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연극 '한씨 연대기'로 데뷔
"엄마 연기 20년…작품 속 자식만 70명"
"멜로 외에 다양한 캐릭터 해보고파"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엄마'라는 두 글자는 그 자체로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하는 마법 같은 단어다. 엄마 연기만 어느덧 20년째 이어온 배우 김미경도 시청자들에게 그런 존재다. 매 작품 진심을 담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 그는 어느새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5일 서울 잠원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김미경은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에 대해 "그렇게 불러주는 게 민망하기도 하지만, 이런 표현이 따라 을 때 '내가 나쁘지 않게 연기를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미경은 지난해 JTBC 드라마 '대행사', '닥터 차정숙', '웰컴투 삼달리',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티빙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등 무려 여섯 작품에서 엄마를 연기했다. 현재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도 출연하며 연초부터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지난 21일 종영한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제주 해녀이자 진달(신동미 분), 삼달(신혜선 분), 해달(강미나 분) 세 딸의 엄마 고미자 역을 연기했다. 김미경은 "세 딸과 촬영하며 촬영장 자체가 너무 즐겁고 신났다. 만나는 모든 연기자들이 재밌는 놀이를 하듯이 드라마를 찍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웰컴투 삼달리' 속 고미자는 물질을 같이 했던 절친한 친구 부미자(정유미 분)를 죽게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인물로 캐릭터만의 서사를 갖고 있다. 김미경은 "이야기 안에서 엄마로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내 이야기가 있어서 더 많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웰컴투 삼달리'나 '또! 오해영', '고백부부', '하이바이 마마' 같은 작품 속에선 이야기를 끌어가는 한 부분을 담당했죠.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지만 제가 연기한 엄마의 서사가 있는 작품이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최근 공개된 '이재, 곧 죽습니다' 속 연기도 많은 임팩트를 남겼다. 그는 극 중 아들 최이재(서인국 분)을 잃은 엄마의 처절함을 연기하며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김미경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심정이 가늠할 수 없지만 진심을 다해 연기했다"면서 "영안실에서 죽은 아들을 붙잡고 엉엉 울었는데 촬영이 끝나고도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소신이 있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하는데 저는 소를 위해 대를 희생했으면 한다. 사실 작은 게 우리에겐 더 소중하다. '이재 곧, 죽습니다'를 보며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운동선수를 꿈꿨던 김미경은 어머니의 반대로 한동안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지인의 손에 이끌려 극단 연우무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 연극의 리허설을 보는데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거다'는 느낌을 받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한 김미경은 거의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펼쳤다. 쉼 없이 달려오면서도 힘들기보다는 즐거움이 앞섰다. 김미경은 "연기를 하며 힘들기 보다는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면서 "배우로 살아가며 비우는 법을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연기를 하며 점점 더 비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엄마 역할로 나선 작품은 SBS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2004)다. 이 작품 속 류승범의 엄마를 제안받고 처음엔 고민이 앞섰다고 한다. 마흔을 갓 넘은 나이에 20대 배우의 엄마 역할을 맡는다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당시엔 '벌써 20대 아들 엄마 연기를 한다고?'라는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28살 때 연극 무대에서 80대 할머니 연기도 했다. 연기로써 얼마든지 나이를 넘나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떠올렸다.
작품 속에서 만난 자식만 70명에 달한다는 김미경. 모든 작품 속 자식이 소중하지만 특히나 자주 연락을 하는 후배는 "장나라 김태희 박세완 차지연"이다. 김미경은 "편하게 연락을 하고 집에도 자주 놀러온다"고 전했다. 또 "박규영은 자주 보진 못하지만 꾸준히 안부를 묻고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친딸에게는 어떤 엄마일까. 28살이 된 딸을 둔 김미경은 자신이 "친구이자 개그맨 같은 엄마"라고 한다. 글을 쓰고 있는 딸과 언젠가는 함께 일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딸과는 '베프'(베스트 프렌드) 같은 사이에요. 그 또래면 부모님 보다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곤 하는데, 우리 딸은 저와 모든 얘기가 가능해요. 딸에게 '너는 엄마가 왜 좋으니'라고 물으니 '개그맨이라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김미경은 엄마 역할도 좋지만 다양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다만 "멜로만큼은 사절"이란다.
"그간 맡은 역할과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누아르도 좋고요. 아주 극단적으로 귀신이나 살인마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못 해본 역할에 갈증이 있죠. 단 멜로는 빼고요. 자신이 없네요. 하하."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 외에 김미경이 얻고 싶은 수식어는 소박했다. 그는 "그냥 연기하는 사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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