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현역들의 대결, 매 라운드 마다 '벼랑끝' 긴장감 & 스릴
2024년 일본열도 달굴 '가왕' 선발…3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서혜진 PD(크레아스튜디오 대표)는 방송가에서 킬러 콘텐츠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성공으로 홀대받던 트로트를 대세 장르로 이끌어냈고, 답보 상태를 걷던 종편 채널의 위상은 물론 방송가 판도마저 바꿔놨다. 그가 요즘 또다른 도전과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MBN '현역가왕'은 도전가수 모두 TV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실력파들이라는 점에서 매 라운드 대결마다 벼랑끝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존 신인가수 오디션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다.
그는 '미스트롯' 시즌 1, 2를 하면서 아마추어 신인여가수들의 자원이 고갈됐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그의 예상과 판단은 적중했다. 현역 여가수의 최고 실력자를 탄생시키는 프로젝트로 출발한 '현역가왕' 열기는 초반부터 뜨겁다. 시청률도 3회만에 10%를 넘겼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자신이 탄생시킨 국내 트로트 오디션 포맷을 일본 방송에 동시 런칭시켰다. 한일 방송 사상 첫 시도다. '트롯걸즈 재팬'은 현재 '와우와우' '아베마'에서 동시 방영 중이고, 후지TV에서도 하이라이트로 소개될 예정이다.
서혜진 PD는 익숙함에만 안주하던 기존의 방송 프레임을 뒤바꾸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이른바 '드림팀'으로 불리는 '서혜진 사단'의 구심점에 서 있다. '현역가왕'의 폭발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그를 스페셜인터뷰이로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역가왕'이 본선 데스매치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청자 피드백이 너무 크게 와닿아 연일 놀라고 있어요. 1회~2회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처음으로 열기를 피부로 느꼈고, 3회 방송 후엔 겉잡을 수 없을만큼 증폭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죠. 지난 3~4년 간 트로트 매력에 몰입한 팬들이 입소문(바이럴 확산)을 내기 시작하면서 댓글이나 조회수도 덩달아 폭발하는 분위기입니다. 데스매치 이후 본격화 될 '메들리 미션' '에이스 미션'과 두 차례 준결승 등 새로운 라운드에 진입할 때마다 반응 강도는 거세질 거라고 봅니다.
SBS에서 TV조선으로 옮겨 종편채널 판도를 바꾼 서혜진 PD는 지난해 외주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독립했다.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인 '트롯걸즈 재팬'은 그가 독립제작사 이후 MBN에서 첫 방송한 '불타는 트롯맨' 포맷이다. 가요계에서 활동 중인 현역 여가수들이 경연을 펼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완전 아마추어 신인들의 서바이벌과는 다르다. 도전자들에겐 부담도 크다. 탈락하면 자존심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최종 TOP7 윤곽이 드러나면 가수들의 인기 판도가 바뀔 수도 있지 않나.
이번 '현역가왕'은 당초 아마추어들로 기획했다가 인지도가 있는 현역가수들의 경연으로 바꿨어요. 두번의 오디션을 거치며 더이상은 기대할 뉴 페이스들을 발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현역들을 한데 규합한다는게 말처럼 쉽진 않았죠. 그들 역시 부담스런 도전이었을 테고요. 대신 본선 결정전에 최종 선발되는 순간 바라보는 시선이나 대중적 인기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어려운 선택이었던 만큼 얻는 것도 많다는 얘기죠.
어떤 장르이든 대박 히트를 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수가 히트곡을 내려면 흔히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한다. 좋은 작품(작사 작곡)이 있어야 하고, 해당 가수는 그 곡을 잘 소화할 실력이 있어야 한다. 또 연출 매니지먼트와 연관된 부분이긴 하지만 노래 실력 못지 않게 대중적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운도 따라야 한다. '운이 좋았다'며 주변에서 먼저 부러움섞인 시샘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험과 도전이 없으면 성공의 짜릿함을 맛보기 힘들다. 행운도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먼저 차지할 가능성이 더 많다.
-일본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트롯걸즈 재팬'은 어떤 프로그램인지 설명해달라?
한국 트로트의 '일본판 오디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한테 익숙한 서바이벌 포맷을 그대로 벤치마킹 한 것이기 때문이죠. 명칭에서부터 구성과 진행방식까지 거의 비슷해요. 다만 우리와 문화가 다른 일본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몇가지 변형된 재미 요소를 가미했어요. 규모나 화려함은 우리보다 좀 덜한 편이지만, 일본 방송이 비교적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보면 '플렉서블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같아요.
