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신섭·고수정 기자] 본디 살인 사건은 의혹이 많다.
이 사건처럼 엽기적인 범행 수법과 혼란스러운 증거가 수두룩한 경우엔 더 그렇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점점 풀기 어렵다.
<더팩트>는 영등포 노들길 알몸 사건의 네 가지 의혹을 범죄 심리학 전문가인 곽대경·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 범인은 범행 장소 가까이 사는 인물인가?
서씨의 실종·소지품 발견·사체 발견 장소 세 곳의 거리는 꽤 가깝다.
실종 장소(당산역 4번 출구 앞)와 소지품 발견 장소(당산 2동 노인회관 비석)는 걸어서 2분 거리다. 여기서 사체 발견 장소(성산대교 인근 수로)까지도 차로 4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프로파일러들은 여기에 주목한다.
과거엔 없었지만 최근엔 범행 장소와 거리를 따져 범인을 추적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GeoPro)' 수사 기법이 활발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걸어서, 차로 몇 분 거리에서 모든 범행이 이뤄진 점을 볼 때 범인은 그 동네 지리에 훤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범죄자는 자신의 심리를 안정시키려고 보통 가까운 곳에서 범행을 한다. 진짜 범인은 근처 직장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엽기적인 시신 훼손은 어떤 의미인가.
서씨 코와 성기엔 휴지가 들어있었다. 팔에 테이프가 감겨있던 흔적(삭흔)도 보였다. 몸도 씻겼다.
무엇보다 범인은 날카로운 물체로 음모를 도려냈다.
범인이 성 도착증 환자일 거라는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위를 훼손하는 행위는 연쇄 살인마처럼 피해자의 전리품을 챙기는 습성과 가깝다"며 "때로는 전리품을 보고 범행 당시를 떠올리며 쾌감을 느끼는 성 도착증 증세도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눈에 띄는 곳에 시신을 버린 이유는?
범죄자는 범행 뒤 증거를 숨기거나 없애는데 애를 쓴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영등포 노들길 알몸 살인 사건의 범인은 그러지 않았다. 보란듯이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 시신을 내다버렸다.
이곳은 늦은 밤에도 쉽게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환하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범행 과시와 희열 등 '이상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윤호 교수는 "죄를 느끼지 못하는 범인이 주로 시신을 눈에 띄는 곳에 버린다. 얼마든지 발견해도 좋다는 이상 심리가 깔려 있다"며 "언론이 사건을 보도할 때 희열을 느끼거나 영웅처럼 행세를 하려는 심리 성향이 짙은 사람이다"고 분석했다.
이런 범죄자를 범죄학에선 '과시형. 영웅형 범죄자'라 한다.
◆ 범인은 여성 혐오·공포증(포비아) 환자인가?
서씨 시신은 크게 훼손됐다. 12시간 정도 감금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여성 혐오증 환자일까.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경우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흔히 포비아 범죄자에게서 나타나는 성폭행과 구타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범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는 심각한 여성 혐오증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다만 "납치 과정과 여성이 자기 행동에 복종하는 것을 즐긴다고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존중심이 있으면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상 여성을 만만하게 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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