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의·PPL서 자유로운 방송사 웹예능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예능이 유튜브의 참맛을 알았다.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고 PPL도 거부감 없이 유쾌하게 소화한다. 방송에서 담지 못한 숨은 재미를 하나둘씩 꺼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는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최근 스핀오프(Spin-off, 기존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 예능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 여은파(이하 '여은파')'를 선보이고 있다.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를 중심으로 하는 포맷이다. 세 사람은 각각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로 일상 공개를 비롯해 다양한 도전에 나선다. 본편이 다 담아내지 못한 세 사람만의 특급 케미가 '여은파'의 주된 재미다.
'여은파'는 매주 금요일 본편 방송이 끝난 심야시간대에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웹예능으로서 유튜브 채널 '나 혼자 산다 STUDIO'에 업로드된다.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지난 8월 31일 기준 두 개의 프롤로그와 여섯 개의 본편을 합치면 2200만 뷰를 훌쩍 넘어선다. 프로그램의 선공개 및 하이라이트가 업로드되는 이 채널에서 '여은파'는 인기 톱10 콘텐츠 가운데 네 자리나 차지하고 있다.
'여은파'는 방송에서는 '순한맛', 유튜브에서는 '매운맛'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유튜브 속 '여은파'는 브라운관 속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세 사람은 파격적인 분장과 '19금 코미디'를 연신 선보이며 웃음을 안긴다. 출연진은 특유의 재치로 PPL마저 개그로 소화한다. 혹시나 논란이 생길까 미뤄왔던 파격적인 콘셉트, 은근슬쩍 끼워 넣느라 전전긍긍했던 PPL은 웹예능 '여은파'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여은파'에 앞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핀오프 예능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은 올해 1월 '맛있는 녀석들'이 프로그램 때문에 체중이 늘어난 출연진에게 운동을 시키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출연자 중 김민경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필라테스 이종격투기 등 다양한 운동 종목에서 놀라운 운동 신경을 발휘하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프로그램은 먹방을 주제로 하는 만큼 꾸준히 출연진의 건강과 관련해 우려를 사왔다. 그렇다고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 운동 예능으로 갑작스럽게 탈바꿈할 수도 없었을 터다. 제작진은 스핀오프 예능 '운동뚱'으로 우려를 종식시키고 기존 시청자들의 유튜브 유입도 꾀했다. 이렇게 탄생된 '운동뚱'은 총 25회 가운데 적게는 20만, 많게는 35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 인기에 힘입어 '맛있는 녀석들'은 또 다른 스핀오프인 '오늘부터 댄스뚱'을 론칭했다. 문세윤이 강진 김연자 등 인기 성인가수의 댄스팀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춤 연습에 매진하는 과정을 담는다. '운동뚱'으로 굳힌 유튜브 내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부를 엿볼 수 있다.
유튜브와 결합한 스핀오프 예능의 전성기를 가장 먼저 열었던 것은 나영석 PD였다. 그는 tvN 예능 '신서유기' 첫 시즌을 웹예능 형태로 선보이며 가능성을 봤다. 이후 강호동의 '라끼남', 민호 피오의 '마포멋쟁이', 이수근의 '나홀로 이식당', 이수근 은지원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 등 '신서유기' 출연진을 중심으로 한 웹예능을 통해 끊임없는 변주를 펼쳤다. 모두 '신서유기'에서 놓친 재미들로 중무장한 짤막한 프로젝트들이다.
나 PD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던 스핀오프 웹 예능은 앞서 언급한 '여은파' '운동뚱'을 넘어 점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JTBC '뭉쳐야 찬다'는 '감독님이 보고 계셔-오싹한 과외', '아는 형님'은 '방과 후 활동-동동신기' 등이 뉴미디어의 물결을 타고 순항 중이다.
과거 자료들을 발굴해 호응을 얻었던 방송사 유튜브 채널은 조금씩 진화해 JTBC '워크맨' '와썹맨', SBS '문명특급' 등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여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현재 뜨거운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예능을 기반으로 한 웹 콘텐츠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 유튜브 OTT 등 뉴미디어 등장 후 계속되는 위기 속에 찾은 의미 있는 활로다.
최영균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전 유튜브 콘텐츠는 기존 미디어들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방송사는 제작 노하우와 인프라 면에서 명확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유튜브 스핀오프 예능은 그 장점들이 모두 담겼다"며 "방송사는 뉴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해 확장과 시도를 고민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은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데 불리하다. 기존 예능의 스핀오프는 다방면에서 안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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