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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범죄 그들은…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 사회 | 2014-08-12 11:03

최근 잇따른 흉악 범죄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연쇄살인범 지영민(왼쪽)은 사이코패스에 가깝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이 열연한 이재경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영화 '추격자' 스틸컷,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캡처
최근 잇따른 흉악 범죄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연쇄살인범 지영민(왼쪽)은 사이코패스에 가깝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이 열연한 이재경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영화 '추격자' 스틸컷,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캡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포천 빌라 살인 사건’ 등 잇단 흉악 범죄에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가해자, 피의자들의 수법은 상식을 뛰어넘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일부에서는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라 명명하고 있다. 과연 최근 일어난 범죄들은 과연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저지른 범죄일까?

사이코패스는 타인에 대해 공감(共感: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을 할 수 없어 그 누구와도 정서적 유대감을 맺지 못한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0여 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SBS 뉴스 캡처
사이코패스는 타인에 대해 공감(共感: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을 할 수 없어 그 누구와도 정서적 유대감을 맺지 못한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0여 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SBS 뉴스 캡처

◆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는 당신도 혹시 ‘사이코패스?’

흔히 흉악범들에 대해 말하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용어는 19세기 등장했다. 사이코패스는 19세기 프랑스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이 증상에 대해 최초로 저술했고, 1920년대 독일의 심리학자 슈나이더가 개념을 설명했다. 또 캐나다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는 사이코패스 판정도구(PCL-R)를 개발했다. 현재 로버트 헤어의 판정도구는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감정과 고통에는 매우 예민하다. 그러나 타인에 대해 공감(共感: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을 할 수 없어 그 누구와도 정서적 유대감을 맺지 못한다. 이들은 과대망상증이 심하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특히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고, 대단히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극도로 포학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연구 결과 국내 성폭력범 10명 중 3명은 사이코패스로 나타났다. 단국대학교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팀은 2011년 5월부터 한 달간 당시 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된 남성 성범죄자 50명을 개별 면담한 결과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동반된 사례가 32%(16명)였다고 밝혔다.

연쇄살인범들 역시 사이코패스 증상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연쇄살인범 우범곤과 유영철, 강호순 등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알려졌다. 유영철은 2003년 9월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의 단독주택에서 대학교 명예교수 부부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2004년 7월까지 총 20명을 잇달아 살해했다. 그러나 유영철 자신은 5명의 여성을 더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유영철은 또 “제가 이번 만행을 저지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아세요? 머리카락이 쭈뼛이 섰을 정도로 놀랐던 순간은, 잘린 머리가 수건걸이에서 떨어졌던 순간도 아니고 머리 없는 몸뚱어리가 내게 달려들었던 순간도 아니고 개복한 임신부의 뱃속에서 움직이는 태아를 보았던 순간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일. 남이 들으면 오히려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그건 사체를 토막 내는 와중에 아들 녀석에게 전화가 온 순간이었어요. 전화벨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당황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감기 아직 안 나았어. 아빠?’ 하며 물어보는 말이 ‘아빠, 난 다 알고 있어. 그러지 마’ 그러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 했었어요"라고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묘사하기도 했다.

실제 유영철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34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영화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다. 국내 영화로는 배우 하정우가 주연했던 '추격자',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 등이 있다. 국외 영화로는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아메리칸 사이코', 조디 포스터 주연의 '양들의 침묵'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 사이코패스가 유전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유전의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이 성격장애 자체가 유전되는 것인지, 아니면 공격성이나, 무모함, 또는 충동적 성격 등이 유전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도 의견이 분분하다.

소시오패스는 ‘양심(良心 :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소시오패스 전형적인 범죄는 지난해 7월 용인에서 발생한 '용인 엽기 살인 사건'이 꼽힌다. 용인 엽기 살인 사건의 피의자 심모 군은 범죄 후 자신의 SNS에
소시오패스는 ‘양심(良心 :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소시오패스 전형적인 범죄는 지난해 7월 용인에서 발생한 '용인 엽기 살인 사건'이 꼽힌다. 용인 엽기 살인 사건의 피의자 심모 군은 범죄 후 자신의 SNS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글을 남겨 충격을 주었다./심모 군 SNS 캡처

◆ 선한 웃음 뒤 잔인함 감춘 ‘소시오패스’…양심 따윈 없다

사이코패스 못지않게 최근엔 ‘소시오패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정신분석학회에서는 소시오패스를 ‘법규를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반복해 저지르는 정신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소시오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의학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분류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소시오패스는 의학적 진단명이라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사이코패스가 타인에 대해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소시오패스는 ‘양심(良心: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알려진 바로는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감정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 타인의 감정을 잘 이용한다. 이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필요하다면 순한 양처럼 행동하며 선한 미소를 짓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소시오패스는 ‘평범’한 보통사람의 모습으로 주변에 존재하며 계산적이고 치밀한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르며,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른다는 점도 사이코패스와 다른 점으로 꼽힌다.

우리 주변엔 얼마나 많은 소시오패스가 있을까. 미국 보건후생부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오늘날 전체 인구의 대략 4%, 즉 25명 중 1명에 이른다. 즉,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특히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소시오패스가 등장한 바 있다. 배우 신성록이 연기한 ‘이재경’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다. 드라마에서 이재경은 겉으론 온화하고 인자하지만, 실상은 섬뜩한 살인을 저지르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을 보여줬다.

국내 범죄 중에선 지난해 7월 10일 발생한 ‘용인 엽기 살인 사건’ 피의자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당시 체포된 피의자 심모(당시 19) 군은 1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했다.

심 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당시 17) 양을 모텔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그는 16시간에 걸쳐 공업용 커터칼을 이용해 모텔 화장실에서 김 양의 시신을 훼손했다. 이에 얼굴은 심하게 훼손됐고, 뼈는 20여 개 조각으로 나누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또한, 친구 최모 군에게 ‘작업 중이다’, ‘지금 피 뽑고 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심 군은 범행 다음날 자신의 SNS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심 군은 범행 후 자신의 SNS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버렸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도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오늘 피 냄새에 묻혀 잠들어야겠다"고 등의 글을 남겨 더욱 충격을 줬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는 소시오패스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 늘 함께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알아야 한다", "양심이 존재하지 않는 소시오패스는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로 연결되는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포천 빌라 살인 사건 등의 가해자들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일까?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최근 발생한 사건들이 너무 잔혹해 언론이나 국민들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고 흔히들 말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판단할 때는 진단과 함께 심층면접을 해야 한다. 단순히 잔혹한 범죄라고 해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구분이 어렵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유형으로 분류하기 위한 것이다. 포천 빌라 살인 사건의 가해자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들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건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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