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흥행 참패 후 1년 반의 후반작업 끝에 세상에 나온 2부
"관객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어렵고 긴장되는 일"
[더팩트|박지윤 기자] '외계+인' 1부는 '흥행 보증수표'로 불린 최동훈 감독에게 154만 명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에 그는 150번의 편집 과정을 포함한 1년 반의 후반작업을 거치며 52개의 버전을 만든 끝에 2부를 세상에 내놨다. '더 이상 고칠 게 없을 때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거듭한 최동훈 감독은 그렇게 기나긴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2부 개봉을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약 1년 반 만에 2부를 선보이게 된 그는 혹평을 딛고 후반 작업에 몰두해 만족하는 결과물을 탄생시키기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최동훈 감독은 "흥행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중요하죠. 1부를 보고 2부를 보면 더 재밌고 또 반대로 2부를 보고 1부를 봐도 재밌는, 다양한 형태의 관람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이 몸속에 수감되는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어 2부에서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2022년 7월 스크린에 걸린 1부는 외계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둔다는 다소 낯선 설정과 고려시대와 현대 그리고 외계를 모두 다루는 방대한 내용과 세계관 등으로 '다소 난해하다'는 평과 함께 누적 관객 수 154만 명에 그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감독 인생 처음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최동훈 감독은 '다음 작업에 대한 원동력을 어떻게 얻을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 쓴 시나리오를 다시 펼쳤다고 회상했다.
"편집을 통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편집 구성을 재배치하고 대사를 새로 쓰는 과정만 1년이 걸렸죠. 제대로 된 편집 방향성을 찾은 다음에 디테일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어요. 편집하고 '난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야'라고 뇌를 속이면서 봤어요. 이 과정만 150번을 했고 그렇게 52개의 버전을 만들었어요."
최동훈 감독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외계+인' 1부는 넷플릭스와 티빙 등 여러 OTT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된 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재평가됐다. 이를 보며 많은 동력을 얻었다는 그는 "1부가 볼매(볼수록 매력)가 됐으면 좋겠어요. 당시에 '영화감독의 숙명이 이런 거구나'를 많이 느꼈죠.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작품을 개봉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어렵고 긴장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이하늬의 첫 등장 장면을 재촬영하고, 배우들에게 새로 쓴 대사 녹음을 부탁한 최동훈 감독이다. 또한 그는 스토리를 펼치는 플롯을 여러 번 바꾸고 고려 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빈도수를 늘려보고 줄여보는 등 다음 작업을 구상할 여유도 없이 오직 후반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그런 최동훈 감독에게 지금 관객들이 보고 있는 버전을 내놓게 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묻자 "더 이상 고칠 게 없었어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 능력 안에서 의심하고 고치는 과정을 끊임없이 했어요. 그리고 불을 끄고 '나는 관객이다'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계속 봤죠. 메모지에 단 한 글자도 적지 않을 때까지 보려고 했고 마지막에 한 글자도 적지 않았어요"라고 자신했다.
'외계+인'은 SF부터 판타지와 코미디 그리고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어느 곳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수많은 편집 과정을 거친 최동훈 감독은 "결국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에요"라며 "스펙터클한 어드벤처물이 되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 이면에는 캐릭터들의 연대 의식을 담고 싶었죠"라고 강조했다.
"여러 캐릭터가 엄청난 일을 해내고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이때 성취감보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이안(김태리 분)과 무륵(류준열 분)이 세 번 헤어져요. 그런데 의도된 헤어짐이 아니라 물살에 밀려서 헤어졌다가 물살에 의해 다시 만나거든요. 멜로보다 일종의 연대 의식이죠. 우리도 문득 살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런 것을 담고 싶었어요. 가족이 아니면 다 우연히 만나야되거든요(웃음). 만남의 끝을 표현하기 어렵지만 꼭 표현하고 싶었어요."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한 최동훈 감독은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데뷔작부터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그는 '도둑들'과 '암살'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하며 '흥행 보증수표'로 거듭났다.
그런 최동훈 감독에게 인생 처음으로 뼈아픈 실패를 안겨준 '외계+인'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궁금했다. 여러 질문을 듣고 막힘없이 답하던 그는 이를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예요. 다른 작품들은 다 독립해서 잘살고 있는데 '외계+인'은 우여곡절도 많았고 많은 정성과 사랑으로 보살펴야되는 그런 아이인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최동훈 감독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외계+인' 속 캐릭터들을 오랫동안 떠올릴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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