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분명한 뷰티플노이즈 이끌며 눈에 띄는 성과
뮤지션으로서 힘든 시기 지나 다시 내면 채운 시간
[더팩트 | 정병근 기자] 5년 전 혜성처럼 나타나 신선한 즐거움을 줬던 마미손. 그는 이후 새로운 꿈을 꾸며 묵묵히 전진했고 이제 걸출한 음악 레이블 대표로 세계를 바라본다. 뮤지션으로서는 "텅텅 비어버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다시 마미손을 주목해야 할 때다.
마미손은 2018년 9월 엠넷 '쇼미더머니777'에 핑크색 복면을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랩을 뱉자마자 많은 이들이 정체를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마미손"이라던 그, 이후 한 인터뷰에서 "그 사람(매드클라운)은 좀 재미가 없다. 좀 뻔하고 위트도 없다. 더 드러내고 꺼내며 살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 이후 마미손의 이름으로 앨범 '나의슬픔(My Sadness)'까지 발표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오랜 활동에 피로감을 느낀 한 뮤지션의 일시적인 일탈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 사람'을 "재미가 없다"며 '디스'할 때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마미손은 구체적인 계획까지 짜놓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때부터 가야할 길 정도는 정해놨다. 재미있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음악을 하자는 것. 그 집단이 뷰티플노이즈(Beautiful Noise)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갔지만 원슈타인을 발굴했고,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지올팍과 한국대중음악상에 더블 노미네이트된 시온 등이 있다.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로 구성한 레이블을 만들겠다"는 자부심으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뷰티플노이즈를 이끌면서 마미손은 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고 있다. 최근엔 해외 출장이 부쩍 많아졌다.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고 또 뷰티플노이즈 아티스트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함이다. 그 시기 플레이어로서 마미손의 역할은 다소 적었다. 최근 <더팩트>와 만난 마미손은 "뮤지션으로서는 '나의슬픔(My Sadness)' 앨범 이후 2년여 동안은 텅텅 비어버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치열하고 우직했던 마미손의 시간을 돌아봤다.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핑크색 복면을 쓴 마미손은 뷰티플노이즈 설립 후 기존의 형태로는 기존의 이름 있는 가수들을 영입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예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뮤지션들을 발굴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운드클라우드를 샅샅이 훑었고 수많은 콘텐츠를 찾아 봤다. 그 과정에서 영입한 아티스트들이 원슈타인, 김승민, 지올팍, 시온, 찬주 그리고 곧 출격할 gyun 등이다. 어려운 길이지만 자기만의 기준과 확신이 있었다.
"영입한 아티스트들의 기준은 딱 보거나 들었을 때 신선해야 한다. 음악을 잘하는 건 기본이고 자기만의 냄새가 있어야 한다. 그 기준으로 찾았고 그런 면에선 확신이 있었다. 힘들긴 했다. 인지도가 아예 없으니까 뭘 해도 들어주질 않더라. 그래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힘들긴 했지만 쭉 쌓아가다가 어떤 계기만 생기면 그때부터는 조금 순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간 터질 친구들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기획자로서 그 시간을 어떻게 단축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대다수 음악 레이블의 경우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얼굴이 조금이나마 알려진 이들을 영입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지만, 뷰티플노이즈는 마미손의 말처럼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뮤지션들로 풀을 채웠다. 그리고 그들 모두 전에 본 적 없던 냄새를 풍긴다. 뷰티플노이즈의 가치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친구들과 함께 뷰티플노이즈를 같이 하면서 생각한 건 하나다. 솔로 가수들에 한정해서 우리나라 음원 시장에서 차트를 보면 신선산 충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 나온 지 오래 됐다. 피로감과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거 같고 나도 그랬다. 더 잘 돼야겠지만 지금까지 속해 있거나 거쳐간 아티스트 봤을 때 뿌듯하다. 지금까지는 원슈타인과 지올팍이 확 터졌지만 다른 친구들도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 다들 음악을 잘하고 새로운 얼굴이고 각각 자기의 색깔이 있다."
2020년 '쇼미더머니9'을 계기로 대세가 된 원슈타인은 이미 그 전부터 뷰티플노이즈에서 담금질하며 활활 타오를 준비를 마쳤다. 원슈타인이 우승자보다 더 최대 수혜자라는 평까지 나오고 허브콜이 쏟아진 건 마미손의 표현처럼 "그만의 냄새"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CHRISTIAN(크리스찬)'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올팍은 뷰티플노이즈와 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그 역시 곡의 메시지부터 음악 스타일, 비주얼에 이르기까지 충격적일 만큼 신선하다. '모두의 취향일 순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미칠 정도의 취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니악한 측면이 있지만, 마침내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해 버렸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제 음악이 대중성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제 타이밍'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의 시간이 왔다.
