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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극 여주인공은 이중생활을 한다[TF프리즘]

  • 연예 | 2023-12-10 00:00

'열녀박씨'·'혼례대첩'·'밤피꽃' 모두 이중생활 여주
사극 속 여성 캐릭터 한계 뛰어넘기 위한 장치


배우 이세영 조이현 이하늬(왼쪽부터)는 각가 사극에서 이중생활을 펼치는 캐릭터로 활약 중이다. /MBC, KBS 2TV
배우 이세영 조이현 이하늬(왼쪽부터)는 각가 사극에서 이중생활을 펼치는 캐릭터로 활약 중이다. /MBC, KBS 2TV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요즘 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중생활이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극본 고남정, 연출 박상훈·강채원)의 주인공 박연우(이세영 분)는 현대로 넘어오기 전 조선시대에서 대외적으로는 이조판서 박대감댁의 금쪽같은 외동딸이지만 암암리에 의복과 자수를 지어 판매하는 호접 선생으로 활동한다.

박연우는 빼어난 외모는 물론 똑똑한 두뇌와 다재다능한 손재주를 지닌 완벽한 여성이지만 한양 제일의 원녀(혼인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시집가지 않은 여자)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하며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결혼을 거부해 온 것이다.

결혼을 강요하는 어머니에게 박연우는 "양반이면 뭘 합니까.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 없는데 뭘 그리 큰 걸 바랬다고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제 이름 석자로 살고 싶을 뿐입니다"라며 울분을 토로할 만큼 주체성이 강하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 이세영이 연기하는 박연우는 이조판서 박대감댁 외동딸이자 의복과 자수를 지어 판매하는 호접 선생이다.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 이세영이 연기하는 박연우는 이조판서 박대감댁 외동딸이자 의복과 자수를 지어 판매하는 호접 선생이다. /MBC

지난 10월 30일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월화드라마 '혼례대첩'(극본 하수진, 연출 항승기·김수진)의 여주인공 정순덕(조이현 분) 역시 이중생활을 즐기는 캐릭터다.

정순덕은 좌상댁 아들과 결혼했지만 결혼 반년 만에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낸 5년 차 청상과부다.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관찰력과 활동적인 성격,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취향을 살려 조선 최고 중매쟁이 여주댁으로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순덕은 붉은 입술이 돋보이는 짙은 화장에 눈 밑 애교점을 그려 여주댁으로 변신한다. 그러다 한양 최고 울분남 청상부마 심정우(로운 분)와 힘을 모아 맹진사댁 원녀 세 자매 혼인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

'혼례대첩'에서 조이현은 좌상댁 며느리 정순덕이자 조선 최고 중매쟁이 여주댁을 연기한다. /KBS 2TV
'혼례대첩'에서 조이현은 좌상댁 며느리 정순덕이자 조선 최고 중매쟁이 여주댁을 연기한다. /KBS 2TV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후속으로 내년 1월 방송될 MBC 새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정명인, 연출 장태유·최정인·이창우)의 주인공 조여화(이하늬 분)는 15년 차 수절과부와 복면무사를 오간다.

극 중 초례도 치르지 못하고 수절과부가 된 조여화는 낮에는 사당에 올라가 곡을 하거나 삼강행실도를 써 내려가는 게 일이지만, 해가 지면 담을 넘어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을 돌본다. 그렇게 이중생활을 오가던 조여화는 우연히 종사관 박수호(이종원 분)와 엮이게 되면서 특별한 공조를 펼칠 예정이다.

조여화가 이중생활을 하는 이유는 넘치는 정의감을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포스터 속 '지엄한 국법이 힘없는 백성을 구할 수 없다면 내가 그들을 구하면 되지 않습니까'라는 문구는 조여화의 성격을 잘 설명한다.

공개된 스틸 속 소복을 입은 그의 모습과 복면을 쓰고 지붕 위에 걸터앉은 모습은 조여화의 양면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전에 없던 조선 시대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기대케 한다.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가 연기할 조여화는 15년 차 수절 과부지만 밤에는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을 돕는 인물이다. /MBC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가 연기할 조여화는 15년 차 수절 과부지만 밤에는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을 돕는 인물이다. /MBC

최근 대중문화 속 여성 서사와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이 중요해지며 사극에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사극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조선시대는 유교사회로서 여성의 역할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이는 "여인이란 무릇 혼인을 하여 지아비를 받들고 후사를 잇는 것이 도리"('혼례대첩'), "여인이 뭔가 하겠다는 꿈을 꾸는 자체가 죄"('열녀박씨 계약결혼뎐')라는 극 중 대사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과거 '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한 정지인 PD 역시 한 인터뷰에서 "사극에서 여성의 주체성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한계를 어디까지 넘을 수 있는지 매번 시험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사극 속에서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사극은 '이중생활'이라는 설정을 가미해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사극에 또 어떤 상상력이 더해져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할지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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