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훈아가 부르려던 곡, 일본서 가창력 입증받은 염수연에 낙점
[더팩트 ㅣ 강일홍 기자] 80년대 후반 KBS 2TV에서 방영된 일일극 '하늘아 하늘아'는 혜경궁 홍씨 헌경의왕후의 '한중록'을 주제로 한 드라마다. 당파싸움이 끊이지 않던 영조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중록을 남긴 혜경궁 홍씨의 한 많은 일대기가 그려졌다.
이 드라마는 비슷한 시기에 MBC에서도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한중록'이 방영되면서 비운의 주인공 '사도세자의 죽음'과 얽힌 헌경의왕후의 애닲은 사연이 뜨겁게 화제가 됐다. '하늘아 하늘아'에서는 하희라가 혜경궁 홍씨 역할을 맡아 열연했고, 이재은이 아역으로 혜경궁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다.
MBC에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방영됐던 '한중록'에서는 최명길이 혜경궁 홍씨로 출연하고 당시 청춘스타 부각돼 한창 인기를 누렸던 최수종이 사도세자를 연기했다. 하희라 최수종은 아이로니하게도 같은 소재를 다룬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당시엔 경쟁관계였다가 뒷날 부부로 탄생하는 인연을 맺는다.
이 중 '하늘아 하늘아'는 가수 염수연이 부른 동명 OST곡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효과음악을 맡았던 임택수 씨가 직접 가사를 쓰고 같은 제목을 붙여 탄생시킨 곡이다. KBS는 처음엔 주제가 없이 방영했다가 MBC와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이면서 드라마 방영 중간 쯤부터 이 노래를 BG음악으로 삽입했다.
드라마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드라마 주제와 어울리는 가사를 만들고 작곡가 박성훈에게 곡을 의뢰했다. 원래 이 노래는 최정상급 트로트 가수로 이름값을 날리던 나훈아가 부르기로 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진의 간절한 바람에도 나훈아의 스케줄을 맞출 수 없자 행운은 갓 신인가수였던 염수연에게 돌아갔다.
'용마루 처마 끝에 한숨이 서리우고/ 풀벌레 울 때마다 시름에 젖어드네/ 댕기머리 철부지가 세자빈되여 구중궁궐 심은 설움/ 그 누가 아리 눈물로 한 세월 새긴 사연 한중록/ 고운 님 여의옵고 애간장만 끓는구나/ 아 무심하오 하늘아 하늘아'(염수연의 '하늘아 하늘아' 가사 1절)
이 곡은 드라마 오픈닝 직전과 중간 효과음으로 매일 2~3차례씩 방송을 탔다. 드라마속 남녀 주인공들의 슬픈 사연이 영상으로 내비칠 때도 OST의 음향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울렸다. 나훈아라는 대스타가수의 프리미엄 대신 청순 가련형의 신인가수 염수연의 참신한 목소리가 오히려 더 크게 어필됐다.
"지구레코드사에서 단 3일만에 녹음을 끝냈는데 드라마가 종영 무렵엔 이미 유명해졌더라고요. 물론 제 이름이나 얼굴보다 노래가 먼저 알려진 거죠. 라디오와 TV 출연이 많아졌고, 야간업소나 지방행사 초대가 폭발했어요. 데뷔한지 불과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에요."
염수연은 87년 고봉산 작사 작곡의 '고향의 달'로 데뷔했다. 이 곡은 대한항공 KAL기 폭파범으로 김현희를 소재로 한 노래로, 염수연은 갓 신인임에도 유명 작곡가였던 고봉산의 추천으로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먼저 활동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김현희에 대한 관심속에 엔카차트에 오를만큼 인기가 있었다.
드라마 제작진이 나훈아를 염두에 뒀던 노래가 신인가수 염수연에게 돌아간 것도 알고보면 엔카가수로 가창력을 검증받은 그의 명성이 한몫을 했던 셈이다. 훗날 후배가수 유지나가 리메이크곡으로도 부른 '하늘아 하늘아'는 원곡가수 염수연이 4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사극 OST의 교과서같은 노래다.
염수연은 1년가량의 일본활동을 빼면 국내에선 무명시절 없이 곧바로 대중에 어필했다. 드라마 '하늘아 하늘아' 방영 당시에는 "노래가 참 괜찮다"는 정도였지만,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같은 음반에 '사랑의 자리'(박성훈 작곡)까지 동시에 히트할만큼 빠르게 어필했다. 특히 '사랑의 자리' 는 리듬이 빨라 가요계 세미트로트의 흐름을 이끄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염수연은 95년에 첫 정규앨범 '염수연 디스코 1집'을 냈다. '하늘아 하늘아' 히트 이후 7년만이다. 사극 OST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지만 '사랑의 자리' '사랑은 무죄' '꽉차도록 사랑해주세요' 등 빠르고 경쾌한 현대 감각의 리듬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탈한 성격과 스타일 덕분에 가요계 절친 선후배들이 많다. 선배가수 현숙을 비롯해 전미경, 임수정, 우연이, 김용임 등 일일이 꼽을 수 없을정도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깊어 요즘에도 일본을 오가며 활발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정감어린 곡을 만나기를 365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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