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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後①] "날 선 질문 없다"…'온라인 제발회'의 속사정

  • 연예 | 2020-05-16 00:00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오프라인 행사는 어렵다. 해답은 이미 정착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행사였다. 온라인 제작발표회 시대의 시작은 tvN '방법', 넷플릭스 '나 홀로 그대'와 함께 열렸다. /'방법' '나홀로 그대' 포스터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오프라인 행사는 어렵다. 해답은 이미 정착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행사였다. 온라인 제작발표회 시대의 시작은 tvN '방법', 넷플릭스 '나 홀로 그대'와 함께 열렸다. /'방법' '나홀로 그대' 포스터

'면대면' 없어진 연예계…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지난해 12월 중국 중심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다. 5월 초 주춤하는 가 싶더니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소식이 다시 공포를 안긴다. 국내 감염이 가속화되자 연예 관계자들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떠올렸다. 올해 초만 해도 관계자들은 사태가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 그리고 그 사태가 업무 환경에 이토록 많은 변화를 줄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영화계는 관객만 소폭 감소했을 뿐 '해운대'(1146만명) '국가대표'(849만 명) 등 굵직한 작품이 보란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메르스는 6월 초 일주일 정도만 타격이 있었을 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는 55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금 돌아보니 신종플루와 메르스는 거의 타격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19도 그럴 것 같았다. 최소한 영화계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5월 전에는 잠잠해질 거라고 예상했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 사태로 '침입자' '사냥의 시간' 등 2020년 상반기 기대작들은 줄줄이 연기 소식을 전했다.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지니 작품들과 관련된 취재 환경도 변했다. 시작은 tvN '방법'과 넷플릭스 '나홀로 그대'였다. 오프라인 행사를 예정했던 두 작품은 나란히 2월 4일 온라인 제작발표회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어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tvN '하이바이, 바바!' SBS '하이에나' Mnet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등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모든 방송국이 연달아 온라인으로 제작발표회를 개최했다.

'날씨가 좋으면 찾가겠어요'(왼쪽부터) '하이바이 마마' '하이에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등도 연달아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개최하며 시청자 몰이에 나섰다.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진행이었다. /드라마 포스터
'날씨가 좋으면 찾가겠어요'(왼쪽부터) '하이바이 마마' '하이에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등도 연달아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개최하며 시청자 몰이에 나섰다.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진행이었다. /드라마 포스터

방송사들은 각자 방송사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를 통해 현장을 전달했고 CJ ENM의 경우 자사 영상 플랫폼인 티빙을 선택하기도 했다. 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대신 취재진에게 미리 질문도 수급했다. 혼잡하지 않은 객석, 따로 또 같이 진행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포토타임, 마이크를 취재진에게 건네는 번거로움 등이 없는 온라인 행사였다.

'되려 온라인 행사가 더 깔끔하다'는 말도 나왔지만 홍보 담당자들은 나름의 속앓이를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더팩트>에 "취재 기사 수는 비슷하고 우리가 노리는 포털사이트 메인 노출 빈도도 코로나 이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체감상 이전보다 언론 홍보 효과가 덜하다"며 "우선 오프라인 때보다 질문 수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사진 취재가 없어서 현장만으로 이슈몰이를 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사진 취재의 부재와 질문을 미리 수급 받는 방식이 더해지면 홍보 담당자의 걱정은 커진다. 관계자는 "현장에서 취재진이 날카로운 질문을 하면 출연자의 표정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 표정이 포토 기사로 나와 사진 한 장 만으로도 화제가 된다"며 "질문을 미리 수급하는 만큼 스태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내용만 택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변수가 없어 화제성도 덜하다"고 토로했다.

넷플릭스는 2020년 상반기 공개된 모든 작품의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킹덤' '사냥의 시간' '인간수업' 포스터
넷플릭스는 2020년 상반기 공개된 모든 작품의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킹덤' '사냥의 시간' '인간수업' 포스터

작품 출연진 및 연출자와의 인터뷰 역시 변화가 생겼다. 넷플릭스는 '킹덤2' 김은희 작가와 박인제 감독 배우 주지훈 김성규를 비롯해, '사냥의 시간' 이제훈 안재홍 김우식,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과 김동희 박주현 정다빈 남윤수 등 작품과 관련된 모든 인터뷰를 '구글 행아웃 MEET'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또한 MBC '그 남자의 기억법' 이진혁, '하이바이! 마마' 김태희, tvN '메모리스트' 유승호, '방법'의 엄지원과 연상호 작가 등은 모두 서면으로 종영 소감을 전해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련된 이 대안은 직접 만나기 위한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면대 면으로 하지 않아 현장감이 다소 떨어지고, 인터뷰이가 질문을 잘못 이해했을 때의 수정도 어렵다. 서면의 경우 질문의 폭이 좁아진다. 김태희와 유승호는 공통질문 다섯 개를 미리 준비했고 취재기자 1인에 질문 세 개만을 허용했다. 엠바고에 맞춰 쏟아져 나온 기사는 포장만 다를 뿐 알맹이는 같다.

김태희와 유승호는 작품이 끝난 후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바이 마마' '메모리스트' 스틸컷
김태희와 유승호는 작품이 끝난 후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바이 마마' '메모리스트' 스틸컷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씁쓸한 말은 연예계에도 침투했다. 취재진은 현장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고 변수가 없으니 기사에 담길 내용도 예상 안에 있다. 작품 출연진과 연출자는 과거 논란과 같은 날 선 질문을 피할 수 있다. 홍보 담당자는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생길 사건 사고에 자유롭다. 코로나19 사태 4개월에 접어든 연예계는 어찌 보면 더 편해진 지금 환경에 점점 더 격하게 적응해나갈 전망이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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