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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인사이드③-최영준] K팝의 밝은 미래, 그리고 남은 숙제들(하)

  • 연예 | 2021-03-21 00:00
안무가 최영준이 K팝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된 발전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선화 기자
안무가 최영준이 K팝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된 발전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사에서 '소프트파워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문화·예술과 스포츠를 대표적인 'K-콘텐츠'로 내세웠습니다. 특별히 BTS와 블랙핑크, 그리고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기도 했죠. K-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여러모로 힘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합니다.

<더팩트>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류를 이끄는 '한류 콘텐츠 메이커'를 직접 만나 K-콘텐츠의 성공과 가능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와 해결법을 살펴보는 기획시리즈 '한류 인사이드'를 통해 글로벌 한류의 현주소를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K팝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그에 걸맞은 환경 조성 필요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에 이어 최근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까지 단독 무대를 꾸몄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모두에서 단독 무대를 펼친 최초의 아시아권 가수가 됐다.

'그랜드 슬램'에도 도전했지만, '그래미 어워드' 수상이 아쉽게 불발되며 이 꿈은 잠시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만으로도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 평론가들은 일제히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라며 "방탄소년단의 업적은 향후 K팝 글로벌 시장 위상에서도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이처럼 K팝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앞으로 K팝을 이끌어갈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안무가 최영준도 마찬가지다. K팝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인 퍼포먼스를 보다 더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연구하고 또 고민한다. K팝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아직 안주하기 이르다는 마음가짐이다. 더불어 K팝의 지속된 발전을 위해서는 그에 따른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는 숙제까지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안무가 최영준이 K팝의 성장과 인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밝혔다. 또한 아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더 큰 성장을 기대했다. /이선화 기자
안무가 최영준이 K팝의 성장과 인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밝혔다. 또한 아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더 큰 성장을 기대했다. /이선화 기자

-현재 K팝의 성장과 인기가 예견된 결과라고 생각하는가.

무조건이죠. 과거 영상 같은 자료들만 봐도 징조가 보여요. 그도 그럴 것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을 들여서 노력해 왔어요. 그 결과가 이제야 나오기 시작한 셈이죠. 사실 전 아직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올 게 충분히 많거든요.

-세계화되고 있는 K팝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괜히 제가 다 뿌듯하고 자랑스럽죠. 하지만 아직 제 욕심에는 안 차요. 사실 아이돌의 경우는 이미 세계 1위라고 생각해요. 한국 아이돌들은 잘하기도 잘하는데 심지어 부지런해요. 무엇보다 발전하는 법을 잘 알기까지 하니 실력도 비약적으로 향상하고 있죠. 때문에 더 높이 더 멀리 뻗어 나가야 해요.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아직은 미국이 춤과 노래를 이끌고 있지만, 3년 안에 한국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봐요. 그만큼 K팝의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에요. 또 K팝 무대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연기도 하죠. 무대 위에 훌륭한 배우가 있고, 소속사 작곡가 댄서 안무가 등 수많은 스태프들이 함께 극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에요. 이처럼 모든 것이 다 들어간 무대를 전 세계 어디에서 볼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한국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무대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엔터 업계는 그 수준에 맞춰 발전할 수밖에 없죠. 대중이 원하는 퀄리티를 계속 만들어내다 보면 K팝 역시 이 이상으로 더 올라갈 것 같아요.

-그렇다면 향후에는 반대로 K팝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충분한 영향을 주고 있고, 앞으로는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이전까지는 해외 무대를 보고 공부했다면 요즘에는 K팝 무대를 통해 연구해요. 자료를 볼 때마다 자극적으로 다가오면서 끌리는 건 K팝이더라고요. 이렇게 지겹게 보는 저조차도 여전히 끌리는 K팝인데, 당연히 더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K팝의 영향이 안 미치는 곳이 있다면 K팝을 몰라서일 거예요.(웃음)

안무가 최영준이 K팝의 미래는 밝다며 더 멀리 뻗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짚었다. 특히 안무가와 댄서에 대한 처우가 달라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선화 기자
안무가 최영준이 K팝의 미래는 밝다며 더 멀리 뻗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짚었다. 특히 안무가와 댄서에 대한 처우가 달라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선화 기자

-최영준이 생각하는 K팝의 미래는 긍정적인 편 같다.

