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슈룹' 하면서 재밌었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최원영은 '금수저'에서 돈을 향한 집념과 욕망을 드러내는 재벌로, '슈룹'에서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상적인 성군으로 극의 중심부에 섰다.
곧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그는 "2년 차 같은데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를 보며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두 얼굴을 꺼낼 수 있었던 '힘'에는 변치 않는 연기 열정이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배우 최원영을 만났다. 그는 지난 12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김은희, 연출 송현욱·이한준)에서 도신 그룹의 회장이자 황태용(이종원 분)의 아빠 황현도 역을,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에서 나라의 태평성대를 연 애민군주 이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현대와 과거 모두 최상위 로열 캐릭터를 만났지만, 결은 완전히 달랐다. 선과 악, 양극단을 내달리는 두 인물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다양한 얼굴을 꺼내 들었고,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이 바뀐 뒤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인생 어드벤처 스토리로, 결국 '욕심을 부리고 남의 것을 탐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금수저라는 걸 통해서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그 외에 촬영 여건이 잘 맞아서 하게 됐죠. '할머니가 최고 빌런이야'라는 반응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재치 있더라고요. 저희끼리는 '모든 사람들이 금수저를 꺼내서 밥을 먹는 거 아니야?'라는 섬뜩한 결말을 상상해봤죠(웃음). 저는 금수저가 있다고 해도 겁이 나서 사용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절실하고 필요하더라도 그만큼의 용기가 없죠."
'금수저' 황현도는 상위 1%의 재벌이자 단정하고 절제된 이미지와 달리 돈을 향한 집념과 욕망에 빠져 살아온 인물이다. 극 후반, 그도 금수저를 사용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적인 반전을 안겼다. 결국 서영진(손여은 분)의 계략으로 불구의 몸이 되고 도신그룹도 빼앗기게 된다. 또한 자신이 죽인 서준태(장률 분)가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는 이와 같은 결말에 관해 "저는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작품을 바라볼 수 없어요. 그래서 '결말에 대한 만족'을 생각해본 적이 없죠. 작품에 임할 때는 늘 '아, 우리 작품은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결말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아요. 저보다 수만 배는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작업해주셨기 때문에 믿고 따라가는 거죠"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저희에게 6~8개월 정도 직장 같던 공간인데 잘 마치고 떠나는 거 같아요. 끝나고 돌이켜보면 늘 작품에 대한 애틋함이 남아있죠.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려움도 있었는데 큰 탈 없이 무사히 잘 마쳐서 감사해요."
또한 최원영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육성재와 재회해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종영한 '쌍갑포차'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었고, 이 가운데 최원영은 육성재의 입대 전과 후의 작품을 함께 하며 완벽한 '케미'를 선사했다.
"육성재 배우의 군 전역 후 첫 작품을 함께 해서 뜻깊고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육성재 배우가 더 성숙해지고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저는 전작에서 했던 호흡을 기억하고 촬영했으니까 리듬이 편했어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였죠."
'금수저'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의 섬뜩하고 냉혈한적인 면모를 드러냈다면, '슈룹'에서는 왕관의 무게를 고독하게 견디고 더 나은 군주로서 성장하며 선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이렇게 최원영은 두 개의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주 3일을 책임졌지만, 촬영 시기가 겹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별문제 없었어요'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제가 동시에 연기했지만 각각의 캐릭터에 쏟고 표현하는 지점은 명확하게 달랐어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양분화해야되다 보니까 황현도와 이호에게 미안했죠. 최원영이라는 배우는 한 명이잖아요.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기도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도 느꼈죠."
지난 2002년 12월 개봉한 영화 '색즉시공'(감독 윤제균)으로 데뷔한 최원영은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지칠 법도 한 시간이었고 배우로서 흔히 말하는 '이미지 소모'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법했지만, 그는 달랐다.
처음과 같은 속도로 매 작품 자기 변주를 꾀하며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줬고,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으며 '신스틸러'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원영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묵묵히 걸어 나갈 계획이다. 데뷔 이래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으며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만났지만, 여전히 하나에 국한되기보다는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열정과 욕심을 안고 말이다.
"욕심이 없으면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게 힘들고 어려워요. 사실 모든 직업이 똑같죠. 남들에게 이로울 수 있기 위해 자신의 일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잖아요. '가만히 시간만 보내자'라고 하지 않죠. 이러한 마음이 욕심이라고 표현된다면 배우로서 욕심을 갖고 있는 게 맞아요. 특히 답이 없기 때문에 늘 저 혼자와의 싸움이 되지만, 이를 겪고 결과물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게 설레고 떨리면서 잘하고 싶고 재미를 느끼죠."
"저는 여전히 작품을 통해서 인생을 공부해요. 제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나이를 먹어갈 뿐이지 깊이 성찰하는 기회가 없었을 거 같아요. 제가 출연하는 작품들이 결국 저를 채찍질해줘요. 그래서 저는 쉬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해본 적 없어요. 연기자의 일이고 숙명이지 않을까요.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만, 스스로 '잘해야지'라고 암시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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