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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한글, 안녕하신가요①] 예능 속 불편한 자막, '뤼얼'은 애교 수준

  • 연예 | 2018-10-09 00:00

최근 방송심의위원회는
최근 방송심의위원회는 "단순 재미를 위해 저속한 조어, 비표준어를 지속해서 반복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왜 때문에 그래?" "1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고 문장입니다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올바른 표현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인기 스타들의 잘못된 한글 표현과, 재미를 위해 방송에서 사용하는 신조어와 줄임말 등은 우리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적절한 우리말 사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팩트>는 572돌을 맞은 한글날, 미디어가 다루는 한글 오남용 실태를 조명하고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출연자가 말하는 족족 자막이다. 연출자의 생각, 움직임과 상황 등을 표현하는 의성어·의태어까지 자막으로 빼곡히 꾸민 프로그램의 화면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을 계기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채로운 자막 사용은 시청률을 끌어들이는 하나의 필수 장치가 됐다.

자막은 시청자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의 재미를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방송 언어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됨으로써 높은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공공언어로서 책임감,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신조어, 은어, 줄임말 등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저속한 조어, 비표준어를 지속해서 반복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중점 모니터링을 시행을 방침을 밝히며 방송을 통한 우리말 훼손을 우려했다.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진 자막은 미디어의 특성상 시청자의 언어 사용 습관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준다. 특히 방송에서 쓰이는 언어를 시각화해 표현하는 자막은 시청자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갑기 위해 갈수록 오남용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심위 조사(2016년 1월)에 따르면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약 3초에 한 번꼴로 자막을 노출하고 있다.특히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자막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방심위는 지난 6월 1일부터 9일까지 지상파 3사 심야 예능 프로그램 KBS2 '배틀 트립', MBC '나 혼자 산다', SBS '불타는 청춘'을 대상으로 방송 자막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심각한 한글 오남용 실태를 확인했다.

통신언어와 은어, 비속한 표현 등, 어문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으로 비문법적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표현, 띄어쓰기 오류, 의도적인 표기 오류 등이 나타났다.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한글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지상파 심야 예능 프로그램 자막 사용 실태 조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8월 2018년 제2차 지상파 심야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 심야 예능 프로그램 자막 사용 실태 조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8월 2018년 제2차 지상파 심야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는 각 프로그램에서 'ㅋㅋㅋ' ''ㅠㅠ' 'ㅇㅈ' '짬밥' 등 통신언어와 은어, '꾼' '쩐' '빙구' '뻥' 등 비속한 표현, '미친맛' '여심저격' '설움 폭발' 등 과정되거나 과격한 표현, '둘다 너무 구린 거예요' '똥손' 등 예의에 어긋난 표현, '혼·밥' '패·피' '말잇못' '엄근진' 등 비문법적 표현, '빽투더 90's 룩' 등 불필요한 외국어, '대물림' '고급진' '꺽고' 등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표현, '현지 에서' '뒤로 한채' 등 띄어쓰기 오류, '흐흨흨흨흨흨' '좋아요오' '뤼얼' 등 의도적인 표기 오류를 지적했다

일부 시청층의 진입을 저해하는 자막 사용에도 눈길이 쏠린다. 방송법 제5조(방송의 공적 책임) 2항에서는 '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의 발전 및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지역간·세대간·계층간·성별간의 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막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계층이 있다.

50대 남성 고OO 씨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프로그램에서 신조어 사용이 잦은 데다가 그런 말들이 자막에도 쓰인다. 이를 읽기도, 알아 듣기도 어렵다.나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정택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오락 프로그램 속 자막은 잘 사용하면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시에 '시적 허용'이 있듯이 즐거움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막에 대해 최대한 관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다만 심각하게 저속한 표현이나, 일부 계층이 프로그램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자막 사용은 즐거움을 주겠다는 프로그램 성격과 목적에 반하기에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joy822@tf.co.kr
[연예기획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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