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장기간 콘서트 '무기 연기', 공연기획사 투자금 반환 요구
[더팩트|강일홍 기자] 종편채널 MBN을 통해 방영돼 주목을 받았던 주부대상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스퀸'이 콘서트 불발에 따른 공연기획사 간 피해를 둘러싸고 12억대 소송에 휘말렸다.
<더팩트> 취재 결과 공연기획사 우리기획은 종합편성채널 MBN으로부터 '보이스퀸' 공연제작 판권을 위임받은 ㈜로이를 상대로 법무법인 넥스트로를 통해 9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12억대 투자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장(2020가합 10****)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 기반을 둔 A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10일 오전 <더팩트>에 "콘서트 판권을 받기로 하고 지난해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한 공연기획사들은 우리 회사를 포함해 서울 대구 광주 등 전국적으로 모두 5곳이며, 피해를 보전해야할 1차적 책임이 있는 공연제작사 ㈜로이를 상대로 마땅한 해결 방안을 듣지 못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소송은 ㈜로이와 직접 계약 당사자인 우리기획을 구심점으로 지역 투자사인 A사(인천) B사(대구) C사(광주) D사(서울) 등이 위임장을 써 공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중 콘서트 지분 40%를 갖고 있는 우리기획은 주요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 콘텐츠를 갖고 있는 빅3 공연기획사 중 하나다.
지역 공연기획사들과 연대한 우리기획은 MBN이 아닌 직접 계약 당사자인 ㈜로이를 소송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날 소송 직전까지 서너 차례 소송 예고 통고서를 주고받은 상태다. 소송가액은 공연기획사들이 우리기획을 통해 ㈜로이에 투자한 14억여원의 공연 제작비 중 일부인 12억 1900만원(지난 2월 서울 부산 공연 당시 손실액 등 제외)이다.
공연계에 따르면 우리기획은 지난해 '보이스퀸' 방영 직전 ㈜로이 측과 공연 판권을 받는 조건의 프로그램 제작 투자계약을 한 뒤 다시 나머지 4개사와 각각 투자 대비 별도 지분 계약을 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10개 지역을 공동으로 진행해 지분대로 수익금을 셰어하는 방식이다.
투자금은 우리기획과 A사 B사가 15억 원(각 5억씩), C사 D사가 나머지 금액을 댔다. 이 중 A사와 B사는 우리기획과 투자금이 같아도 공연권 지분에는 차이가 난다. 이는 추후 우리기획의 다른 아티스트 공연콘텐츠를 제공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이스퀸' 지분을 양보한 측면이 있다는게 공연계의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무산돼 문제가 불거졌지만 장기간 공연이 지연되면서 아예 동력을 잃었다"면서 "오는 8월이나 9월 이후에 콘서트가 재개되는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흥행은커녕 일부 좌석을 채우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5억 원(공연 판권 20% 지분)을 투자했다.
이런 상황은 공연계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과 달리 '보이스퀸'의 경우 콘서트 티켓 경쟁력이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연기획자들은 불투명한 공연을 강행하기보다는 남은 투자금이라도 회수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획을 통해 공연 제작에 참여한 또다른 B 기획사 대표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데 공연제작사는 무작정 콘서트를 해야 해결이 난다고 말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서로 한발씩 양보해 피해를 줄이려는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이유를 들어 나몰라라 하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B사 역시 5억 원을 투자해 전체 공연 판권의 20%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공연제작사인 ㈜로이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회사는 공연기획사인 우리기획과 단일 계약을 했고, 투자금 역시 계약 당시엔 전액 우리기획이 자체적으로 마련한다고 말했다"면서 "지역 공연기획자들과의 세부적인 이면 사항까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모두가 피해자인데 누가 누구한테 소송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는 말 그대로 투자이고, 이미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공연 홍보비(서울 부산 및 수원 등 일부 지역)로 소진된 상태"라면서 "코로나 국면이 진정되면 하반기에라도 나머지 지역 공연을 진행해 함께 공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N '보이스퀸'에 대한 공연권을 갖고있는 ㈜로이는 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판매, 음반, 음원 제작 및 유통, 지식, 무형자산의 판매 및 라이센스업 등을 하는 법인이다.
콘서트 '보이스퀸'은 지난 2월 코로나19의 와중에 서울(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부산(벡스코 제1전시장) 공연을 강행했지만 상당한 손실을 봤으며 이후 공연은 모두 중단됐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관객들이 전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한 가운데 절반 이상 동원된 무료관중으로 객석을 채웠다.
'보이스퀸'은 지난해 11월21일 첫 회를 시작으로 올 1월23일까지 방영됐다. 트로트 열기속 관심이 커지면서 한때 8.5%(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찍어 콘서트 흥행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마침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와 맞물리며 직격탄을 맞았다.
소송전으로 비화된 상황에 대해 '보이스퀸'을 제작한 MBN 방송관계자 P씨는 "관례적으로 외부 투자금을 받아 방송을 했고 그 주체는 정상적인 투자계약을 맺은 (주)로이"라면서 "코로나로 공연이 일시 중단 또는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을 뿐 공연과 관련된 소송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공연계의 파열음은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특히 공연기획자들 간 소송전은 가장 우려했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연 흥행을 기대하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단계에서부터 거액을 끌어모은 투자자들의 불만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S씨는 "코로나로 모든 공연이 중단됐어도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 출신들은 방송을 통해 시선을 받고 있는 반면 '보이스퀸' 출연자들은 반짝 주목을 끌다 지금은 아예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중적 흥미와 관심을 끌어들일 궁금한 요소가 사라진 마당에 무슨 수로 공연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상 초유의 트로트 열기 속에도 공연계의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MBN '보이스퀸' 콘서트는 코로나 사태로 공연기획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으면서 향후 공연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파이널 진출자 3인이 꾸미는 콘서트 'RACE OF LEGEND 2020'도 취소됐다. 폭발적인 성량의 우승자 정수연, 판소리와 국악 등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 준우승자 조엘라, 화려한 기교 실력으로 주목받은 최연화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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