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을 다룬 첫 번째 한국 영화
"반란군과 맞섰던 진짜 군인들의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싶었다"
[더팩트|박지윤 기자] 김성수 감독이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던 1979년 12월 12일, 총성이 울렸던 그날 밤으로 시간을 되돌렸다. 그는 일촉즉발의 9시간을 141분에 촘촘히 녹여내며 44년 동안 품고 있던 오랜 숙제이자 수수께끼를 풀었고, 관객들에게는 뜨거운 전율을 선사한다.
오는 22일 스크린에 걸리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김 감독은 개봉을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 12.12 군사 반란을 소재로 한 첫 번째 한국 영화
김 감독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육군참모총장 납치 당시 벌어졌던 총격전을 실제로 들었고, 그때의 기억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다룬 시나리오를 받고, 연출을 결심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그는 "군사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영화지만, 그들이 중심이기에 멋진 악당처럼 묘사될까 봐 걱정했죠"라고 설명했다.
총성을 들었던 그 순간부터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는 김 감독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이에 메가폰을 잡은 그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본래의 이야기를 토대로 반란군과 맞섰던 진짜 군인들의 이야기를 확장시키고자 했다. 진압군을 부각하면서 반란군의 잘못을 꼬집고 싶었고, 관객들도 이들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면서 반란군의 승리가 잘못됐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길 바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그렇게 빨리 권력을 빼앗겼을까'가 궁금했는데,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그날 밤을 재현해 보고 싶었어요.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실제 사건의 뼈대를 벗어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면서 재밌게 만들려고 했어요."
◆ 실명을 쓰지 않은 이유
'서울의 봄'에는 전두광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이 실명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실명에서 멀어지니 자유롭게 이야기를 쓸 수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제 영화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그 인물을 가운데에 넣었죠"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다만 12.12를 인터넷에 쳤을 때 바로 뜨는 사진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넣었어요. 군 조직을 장악하고, 모든 직책을 자기편으로 배치한 다음에 기분 좋게 찍은 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승리의 기록이 부끄러운 기록이 되길 바랐어요. 영화가 끝날 때 사진을 넣은 건,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 게 바로 그 사진이기 때문이에요. 다시 관객들도 역사로 들어가서 찾아보길 바랐어요. 시작이 곧 끝이 되는 방식인 거죠. 일종의 청유행위에요."
◆ 김성수 감독이 말하는 황정민·정우성, 그리고 배우들
황정민은 신군부의 핵심 인물인 전두광으로, 정우성은 신군부에 홀로 맞서 나라를 지키려 했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해 팽팽한 대립각을 이룬다. 황정민과 '아수라'(2016)를 함께 했던 김 감독은 "그는 마술사이자 마법사"라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아수라'를 끝내고, 황정민의 극단에서 올린 연극 '리차드 3세'를 봤던 때를 회상하며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예요. 저는 그저 악보를 주고, 황정민이라는 뛰어난 악기가 연주하는 걸 듣는 거죠. 연주를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악기에서만 나오는 소리니까요"라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황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민머리 비주얼로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김 감독은 '서울의 봄'을 다큐멘터리로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작품 속 전두광은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비주얼적으로 높은 싱크로율을 원했다고. 이에 황정민도 흔쾌히 응했다.
"본인도 약간의 변화를 주기 싫다더라고요. 완전히 자신을 지우고 싶다고 했어요. 특수 분장을 제일 잘하는 분들과 여러 번 회의하고 실험하면서 가발을 만들었어요. 다섯 개 버전의 가발을 썼고, 점점 진화해 갔어요. 아마 미묘하게 다른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또한 김 감독은 정우성과 '비트'(1997)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1997) '무사(2001) '아수라'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앞서 정우성은 자신의 데뷔 첫 장편 연출작인 '보호자' 개봉 당시 "자연스럽게 김성수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들은 김 감독은 "'보호자'는 정우성을 쏙 빼닮은 영화예요. 주인공도 우성과 많이 닮았죠"라며 "정우성은 자기 방식대로 영화를 찍으려고 했을 거예요. 다만 아직 정우성의 언어가 완성 단계가 아니고, 저와 친하니까 치켜세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점점 더 자기화되게끔 만들면 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감독이 될 것 같아요"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정우성이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많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다룬 작품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시키라는 김 감독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태신은 과묵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 그 시대의 아버지상이죠. 제가 오랫동안 정우성을 봤는데 이런 면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실제의 성품과 태도를 반영하길 원했는데 쉽지 않았나 봐요. 본인을 캐릭터에 넣는 걸 어색해하더라고요. 순수하지 않나요? 정말 겸손하죠. 이런 마음이 모여서 긴장감이 형성됐어요."
황정민과 정우성을 비롯해 이성민 박해준 정만식 김성균 안내상 이준혁 정해인 등 개개인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빛나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그들이 '그 시대의 일을 그럴듯하게 재연하는 것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전 고개만 끄덕였어요"라고 모든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서울의 봄'을 통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인생의 수수께끼이자 숙제를 풀게 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저 재밌는 영화로만 보길 바란다고. 그는 "총성을 들었을 당시부터 의구심을 품었고, 지금까지 왔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저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면, 호기심을 갖고 역사책을 열어봤으면 좋겠어요. 이건 감독의 원대한 희망이고 꿈이죠"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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