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강변 CGV 등장 이후 멀티플렉스 대거 등장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약 90% 이상 차지
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얼어붙었던 한국 영화계는 관람료 인상과 OTT 플랫폼의 성장 등으로 결국 역대급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60년 역사를 지닌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있고, 얼마 남지 않은 단관극장은 저마다의 생존 방식을 찾으며 그 자리를 지키려 한다. 이에 <더팩트>는 대형 멀티플렉스가 익숙한 세대에게는 정보를, 단관극장이 그리운 세대에게는 향수를 선사하기 위해 추억의 K-극장을 되짚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단관극장이란,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춘 극장을 의미한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가 익숙한 세대에게 단관극장은 생소한 곳이자 미지의 공간이다. 이에 반면 단관극장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이들에게는 기억의 교류이자 추억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스크린이 여러 개 있는 복합상영관을 일컫는 멀티플렉스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11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문을 연 강변 CGV다. 이후 멀티플렉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반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게 단관극장이다. 그 이전까지는 단관극장이 일반 극장이자 영화관 그 자체였다.
국내에 첫 멀티플렉스가 들어온 이후로 약 26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는 CGV 191개 점포, 롯데시네마 142개 점포, 메가박스 111개 점포가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영화 상영 시장은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극장은 어디일까. 근대 극장 역사는 개항 및 일본인을 비롯한 외부인 이주와 함께 시작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 최초의 근대 공연장은 인천 애관극장으로 기록되고 있다.
1895년 개관한 애관극장은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공연장으로, 개항기부터 인천의 문화 활동 중심지였다. 현재 5관, 860석을 보유하고 있는 애관극장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등장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되면서 매매 추진도 있었지만,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애관극장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보존의 길을 택했다.
이어 유은학원 설립자 최선진은 1935년 광주극장을 개관했다. 당시 1000석이 넘었으나 1986년 화재로 전소됐고, 그해 10월 다시 건물이 세워지면서 현재 856석을 보유 중이다. 광주극장은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지정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돼 살아남았고, 멀티플렉스에서 자주 보기 힘든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1960년 경동시장과 함께 문을 연 경동극장은 1994년까지 영화를 상영했고, 이후 오랜 시간 방치됐다. 이후 경동극장은 지난해 12월 '경동 1960'이란 이름의 스타벅스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단관극장이 카페가 됐지만, 해당 매장은 영화관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특히 테이블과 의자를 계단식 구조에 맞춰 놓았고, 천장의 목재 트러스(직선봉을 삼각형으로 연결한 골조 구조)를 노출하면서 극장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해당 매장에 방문했던 손님들은 가장 위쪽에 앉으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1963년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개관된 이후, 원주 원도심인 평원로 일대에 원주극장(1956)·시공관(1962)·아카데미극장·문화극장(1967)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05년 원주에 멀티플렉스가 들어오면서 단관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결국 2006년 문을 닫았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원주 아카데미극장도 지난달 철거됐다.
이렇게 1990년대 중반까지 한 극장에서 한 영화만 상영하는 단관극장이 주를 이뤘다. 특히 서울 종로3가 주변의 단성사·피카디리·서울극장과 충무로 일대의 대한·명보·스카라·국도극장이 유명했다. 하지만 대형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단성사는 폐관했고, 피카디리는 멀티플렉스로 바뀌었다. 이어 종로극장문화를 대변하던 서울극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결국 개관 42년 만에 2021년 문을 닫았다.
멀티플렉스와 단관극장은 분명 다른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멀티플렉스가 한 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골라볼 수 있다면, 단관극장은 하루에 상영되는 작품과 회차가 한정적인 만큼 상영시간에 맞춰서 방문해야 한다.
특히 1회차 상영에서 앞부분을 놓치면 2회차 상영 때 앞부분을 이어서 보고 나오는 일이 빈번했다고.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50대 여성 A 씨는 "영화 상영 중간에 필름이 끊겨도 큰 불만 없이 다시 나오길 기다렸던 때도 있다. 지금은 영화가 상영 중간에 멈춘다는 건 상상도 못 하지 않냐"라며 "그런 낭만이 있는 공간"이라고 추억을 되새겼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단관극장부터 지점의 개수가 적은 멀티플렉스까지, 대형 멀티플렉스 이외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이런 곳을 찾아가서 작품을 즐기고 있는 관객들도 여전히 꽤 있다.
이에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물론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세분화된 취향을 소비하는 층이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아날로그 상영관 자체가 문화적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또한 관계자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한해서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현재 마케팅 트렌드를 접목하면 공간 활용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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