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혁 너스레 "섹시함은 타고나야 하는 것"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성혁(34·본명 홍성혁)만큼 선이 굵은 배우도 없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처럼 아이라인을 그리고 뮤지컬을 해도 어울릴 마스크를 지닌 게 성혁이다. 184㎝의 큰 키에 72㎏의 몸무게는 성혁의 남성성을 더욱 부각한다. 하지만 그가 남자답다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완벽한 '여장' 소화에 1인2역까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않은, 그 어려운 걸 성혁이 해냈다.
성혁은 4일 종영된 케이블 채널 tvN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홍균 김병수 김정현)에서 '원 보디 투 소울'인 동장군과 하선녀를 연기했다. 몸은 하나지만 그 안에 남매인 동장군과 하선녀가 공존한다는 설정의 역을 맡았다.
6일 서울 중구 명동길에 위치한 FNC WOW에서 만난 성혁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여장을 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이 되더라. 분장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예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이 정도로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여장을 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점점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까 빠르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여장을 해야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콜타임(촬영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좀 더 일찍 받았죠. 오연서와 이세영이 '너무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세영이는 '그런 섹시함이 어디서 나오냐'고 하길래 '타고나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가르쳐 줄 수 없다고요.(웃음) 주변에서 예쁘다고 하면 제일 듣기 좋았습니다."
'화유기'에서 어려운 연기를 척척 해낸 성혁. 어색함을 극복하고 '여장 1인 2역'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짝 웃는 그와 인터뷰를 유쾌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 1인2역,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여성 목소리를 내야할 때 남성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연습할 때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분장을 하고 촬영장에 가면 그럴 일이 없는데 말이죠. 동장군 장면인데 하선녀 목소리로, 하선녀 장면인데 동장군 목소리를 낸 적이 있어요.
- 오른쪽 눈 옆에 찍은 점이 더욱 여성성을 부각했다. 본인 아이디어인지?
신선한 질문이네요. 처음 받는 질문인데 거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사실 그 자리에 뾰루지(부스럼)가 났거든요. 메이크업을 담당해주신 원장님이 점을 찍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는데 '이거다' 싶었죠. 감독님을 포함해 다들 좋아하셨어요. '얘가 왜 이렇게 욕심을 내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하선녀 역에 더 욕심이 나긴 했죠. 연기 톤부터 쉽게 맡을 수 없는 캐릭터였으니까요.
- 여장하면 영화 '하이힐'에 나왔던 차승원(우휘 역)이 독보적이다. (성혁의 여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나.
(차승원 선배도 저를) 보고 놀라시더라고요. 신발도 없어 특수 제작한 280㎜ 하이힐을 보시고 놀라시더라고요. 대기실에 들어오시다가 '어? 이거 뭐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봐도 봐도 적응이 안된다고요.(웃음)
- 특별히 하선녀 역을 소화하며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하선녀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라도 어색하면 다 무너지니까요. 네일도 하고 목에 스카프를 둘러 목젖을 가리기도 했죠. 그러면서 눈에 컬러렌즈를 껴서 달라보이게 했어요. 눈썹은 얇게 다듬기도 했죠. 속눈썹의 양과 길이에도 신경을 썼고 립컬러도 골랐죠. 옷을 고를 때도 소재가 어떤 것인지, 머리 가르마의 방향도 신경을 썼어요. 카메라 감독님이 제 오른쪽 얼굴에 더 여성성이 있다고 하셔서 그 쪽을 더 부각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오늘은 예쁜가 예쁘지 않은가 더 신경을 쓰게 됐죠. 어느날인가 '오늘 화장 잘 먹었다'는 얘기를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 여성 메이크업을 받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라인 지워본 적 없으시죠? 힘들더라고요. 진짜 힘을 줘서 닦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화장을 하면 며칠은 씻을 때마다 마스카라가 조금씩 나왔어요. 그래서 여배우들에 대해 다시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 추웠던 겨울에 촬영을 했다. 동장군으로서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추위 때문에 진짜 힘들었죠. 넋이 나가더라고요. 촬영이 시작되면 집중도 해야하는데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추위하고 더위를 비교하자면, 더위는 짜증이 나지만 추위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이)승기도 힘들어하고 저도 힘들었죠. 특히 아이스크림 가게 장면은 인천 송도에서 찍었는데 바닷바람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욕을 많이 먹었어요. '동장군' 때문에 많이 춥다고요.(웃음) 지난 겨울은 진짜 추웠습니다.
- 이래저래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성혁 씨가 (하선녀 역을) 하면 좋겠다'고 작가님께서 얘기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저를 꼬드기기 위해 '남녀 1인 2역은 아니고 카운셀러'라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1인2역'이라고 하더니, 세 번째는 '1인2역인데 남녀배역'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성 배역에 '성혁 씨 스타일로 해주면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죠. 이런 역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걱정반 기대반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그래서 스타일리스트 친구들이 많이 피곤했죠. 제가 '화장 이상하다' '머리 이상하다' 주문을 많이 했죠.
- 보니까 뮤지컬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특히 '헤드윅' 같은 명작 뮤지컬.
발성에 대해 공부는 하고 있어요. 취미가 노래부르기인데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 배우고 있죠. 그래서인지 소리 중에 '진짜 소리'와 '가짜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구별은 가능한 정도죠.
- 차기작은 결정된 게 있나? 스크린 공략에 나서도 좋을 것 같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데 장르물을 해보고 싶어요. 범죄액션이나 사극에 흥미가 갑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 영화는 시간적으로 (활용과 기간 등이 드라마와) 다르잖아요. 올해 찍어 내년에 개봉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예전에 백호민('왔다! 장보리' 연출)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할 때 '성혁 씨는 영화해야하는 배우인데 영화는 좋은 작품을 만나도 개봉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자기랑 '장보리'를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출연하게 됐죠.(웃음) 저는 영화의 경우 크기는 따지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구분을 안 하죠.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2회차든 3회차든 욛심이 납니다.
-끝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지금은 일을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30대는 일하는 걸로.(웃음) 연애라는 게 '안 해야지'라고 안하는 것도 아니고 '해야지'하고 하는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해야지'하면 더 못하는 것 같아요. 결혼은 40대 초반 전에는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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