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OTT, 지구촌 시청자들 눈과 귀 사로잡은 거대 권력
마냥 반갑지만 않은 넷플릭스 '한국 3조3000억 원 투자' MOU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1995년 SBS에서 방영된 '모래시계'는 평균 시청률 50.8%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다. 총 24부작으로 첫 회 시청률 29.8%로 출발해 5회에 40%, 14회 55%, 16회 60.3%를 찍었다. 이후 종영까지 60%대(21회 65.7%)를 유지했다. '모래시계'가 방영되는 시간이면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서둘러 귀가한다고 해서 '귀가시계'로 불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 두 자릿수 시청률(10% 대)만 나와도 성공으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이제 TV 방송 시청률 30%는 '꿈의 수치'가 됐다. 시청자들은 더이상 TV 앞에서 '기다리는 콘텐츠'에 연연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입맛대로 다양한 메뉴를 골라볼 수 있는 넷플릭스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의 영향력은 지상파 TV의 아성도 무너뜨렸다.
◆ TV 드라마 제작비 10년 사이 5배 이상 상승 '투자금 회수 난망'
"공휴일이라서 하루 종일 시간이 여유로웠는데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가 약속시간을 그만 30분이나 늦고 말았네요. 저녁 미팅에 나가야할 시간이 임박해진 걸 알고도 '5분만 더, 5분만 더' 하다가 그리 된거죠. 결국 일행들한테 핀잔을 듣긴 했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까지 다 보지 않고선 일어나기가 힘들더라고요." (넷플릭스 구독자)
글로벌 1위 멀티미디어 OTT 업체 넷플릭스는 이미 지구촌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거대 권력이 됐다. 현재 총 4000여 만개의 영상물을 보유한 가운데 캐나다, 멕시코, 한국, 일본, 대만 등 19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트리밍 이용자는 미국에서만 6000만 가구, 전 세계적으로 2억 2300만 가구(2022년 3분기 기준)에 이른다.
◆ 'IP 독점' 글로벌 OTT, 자본력 동원+세계 유통망 가동 '수익창출'
안타깝게도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의 입지가 탄탄해질수록 TV 위상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과거엔 '모래시계'가 귀가시간을 재촉했다면 넷플릭스 영상 콘텐츠는 거꾸로 약속시간을 늦추거나 멈출 만큼 막강하다.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드라마 시청패턴이 180도로 뒤바뀌면서 달라진 현상이다. 수많은 볼거리로 무장한 콘텐츠 위력이기도 하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 업체들은 국내 영화 드라마 제작비를 최근 10년 사이 다섯 배 이상 올려놓았다. 10부작 드라마의 경우 전체 예산이 300억을 상회(회당 제작비 10억)하면서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제작비를 들여도 전 세계 유통망을 가동해 큰 수익을 내는 넷플릭스의 경쟁력과는 사뭇 다르다.
더 안타까운 것은 OTT가 강력해질수록 국내 방송 콘텐츠는 고사 위기에 내몰린다는 점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오징어게임'의 실익은 IP(지적재산권)를 독점한 넷플릭스가 가져갔다. 얼마 전 넷플릭스의 '한국 3조3000억 원 투자' 소식(MOU)이 전해졌지만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닌 듯싶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가 방송가 안팎에서는 한숨 소리만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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