시온은 지난해 7월 발매한 데뷔 EP 앨범 'love(러브)'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 R&B 장르 부문에 더블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으로부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두 번째 EP 'LIVE(라이브)'도 호평이 쏟아진다. 그는 스포티파이 미국 현지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Limelights' 'Indie Arrivals' 'Fresh Finds Pop' 플레이리스트의 메인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올팍과는 또 전혀 다른 냄새를 풍기는 시온은 벌써부터 '뮤지션의 뮤지션'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마미손은 그들의 색깔 그대로를 존중하기에 크게 관여하는 부분이 없다. 아까 언급했듯이 터지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은 것들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얘기한다. 그렇지만 마미손은 "결국은 내가 늘 진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다른 이의 말에 쉽게 휘둘릴 아티스트들이었으면 애초 뷰티플노이즈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는 아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마미손은 이 친구들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로 해외다. 그는 "뷰티플노이즈는 궁극적으로는 해외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태국, 일본, 미국 LA에서 직접 미팅을 갖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온은 아예 해외 쪽은 미국 유통사에 다 맡겼다. 첫 시도였고 숫자적으로 아직 반응은 없지만 긍정적이다. 해외 사진 작가와 프로듀서들, 플레이어들이 같이 작업하자고 딜이 굉장히 많이 온다. 여러 방면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한국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의 자기 색깔 확실한 친구들도 열심히 찾는 중이다. 아티스트 발굴은 잘 할 수 있고 재미를 느끼는 분야다. 비즈니스를 한다기보다 음악 교류가 맞는 것 같다."
마미손이 추구하는 뷰티플노이즈의 가치는 음악사에 유산으로 남을 만한 뷰티플노이즈만의 음악이다. 그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 결과물을 내려고 방향성에 맞지 않게 아티스트 구성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소규모로 남더라도 떠올렸을 때 지속적으로 생각나고 디스코그래피가 남을 수 있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안 CEO로서의 역할에 전념했지만, 이제 곧 마미손의 앨범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앨범을 만들려면 진작 만들 수도 있었고 앨범을 내고도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실 때 안 좋은 일들이 한 번에 닥쳤다. 참고 억누르다가 살기 위해 냈던 앨범이 '나의슬픔'이다. 그걸로 다 쏟아내고 난 텅텅 비어버렸다. 사진도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오래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난 몇년 동안 가만히 날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어떤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 됐다. 이야기들을 조립해서 하면 얼마든지 낼 수야 있지만 그건 나한텐 뮤지션으로서 의미 없는 것이다. 결국 뮤지션으로 3년간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고 뮤지션으로서는 힘든 시기였다."
가장 힘들었던 그 시기의 심정은 '나의슬픔'에 수록된 '사랑은'이라는 곡에 가장 잘 담겼다. 원슈타인이 피처링에 참여한 곡이다. 언뜻 연인의 사랑 노래인데 마미손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상처 입은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난 눈물이 없다. 울고 싶어도 못 운다. 울어야 감정이 배출되고 해소되는데 차라리 울었으면 좋겠는데 눈물 버튼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견디다가 나온 앨범이었고 '사랑은'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 대한 가사다. 그런데 청승떨고 싶지 않아서 '별의 노래'도 그렇고 앨범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로 신나게 만들었다. 그 앨범 자체가 당시 상황들과 맞물려 견디다가 살기 위해 나온 앨범인데 사람들은 잘 모를 거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그때 참 힘들었다."
그러다 계기가 생겼다. 약 1년 전 뷰티플노이즈 아티스트들이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해 공개했는데, 매드클라운의 동생인 배우 조현철도 출연했다. 그가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다가 잔잔하지만 묵직한 눈물을 흘리는 신이 있다. 마미손은 그 모습이 멋있었고 부러웠다. "나도 나만의 것이 있는 사람이었는데"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후 다시 자신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1년여가 흘러 마침내 표현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앨범을 작업 중이다.
문득 궁금했다. 뷰티플노이즈 소속 아티스트들이 잘 되는 것과 본인의 앨범이 잘 되는 것, 마미손은 무엇을 택할까. "소속 아티스트들이다.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 아이돌그룹은 세계적으로 정말 말도 안 되게 성과를 냈는데, 미국 시장에서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그들을 설득시키고 반응을 이끌어내는 아시아계 솔로 아티스트가 없다. 그게 우리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 마미손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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