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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정지선이 뭐죠?' 무질서한 교통문화 민낯

  • 사회 | 2015-02-12 09:53
'정지선, 있으나 마나?'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의사당대로에는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여의도=신진환 기자
'정지선, 있으나 마나?'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의사당대로에는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여의도=신진환 기자

"정지선만 넘으면 양반이죠. 횡단보도까지 넘어오는 경우도 허다해요."

추운 날씨 탓에 재빨리 횡단보도를 건넌 한 회사원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같이 얘기했다. 별로 놀라울 게 아니라는 모양새다. 버스정류장으로 몸을 옮긴 그는 인터뷰 도중 보행자 횡단 신호를 무시한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보며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거 보세요. 다들 제 갈 길이 바쁘다 이겁니다. 낮에도 이런데 밤에는 어떻겠어요."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장을 찾은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정지선을 넘은 차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위 양심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더팩트>는 눈보라가 거셌던 지난 9일 국회 앞과 여의도 일대의 도로를 살펴봤다.

'내가 먼저 출발할 거야' 많은 차들이 정지선을 무시한 채 정차했다. 자동차 경주를 하듯 보행 신호가 끝나기 전부터 조금씩 전진하는 차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여의도=신진환 기자
'내가 먼저 출발할 거야' 많은 차들이 정지선을 무시한 채 정차했다. 자동차 경주를 하듯 보행 신호가 끝나기 전부터 조금씩 전진하는 차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여의도=신진환 기자

국회 정문 앞 왕복 8차선 도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차들이 멈춘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차들이 정지선을 넘는다. 일반 차량뿐만이 아니다. 버스, 택시, 택배운송차량, 퀵서비스 오토바이 등이 정지선을 무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선두에 선 차들의 8대 가운데 보통 3대 이상 정지선을 침범했다. 심한 경우는 8대 가운데 전부 다 위반한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창문으로 넘어다본 한 운전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었다.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아무런 자각이 없는 듯 보인다. 대다수 차주는 국회 정문을 지키는 의경들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지선을 안 지키는 것은 약과였다. 횡단보도까지 진입한 차도 심심찮게 보였다. 보행자들이 차들을 피해 건너고 있었다. 횡단보도에 올라온 차주는 미안했는지, 조금씩 차를 움직여 횡단보도를 빠져나가려고 움직이는 모습도 보인다.

심지어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데도 한 택시는 이를 무시한 채 지나갔다. 실망스러운 광경을 거듭 목격하자 탄식이 나올 정도다.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내가 먼저 갈게~' 국회 앞 도로에서 한 택시가 보행자 횡단 신호임에도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졌다./여의도=신진환 기자
'내가 먼저 갈게~' 국회 앞 도로에서 한 택시가 보행자 횡단 신호임에도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졌다./여의도=신진환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보행자는 "횡단보도만이라도 안 넘어오면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아마 여기(국회)뿐만 아니라 전국 어딜 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라 생각하고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왕복 10차선인 의사당대로다. 정말 보행자가 말한대로 사정이 마찬가지일까.

첫번째 보행자 횡단 신호가 들어오자 차들이 일제히 멈췄다. 역시나 버스 한 대가 육중한 차체를 정지선 밖에 놔뒀다. 경차 역시 차 앞부분이 정지선 밖을 나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오후 4시 4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아쉽게도 왕복 10차선 선두에 있는 모든 차가 정지선과 신호를 지키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신호 위반도 서슴없이 했다. 보행자 신호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차들이 야금야금 전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게는 보행자가 없으면 횡단보도까지 진입한 차들이 상당했다.

무질서한 교통문화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디에도 단속하는 경찰들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범칙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의 일그러진 양심' 의사당대로에서 일부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았다./여의도=신진환 기자
'일부 운전자의 일그러진 양심' 의사당대로에서 일부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았다./여의도=신진환 기자

신호등이 설치 운용되는 교차로에서 차량 등이 적색인 경우 정지선을 넘는 어떠한 행위도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또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정차해 보행자 진행 신호에 횡단하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한 경우에는 6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10점을 받는다.

그렇다면 정지선 준수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이날 만난 경찰은 "정지선에 차가 돌출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차 앞부분까지 정지선 안쪽에 세워야 한다"며 "차량 통과 신호(녹색불)가 있기 전까지는 정지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정차해 보행자 진행 신호에 횡단하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한 경우도 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다행스럽게도 편도 5차선에 있는 차량이 모두 정지선을 완벽히 지켰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반 차량과 버스, 택시, 오토바이 등 정지선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모두 한데 모여 정지선을 지켰다.

'보기 좋죠?' 의사당대로 편도 5차선에 있는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고 있다./여의도=신진환 기자
'보기 좋죠?' 의사당대로 편도 5차선에 있는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고 있다./여의도=신진환 기자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지선 준수율은 75.7%다. 이는 지난 2013년보다 6.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교통문화지수는 지난해 76.7점으로 전년(76점)보다 소폭 상승했다.

[더팩트ㅣ여의도=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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