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초기 가입자 잡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인 투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세계에서 가장 친숙한 IP로 무장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상륙한다. 일찌감치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세계 최대 OTT플랫폼 넷플릭스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소리도 나온다. 디즈니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5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오는 12일 OTT플랫폼 디즈니+의 한국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연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디즈니+의 구독료가 월 9900원(프리미엄 동일)으로 넷플릭스(일반 9500원, 프리미엄 1만4500원)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의 강점은 비단 가격 뿐만이 아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스타워즈,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IP를 보유한 초대형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다. 이 모든 작품들을 오직 디즈니+에서만 볼 수 있다는 논리로 인식하면 디즈니+의 구독을 마다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디즈니+의 한국 출시를 앞두고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디즈니가 아무리 충성도 높은 콘텐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라 해도 OTT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한국 OTT시장은 그야말로 넷플릭스 전성시대다. 웨이브 왓챠 티빙 네이버플러스 카카오TV 등 국산 OTT플랫폼들이 콘텐츠 강국다운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작품을 찍어 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9월 기준 점유율 절반(47%, 아이지에이웍스 조사 기준)에 육박한 넷플릭스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다.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면 넷플릭스의 강세는 더욱 뚜렷하다. 전 세계 OTT플랫폼 가입자 수 1위 넷플릭스는 세계 무대에서도 K콘텐츠가 통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오징어 게임' 공개 이전에 비해 더욱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3주 만에 시총 28조 원이 올랐고, 누적 가입자 수를 2억1400만 명까지 늘리며 2위 디즈니+(1억1600만 명)와 차이를 1억 명 가량까지 벌리는 데 성공했다.
파이 전쟁이 치열한 OTT시장에서 시장 선점은 곧 시장 성패를 의미한다. 1인자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수를 뺏고 뺏기는 싸움을 벌어야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없으면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여지가 높다. 시장 방식을 따라야하는 게 요구되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성공 방식처럼 초기 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디즈니+의 잠재력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누구보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OTT플랫폼의 수익방식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수익을 창출할 잠재력이 넷플릭스보다 높다는 해석에서다. 넷플릭스가 최근 IP를 활용해 굿즈를 판매하는 이커머스 시장,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어 가입자에게만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게임 시장에 진출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디즈니+는 우선 오는 12일 한국 론칭과 함께 OTT플랫폼의 수익 방식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디즈니+는 지난 달 14일 열린 APAC 콘텐츠 쇼케이스 및 코리아 미디어 데이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모은 SBS 장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스핀오프 예능을 비롯해 류승룡 조인성 주연 드라마 '무빙', 강다니엘 채수빈 주연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 국내 오리지널 작품 7편을 포함한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 신규 콘텐츠 20여 편을 선보이겠다고 공표했다.
구체적인 목표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내 넷플릭스에 육박한 가입자 수를 기대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국내에 상륙한 애플TV가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DR.브레인' 한 편과 함께 론칭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제이 트리니다드 디즈니 아태지역 DTC 사업총괄은 "한국은 전 세계 시청자들을 한류 문화의 힘으로 완전히 사로잡았다. 디즈니+의 한국 론칭과 함께 한국의 창조적 우수성을 전 세계 시청자에게 선보이고자 한다"며 K콘텐츠 시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디즈니+의 '참전'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거대 콘텐츠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모바일 뿐만 아니라 IPTV 내 OTT 서비스를 위해 국내 통신사들과 협업도 벌써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 서비스를 하기 시작한 애플TV, 아마존프라임 등을 포함해 '왕좌의 게임' IP를 보유한 HBO맥스도 거대 자본과 함께 한국 시장을 두드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자본시장도 디즈니+의 국내 상륙을 주목하고 있다. 디즈니+와 이미 두 편의 드라마 제작을 계약하고 매년 1편 이상의 판매계약을 체결한 NEW(스튜디오앤뉴)의 주가가 지난 달 말부터 주당 5000원 가량 올랐으며, 쇼박스 초록뱀컴퍼니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 국내 대표 콘텐츠상장사들의 주식도 최근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디즈니+의 한국 진출은 영화와 드라마 등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K콘텐츠의 잠재력을 감안해 이뤄졌다. 픽사, 마블 등 IP들이 한국에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가입자를 론칭할 여지도 높다"며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초기 제작비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옥자'와 '킹덤'을 만들었고 아시아 및 중동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디즈니 역시 초기 가입자를 잡기 위해 큰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