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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조선구마사', 작가의 위험한 역사의식[TF초점]

  • 연예 | 2021-03-25 00:00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및 문화 침탈 논란에 휘말렸다. /SBS 제공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및 문화 침탈 논란에 휘말렸다. /SBS 제공

문화 침탈→실존 인물 폄훼, 역사 왜곡 혹은 동북공정 의심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철인왕후' '조선구마사' 등 박계옥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니 일제의 문화 통치가 떠오른다. 다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민족을 교묘하게 탄압하고 세뇌시킨 이 정책을 '기만 정치'라고도 표현한다. 두 작품도 교묘하다. 상상력에서 비롯된 소품이 하필 중국 문화이고, 판타지라면서 굳이 실제 시대와 인물을 배경으로 한다. 지나치게 당당한 문화 침탈 및 역사 왜곡 시도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인데 의도는 없었단다. 대중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다.

22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가 1회 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문화와 역사 왜곡으로 점철된 방송에 시청자들이 공분을 느낀 것이다.

문제가 된 장면들은 이렇다. 먼저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 분)과 통역사 마르코(서동원 분)를 접대하는 과정에서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삭힌 오리알), 중국식 술과 만두가 등장한 장면이다. 조선의 기생집인데도 불구하고 등장한 중국 음식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에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준비한 소품"이라며 "특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비난만을 더욱 가중시키는 입장이었다. 국경 지역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조선의 땅이기에 왕래하는 중국인이 있다면 조선 음식을 먹으면 됐을뿐더러 접대 대상은 중국인도 아니었다. 심지어 기생의 복장은 한복이었으며 가채를 쓰고 있었다.

한민족의 전통 의복과 중국의 전통 음식이 뒤섞인 일관성 없는 이 장면은 최근 한복을 자신들의 문화라고 우기는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만 됐다. "문화 침탈"이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역사 왜곡이 의심되는 장면들도 있었다. 충녕대군은 호위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자신의 핏줄인 목조(이성계 고조부)를 깎아내렸다. 심지어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는 충녕대군의 대사는 자신을 비롯한 조선 왕조의 핏줄을 모욕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태종 이방원(감우성 분)이 아버지 이성계의 환시와 환청으로 백성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태종은 백성을 사랑한 임금으로 칭송받는다. 신문고, 종부법 등 사대부보다는 백성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두터운 신망을 얻은 대표적 임금이다. 이 외에도 백성을 위했던 태종의 사료는 넘쳐난다. 그런데 백성 학살이라니, 설령 왜곡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역사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대목이다.

박계옥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 역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제작진은 상상력에 기반한 픽션이라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tvN 제공
박계옥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 역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제작진은 상상력에 기반한 픽션이라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tvN 제공

사실 박계옥 작가의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작인 tvN '철인왕후'(연출 윤성식) 역시 조선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선 넘은 대사와 역사적 인물들을 희화화하는 설정을 끊임없이 꺼내놓아 지적받은 바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칭하고, 종묘제례악을 술자리 게임 노래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통이 깃든 문화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듯한 박계옥 작가의 대사는 거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철인왕후'도 '조선구마사'도, 논란이 야기될 때마다 제작진은 "상상력에서 출발한 창작에 기반한 픽션"이라며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박계옥 작가의 직접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제작진과 별다른 해명을 따로 내놓지도 않았다.

이들의 말처럼 판타지 퓨전 사극을 표방하기에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 정통 사극과 달리 퓨전 사극은 정사를 자세히 따르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과 현대적 감각을 중심으로 다양한 설정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상상력을 발휘할 거면 실존 인물을 끌어와서는 안 됐다. 박계옥 작가가 왜 실제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에 막무가내 설정을 입혔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박계옥 작가가 최근 중국의 대형 제작사와 집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쯤 되니 일각에서는 박계옥 작가의 행보를 두고 중국 진출을 위한 큰 그림이자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역사를 지닌 민족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종사자라면 더욱더 중요하다. 그런데 박계옥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는커녕 두 작품을 통해 왜곡된 역사만을 거리낌 없이 전했다. 박계옥 작가의 위험한 역사의식은 결국 동북공정에 앞장섰다는 오명까지 입게 했다.

비단 박계옥 작가의 문제만이 아닐 테다. 역사를 연구하는 A씨는 <더팩트>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허구적 요소를 가미할 수는 있다. 다만 통설에 지나치게 위배되는 이야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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