'트롯걸즈 재팬'은 '현역가왕'의 일본 버전이다. 지난 12월1일부터 일본 최대 위성방송인 '와우와우', 일본 최대 케이블 플랫폼 '아베마'에서 동시 방영 중이다. 조만간 후지 TV가 하이라이트로 방영하면 일본 내 3개 채널을 통해 송출되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후지TV 자회사인 넥스텝과 nCH 재팬이 공동 제작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제작진이 협업하는 초대형 오디션 서바이벌로 진행된다. nCH 재팬(정창환 대표)은 서혜진 PD가 이끄는 크레아 스튜디오와 해외 프로그램제작 협력사다.
-'트롯걸즈 재팬'은 명확히 얘기하면 '불타는 트롯맨' 포맷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맞습니다. 애초 '불타는 트롯맨' 제작을 전후로 일본 쪽과 협의가 있었고, '현역가왕' 역시 아마추어 도전자들을 대상으로 계획했다가 궤도 수정을 한 것이니까요. '현역가왕' 도전자들은 현재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여가수들인데 반해 '트롯걸즈 재팬' 참가자들은 순수한 아마추어들이에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음식점 아르바이트생, 도장업, 미용사 등 다양해요. 아마도 최종 우승자를 향한 시선은 일본 시청자들한테 더 극적일 수도 있어요. 그야말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탄생하기 때문이죠.
'트롯걸즈 재팬'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주로 쇼와부터 헤이세이에 걸쳐 일본 대중에 널리 불려온 명곡들이다. 참가자 연령층은 12세부터 50세까지 다양하고 사전 심사를 통과한 54팀(57명)이 예선전 및 본선 경연을 펼친다. 최종 우승자에겐 1000만 엔의 상금 수여되는데 매라운드마다 선정되는 MVP가 우승 상금에 100만 엔을 보탤지, 아니면 그냥 30만 엔을 받을지 여부는 선택하도록 돼 있다. 각 라운드마다 100만 엔을 보탤 경우 최종 상금은 1500만 엔이 될 수도 있다.
-내년 2월이면 두 프로그램 모두 가왕이 탄생한다. 한일전 대결 방식에도 관심이 많다.
한일전이라고 하면 트로트와 일본의 정통가요인 엔카의 대결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가 않아요. 일본의 도전자들은 통칭 일본 대중가요(J-POP)의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트롯걸즈 재팬'이라는 프로그램 명칭에서 보듯 일본에 없는 장르인 한국의 트로트를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처음부터 엔카로 한정하지 않은 이유죠. '현역가왕' 출연자들도 트로트만 부르는게 아니고요. 일단 양국 모두 각자 방송을 통해 TOP7이 확정되면, 한일전은 스핀오프로 제작해 동시 방영하게 될 것같아요.
출발은 비슷하게 했지만 양국의 프로그램 횟수 차이에 따라 종영일은 약간 다르다. 국내에서는 내년 2월 6일 '현역가왕' 마지막 11회 분이 방영되고, 일본에서는 '트롯걸즈 재팬'이 2월 18일 최종회로 막을 내린다. 이후엔 스페셜 다큐 형식(3회)으로 두 프로그램의 라운드 대결을 담아 소개하고, 5회 분 가량의 '한일가왕전'(공동 및 교차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 제작진이 구체적 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여러 여건상 양국 최종 진출자들은 트로트 오디션 본산인 한국에서 촬영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현역가왕' 이후 계획하고 있는 향후 콘텐츠 제작 방향을 살짝 귀띔해줄 수 있나.
이번 '현역가왕'과 '트롯걸 재팬'은 한일 방송교류의 첫 출발점이란 데서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미스트롯'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트로트 오디션의 완결판이기도 하고요. 내년엔 방향을 좀 바꿔 청소년 아이돌 그룹 탄생을 목표로 새로운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2024년 여름을 겨냥하고 있는데 이미 일부 제작진도 구성돼 있어요. '언더피프틴', 중학교 이하 연령대 여자 아이돌이 타깃이라 뉴진스보다 어린 멤버들인 셈이죠. 하이브나 JYP, SM 등 대형 기획사 스타일이 아니라 방송 오디션을 거쳐 신데렐라로 탄생되는 크레아스튜디오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서혜진 PD는 97년 SBS에 입사해 교양국과 예능국에서 21년간 활약하다 2018년 TV CHOSUN(제작본부장)으로 옮겨 종편채널 간판 예능 PD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으로는 '놀라운 대회 스타킹',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아내의 맛', '내일은 미스트롯', '내일은 미스터트롯' 등이 있다. '스타킹' 연출자로 2008 SBS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선정한 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TV조선 이적 후 2020년대 강력한 트로트 열풍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외주제작사(크레아 스튜디오)를 차리고 독립했다. 사상 첫 한일 방송 프로그램 동시 런칭 등 그는 기존 방송사 시스템으로는 추진하기 힘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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