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진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안방극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보였다. 지상파 3사 중 SBS가 드라마의 왕좌에 올랐고 KBS와 MBC는 그동안 16부작으로 방영했던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 4부작 8부작 등을 방영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또 KBS는 드라마 스페셜을 부활시켜 색다름을 선사했다.
케이블과 종편은 상반기 큰 활약을 보였던 것과 달리 하반기에는 큰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 그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MBN과 TV조선도 JTBC '부부의 세계' 이후 자극적인 소재로 승부수를 걸었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이목을 끈 드라마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선보인 작품들이다. K좀비물의 새 장을 연 '킹덤'부터 '스위트홈'까지 한국 시청자들은 물론 해외 팬들의 시선마저 사로잡았다.
◆ 주말드라마 '한다다'로 웃은 KBS
올해 KBS 평일 드라마는 대체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방영해 인기를 끌었던 '동백꽃 필 무렵'(23.8%)의 성적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상반기에 방영된 수목극 '어서와'는 15회에서 0.9%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1%대로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밖에 수목극 '출사표'(3.7%) '영혼수선공'(5.2%) '도도솔솔라라솔'(4.2%)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월화극 '본 어게인'은 청춘 배우들과 섬세한 감각의 연출이 돋보여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생과 현생이 얽힌 복잡한 미스터리극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하락했고 최저 1.3%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방영된 '그놈이 그놈이다'도 '시청률의 여왕' 황정음을 내세우며 색다른 비혼 주의 이야기를 내세웠으나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로 최고 시청률 4.4%를 기록했다. '좀비탐정'은 기존 드라마와 달리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실험적 시도로 호평을 받았으나 역시 화제작이 되진 못했다.
반면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방송사 전체 시청률 1위에 해당하는 3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KBS 드라마 중 가장 큰 흥행을 이끌었다. 더불어 후속작 '오! 삼광빌라!' 역시 30%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밖에 일일드라마 '위험한 약속'(16.5%) '비밀의 남자'(19.8%) '기막힌 유산'(24%) '누가 뭐래도'(21.2%)도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KBS는 올해 연작과 단막극 등 다양한 시도도 돋보였다. 기존에 틀을 벗어난 8부작 2부작 형식의 드라마를 다수 선보였고 드라마 스페셜도 부활시켜 다채로움으로 추구했다. 1984년도 '드라마게임'부터 시작된 KBS 드라마 스페셜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1990년대 후반까지 명맥을 이어왔지만 부진한 시청률로 2008년 폐지의 위기를 맞았다. 드라마 스페셜의 부활은 기존과 다르게 하나의 키워드로 엮어 다양한 편을 제공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 '더 게임' '카이로스' 빛도 못 보고 무너진 '드라마 왕국' MBC
한때 드라마의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했던 MBC가 올해는 '드라마 왕국'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월화극을 폐지한 후 처음으로 선보였던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는 '인생 리셋'이란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이준혁, 남지현, 김지수, 양동근 등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열연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입도를 떨어뜨렸고 비교적 초반에 최고 시청률 5.1%를 기록한 뒤 점차 하강 곡선을 탔다.
후속작 '저녁 같이 드실래요?'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오랜만에 송승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tvN 화제작 '사랑의 불시착'으로 큰 사랑을 받은 서지혜가 합류하면서 로맨스 라인을 구축했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며 최고 시청률 6.1%에 그쳤다. 하반기 MBC의 야심작 '카이로스'는 타임 크로싱 스릴러로 표방하며 시작했지만 경쟁작인 SBS '펜트하우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3%대 시청률에 그쳤다.
수목드라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이연희와 옥태연이 호흡을 맞춘 '더 게임'부터 지난해 MBC 연기대상의 주인공 김동욱이 문가영과 호흡을 맞춘 '그 남자의 기억법'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라인업을 완성했지만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하반기에는 멜로의 정점을 보여준 '내가 가장 예뻤을 때'와 첩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나를 사랑한 스파이'도 각각 5%, 4.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반면 신인작가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 '꼰대인턴'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수목극 1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KBS 못지않게 MBC도 참신한 시도를 보여줬다. 4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와 8부작으로 완성된 '십시일반'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선보였다. 특히 '십시일반'은 연극에서 주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안방극장에서 열연을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드라마지만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색다름을 추구했다. 반면 약 1년 만에 부활한 일일극 '찬란한 내 인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출생의 비밀, 불륜 등 자극적 소재를 담았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 '김사부2'→'펜트하우스'로 화제성·이슈 모두 잡은 SBS
SBS는 올해 초 '스토브리그'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리며 '펜트하우스'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평일극은 물론 주말극까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SBS는 신인 작가 발굴, 다양한 장르와 소재, 시즌제까지 완성하며 '드라마 왕국'을 완성했다. 먼저 신인 이신화 작가의 작품인 주말극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공식을 깨고 19.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또 주말극 '하이에나' 역시 신인인 김루리 작가의 작품으로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 정금자를 완성하며 법조 물과 멜로를 균형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월화극 역시 신인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아무도 모른다' 김은향 작가, '굿캐스팅' 박지하 작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류보리 작가 등 신인작가들의 참신함으로 시청자들을 매료하며 좋은 성적을 이끌었다.
SBS는 시즌제마저 성공했다. 2017년에 방영했던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2로 돌아왔다. 월화극으로 방영된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는 전작과 비슷한 시청률 27.1%를 기록하며 평일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 불륜과 살인, 복수로 얼룩진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최고 시청률 24%를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지만 '김사부2'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은숙 작가의 작품 '더킹'은 예상과 달리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평행세계와 시간여행이란 배경을 차용한 '더킹'은 논리적인 허술함과 설정 오류 등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극 초반 왜색과 여성비하 등으로 논란이 되며 흥행 발목을 잡았다.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초반 화제성을 사로잡았으나 출연 배우 배성우가 음주운전으로 중도 하차하게 되면서 작품이 주춤하게 됐다. 새로 합류한 배우 정우성의 등판으로 드라마의 분위기가 반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올해 초 반짝 빛난 tvN·JTBC…K드라마 열풍 이끈 OTT 작품
tvN은 '사랑의 불시착'으로 올해를 화려하게 시작했다. 이 작품은 OTT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고 주인공 손예진과 현빈이 다시 한번 해외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는데 일조했다. 이밖에 목요스페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고 마지막 회에서 14.1%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 이 작품 속 OST마저 인기를 끌며 차트를 장악하기도 했다.
하반기는 김수현과 서예지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2' 박보검 박소담 변우석 주연의 '청춘기록'이 채웠다. 독특한 소재와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재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7.3% 시청률을 기록했고 '비밀의 숲2'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치밀한 각본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의 합으로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 9.4%을 나타냈다. '청춘기록'은 박보검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고 청춘들의 꿈을 담은 성장 드라마로 8.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반면 JTBC는 상반기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로 대박을 터트렸던 것과 달리 하반기는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카라 출신 강지영이 5년 만에 국내 활동 복귀작이자 '부부의 세계' 악역으로 주목받은 이학주, 정일우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한 '야식남녀'는 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씁쓸하게 퇴장했고 웹툰 원작의 '쌍갑포차' '제2의 부부의 세계'를 꿈꾼 '우아한 친구들' 마저 모두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또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황정민이 고른 작품 '허쉬'도 최고 시청률 3.3%을 기록했다.
이밖에 주목할 만한 것은 OTT 오리지널 작품이다. 카카오M부터 웨이브, 넷플릭스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중 지난해 K좀비 열풍을 불며 가장 인기를 끈 '킹덤'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이 K크리처물로 화제를 모았다. 주말마다 주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속편 제작까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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