매우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죠. 시장은 이미 많이 커졌지만,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추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요. 더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등장할 테고, 새로운 플랜과 새로운 색으로 나오는 팀들도 있을 거예요. 그에 따라 새로운 음악을 하는 작곡가와 안무가들도 두각을 드러내겠죠. 사실 벌써부터 움직임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도 잘하는 안무가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들이 좋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만난다면 확 터질 게 분명해요. 그리고 그만큼 참신하고 다양한 것들도 많이 나올 테죠.

-K팝이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점도 궁금하다.

가장 필요한 건 연습생 작곡가 안무가 댄서 등 스태프들에 대한 복지와 환경의 개선이에요. 연습생의 경우 아직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연습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전 연습생도 선수라고 생각해요. 선수를 관리해줘야 훈련도 열심히 할 수 있잖아요. 실력이 출중한 연습생일지라도 좋은 환경에 있어야 좋은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어요.

음악도 바뀌어야 해요. 안무는 아티스트와 음악에 어울리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2차 가공이에요. 때문에 일차적으로 음악의 큰 변화가 필요하죠. 다양한 장르와 색다른 패턴이 등장하면 안무는 당연히 바뀌겠죠. 사실 쓸만한 안무는 거의 다 쓰긴 했어요. 그럼에도 한국 안무가들은 창의적인 걸 계속 만들어낼 거예요. 이렇게 음악과 안무가 바뀌면 K팝 역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더 뻗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복지와 업무 환경 개선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K팝을 이끌어갈 업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냉정한 쓴소리도 필요할 것 같다.

다시 한번 처우에 대한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안무가와 댄서들을 예로 들면, 퍼포먼스 하나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 열정 고민 등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니에요. 특히 시상식이나 공연 등에서 아티스트들은 에어컨 있는 대기실을 사용하지만, 댄서들은 바깥 천막에서 대기하는 걸 볼 때 가장 속상해요.

보수 또한 턱없이 부족해요. 저는 이제 좋아진 편이라 괜찮아요. 하지만 힘들어하는 안무가들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댄서들이 많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장이 확장되고 평균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안무에도 예산을 조금 더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안무가들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면, 수준 높은 안무는 자연스럽게 탄생하겠죠.

안무가 최영준이 K팝 관계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을 밝혔다. 특히 그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화 기자
안무가 최영준이 K팝 관계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을 밝혔다. 특히 그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화 기자

-이 밖에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나.

K팝은 여러 요소가 포함돼 있어요. K팝이 앞으로 더 다양하게 확산하기 위해서는 저변부터 확대돼야 하는 이유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계가 많다는 점이 현실이에요. 그 근간에는 앞서 말한 복지, 업계 환경 그리고 저작권에 대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으면 해요.

제가 안무가인 만큼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무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사실 안무가는 저작권이 없어요. 음원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원곡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영상 제작사도 영상을 통해 수익을 얻어요. 반면 춤 관련 콘텐츠 수익은 유통사나 곡을 만든 회사, 작곡가들에게만 돌아가요. 안무 영상도 마찬가지죠. 안무 역시 안무가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하나의 작품이에요. 때문에 안무도 작사 작곡 영상처럼 저작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무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해요. 물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안무가와 댄서들 역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목소리도 높여주세요. 다만 그 정당한 대우에 저작권 또한 포함됐으면 합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짚어준 것 같은데, 문득 안무가 최영준이 일할 때 지키는 소신이나 신념도 궁금해졌다.

제가 만든 퍼포먼스로 무대를 꾸밀 아티스트의 기분을 항상 생각해요. 멋있는 안무로 무대에 오르면 자신 있고 당당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제가 맡은 아티스트들이 언제 어디서든 안무에 대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으면 해요. 이런 생각 덕분에 어느 하나도 대충 만들지 않아요. 작은 무대여도 창작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죠. '스태프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안무가로서의 사명감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끝으로 안무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습량만이 답입니다. 지금의 연습량이 앞으로 내가 벌 수 있는 돈의 가치와 비례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제가 했던 연습량과 일로서의 제 위치가 비슷한 것 같아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을 봐도 똑같아요. 연습을 열심히 한 사람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올라가더라고요. 운은 단기적이에요. 순간 인기를 끌 수는 있지만 충분한 연습과 연구가 없으면 금방 내려가요. 반면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상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고, 그 힘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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