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근 조직개편 통해 시사교양국 사실상 해체
"'추적 60분' 보도본부 이관, 14년 전 데자뷔"
[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가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시사교양 PD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은 보도본부 아래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시사교양 프로그램 '추적 60분' 제작진이 사측의 조직개편과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관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16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언론노조 KBS 본부 사무실에서 '추적 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리에는 김은곤 KBS PD협회 시사교양 부문 부회장, 2010년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당시 담당 연출자였던 강윤기 PD, 현재 '추적 60분' 연출자인 김민회 PD와 조수민 PD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들은 "이번 조직개편은 시사교양국의 파국"이라며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은 형식적으로는 이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시사교양국 해체"라고 목소리를 냈다.
KBS 사측은 현재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본사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국'으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시사교양국이 있는 제작1본부와 예능 센터·콘텐츠 사업국·광고국이 있는 제작2본부가 폐지된다. 제작1본부가 폐지되며 '추적 60분'을 비롯해 시사교양국에서 맡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은 기자 중심 조직인 보도시사본부(현 보도본부)에 이관되고, 교양다큐는 별도의 교양다큐 센터로 분리된다.
이날 PD들은 "이번 조직 개편 현업 PD 의견이 단 한 번도 반영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회 PD는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시사교양본부가 센터로 격하되고 시사 프로그램이 보도본부로 이관되는 것은 어떤 것 하나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83년 방송을 시작한 '추적 60분'은 국내 최초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 40년 넘는 역사가 있는 KBS 대표 프로그램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취재하고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 문제를 고발하며 PD 저널리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온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0년도에도 약 3년간 보도본부로 이관된 적 있으나, PD들의 투쟁 끝에 다시 제작본부로 이관됐다. 당시 KBS는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에 앞서 2009년 가을 '데일리 시사' '시사투나잇'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없애고, 시사교양 PD 직종을 없애고 기자와 시사교양 PD를 합친 방송 저널리스트라는 직종을 만들기도 했다.
강윤기 PD는 "이 일들이 너무 데자뷔 같다. 14년 전 일과 똑같아서 소름 끼치고 트라우마처럼 다가온다"고 떠올렸다. 이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혹시 누군가 PD가 만드는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근거 없는 적개심이나 오해가 있는 게 아닌지 강력함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추적 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됐을 당시 담당 PD들은 많은 불합리한 일들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2010년 8월 제작진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을 입수했으나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의 반대로 방송할 수 없었다. 같은 해 11월 천안함 사건은 제작진과 데스크 갈등 끝에 겨우 방송됐고, 12월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편은 두 차례 연기됐다. 또 '추적 60분이 반정부적 이슈를 다룬다'는 청와대 의견이 정치외교부 정보보고 형태로 사내에 공유되기도 했다. 강윤기 PD는 "당시 정치적으로 예민한 주제나 자본 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은 어김없이 수정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8개월간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수난을 겪었다. '더 라이브'는 갑작스럽게 폐지됐고,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는 총선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불방됐다. 또 '역사저널 그날'도 낙하산 MC 의혹이 번지고 사실상 폐지에 이르렀다. 이번 조직개편을 반대하는 이유도 향후 시사교양 PD들의 제작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민회 PD는 "'더 라이브' '역사저널 그날' 폐지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등에 대해 투쟁할 수 있었던 것도 저희가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게 되면 이러한 사태에 저항하는 것부터 회사는 '업무 불이행'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번 조직개편이 그러한 사태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수민 PD는 "회사는 조직개편을 철회하고 시대를 감시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지 않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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