특히 '몰카' 범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의 노출이 잦은 피서지 등에서는 초소형 몰카를 이용한 범죄자들이 기승을 부린다.

서울지방경찰청 성범죄대책과 관계자는 "7~8월 피서철이 다가오면서 성범죄전담팀을 꾸렸다. 화장실 등 대대적인 단속을 펼쳐 예방에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몰카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화장실 문고리를 확인하는 등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또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뒷사람이 가방이나 쇼핑백을 자신의 몸쪽으로 가까이 들이댄다면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팩트ㅣ용산=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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