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복식 강조할 수 있었던 원단
'혼례대첩'으로 전통 장신구 유행 이끌까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시청자들의 기준과 수준이 높아지며 제작자들의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고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가운데 최근 시청자들의 눈을 두 배로 사로잡은 작품들이 호평받고 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고증은 물론이고 시대 당시 '복식'을 보여주고 있는 '혼례대첩'과 '고려 거란 전쟁'이다. 그 중 '혼례대첩' 복식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비하인드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K-한복의 또 다른 이면을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방송, 화보, 광고 채널을 막론하고 '한복'을 내세운 콘텐츠들은 다양해졌다. 그중에서도 '혼례대첩'은 무엇이 다르길래 한복 '덕후'들까지 사로잡았을까. 원단·색감 좋은 한복은 물론이고 갓, 망건, 부채 등 소품까지도 전통복식의 재현에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는 점이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조상경 의상감독, 하지희 미술감독을 비롯해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한 조력자들이 또 있었으니 의상과 장신구 등의 협찬을 맡은 나래솔과 사랑공방이었다.
<더팩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례대첩'에 또 다른 도움을 줬으며, '혼례대첩' 외에도 전통한복과 장신구 제작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이들을 최근에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원단이 좋을수록 한복의 '태'가 살고 예쁘게 보여요."
'혼례대첩' 속 한복은 원단과 색감 면에서 유독 호평을 많이 받았다. 여느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원단이 좋을수록 한복의 '태'가 산다는 걸 보여준다"고 치켜세웠다. 이는 실제로도 중요했다. 평소 디자인보다 소재를 먼저 결정한다는 조상경 의상감독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원단을 사용했다. 그는 "조선시대 초상화 속 옷의 주름, 신윤복이 그린 풍속화 인물의 착장 방식들을 참고하며 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한복지로 제작돼야 했다. 또한 신분에 맞게 양반과 왕을 포함한 궁궐 인물들은 용문, 연화문, 운문 등의 문양이 있는 여름 소재인 항라와 갑사 등을 사용했고 평민들은 주로 삼베, 모시 등을 썼다"고 밝혔다.
이에 자체 직물공장을 통해 만든 100여 종류의 원단을 보유 중인 나래솔이 '혼례대첩'에 원단을 협찬했다.
김정숙 원장은 "이전에 작품을 같이 했던 디자이너가 '혼례대첩' 협찬 요청을 했다. 저희가 원단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연이 닿았다. 기획 방향을 듣고 공장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이왕이면 공장에 옛날 복식을 표현할 수 있는 옷감이 많이 있으니까 직접 원단을 보고 고르는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 복식에 사용되는 원단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김 원장은 "항라의 경우 유물 재현 등에는 사용되지만 요즘에는 거의 안 쓰기 때문에 수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웬만해서는 항라를 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색감에서도 원단의 차별점이 드러난다. 김 원장은 "물론 비슷한 색감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원단에서 풍겨 나오는 느낌이나 결이 다르다 보니 같은 빨강이더라도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달리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사실 나래솔은 '혼례대첩' 외에도 이미 여러 작품과 협업한 바 있다. 이번처럼 협찬만 하기도 하지만, 제작까지 함께할 때도 있다. 의상학과에서 전통복을 배우고 연구했던 김 원장은 전공을 살려 시대에 맞는 옷의 형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옷소매는 붉은 끝동'이었다. 당시 복식 고증은 물론이고 색감부터 바느질까지 시대에 맞춰 세심하게 신경 썼었다.
김 원장은 "'혼례대첩'도 마찬가지일 터다. 작품을 위해 만드는 한복은 모두 수작업이다. 바느질 한 땀 한 땀의 느낌이 옷의 전체를 좌우하기 때문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런 점을 알아봐 준다면 뿌듯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한국의 또 다른 멋"…전통 장신구
'혼례대첩'의 또 다른 볼 맛은 바로 한국의 멋이 담긴 액세서리, 전통 장신구였다. 그중 핸드메이드를 내세운 사랑공방은 관자, 풍잠, 머리꽂이, 비녀, 떨잠 등 다양한 장신구를 협찬하고 있다. 제작으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옥로 등 부탁이 오면 종종 만들기도 한다.
사랑공방이 '혼례대첩'과 함께하게 된 건 입소문 덕분이었다. '슈룹' 중반부터 참여했던 사랑공방은 당시 함께했던 스태프들의 추천으로 '혼례대첩'과도 연이 닿았다. 고순천 대표는 "처음에는 '혼례대첩' 대본을 4회까지 받았다. 모든 대본을 볼 수는 없지만, 사실 몇 회만 봐도 드라마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지 않나. 주인공들이 밝은 인물들이기에 스타일에 맞춰 선정했다. 저희 자체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게 많다. 그래도 이번에는 젊은 배우들이다 보니 최대한 젊은 분위기를 가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고 대표 말대로 사랑공방은 전통에 기반한 장신구들이 많다는 점이 특색이다. 사실 쥬얼리를 전문으로 하던 고순천 원장은 뒤늦게 독학으로 전통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의류학과 도서관과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도록을 살폈고 이를 토대로 장신구를 제작했다. 때문에 더욱더 당시 시대의 분위기와 특징이 담길 수 있었다. 고 대표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한 영친왕비 도록 등을 매일 본다. 이미 고증이 된 것들을 계속해서 본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사랑공방만의 강점이 됐다. 장신구도 퓨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물론 현대적인 것도 분명 있어야 하는 건 맞다. 다만 난 옛날 장신구를 재현하는 게 재밌으며 만들 자신도 있다. 그렇게 하나둘 전통적인 장신구들이 많아졌고,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장신구에서도 '오방색'이 중요했다. 평소 고 원장은 한국무용과 국악 등 무대에 오르는 전공자들 사이에서 여러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색감이 좋다고 평가받는 고 대표는 "도룩을 많이 봐서 도움이 된 것 같다. 옛날에는 쨍한 오방색을 많이 사용했다. 사실 요즘 한복들에 파스텔톤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장신구도 파스텔톤을 따라가더라. 하지만 난 파스텔 옷일수록 오히려 옛날 오방색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오방색 위주의 장신구를 주로 만들고, 이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찾아준다"고 말했다.
협찬으로 물건을 제공하지만, 작품에 따라 손을 보기도 한다. 화면에 조금 더 잘 담겼으면 하는 애정 어린 마음에서 비롯됐다. 고 대표는 "있는 것 그대로 가져가면 편하지만, 그래서는 별로 예쁘지 않더라. 방송에 맞는 드라마용으로 조금씩 변형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비녀의 경우 판매용보다 길이를 조금 늘인다. 최근 노리개가 짧은 편인데 '혼례대첩'에서는 한복에 맞춰 수실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해 그렇게 바꿨다"고 전했다.
전통 장신구의 재현이 많아지고 이를 사용하는 데가 많아질수록 관심을 갖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늘었다. '혼례대첩'은 그 효과가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고 대표는 "최근 '혼례대첩'을 보고 순덕(조이현 분)의 꼬지 등을 물어본다. 사실 작품에 협찬한 제품은 현재도 촬영팀이 갖고 있을뿐더러 팔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기회를 통해 전통 장신구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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