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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당·궁·영③] 당신은 이미 '맥거핀'에 속았습니다

  • 연예 | 2017-12-20 04:00
영화 '싸이코'를 연출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스스로 맥거핀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는 물건 또는 장치를 뜻한다. /영화 '싸이코' 스틸
영화 '싸이코'를 연출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스스로 맥거핀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는 물건 또는 장치를 뜻한다. /영화 '싸이코' 스틸

'당·궁·영'은 '당신이 궁금했던 영화 용어'를 설명해주는 코너입니다. 평소 기사 또는 영화 관련 글에서 봤던 용어들 중 생소하고 난해한 단어들을 쉽게 풀어서 소개합니다. 영화 관련 용어가 궁금한 독자께서는 메일로 알려주시면 다음 코너 때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권혁기 기자] '맥거핀'(MacGuffin)이란 용어는 영화계에서 처음 쓰였다. 영국 출생의 미국 영화감독으로 스릴러 장르에서 1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알프레드 히치콕(1899년 생~1980년 몰) 감독이 직접 이름을 붙인 용어다.

맥거핀은 스코틀랜드 농담에서 유래됐다. 히치콕 감독은 프랑스 영화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와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맥거핀에 대해 설명했다.

A와 B가 스코틀랜드행 기차를 타고 가다 B가 A에게 묻는다. "선생님 선반에 있는 저것은 뭔가요?"라고 묻자 A는 "그건 맥거핀입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B가 "맥거핀이 뭡니까?"라고 하자 A는 "스코틀랜드의 산악지방에서 사자를 잡는 장치"라고 말한다. 그러자 B가 "그렇지만, 스코틀랜드 산악지방에는 사자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되묻자 A는 "그렇다면 맥거핀이란 아무것도 아니군요"라고 한다.

즉 중요한 물건 또는 장치라고 생각되는 것이 영화 초반에 등장하지만 결국에는 관객이 이에 대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많은 영화에서 맥거핀에 속았다.

◇ 히치콕이 연출한 '싸이코'의 4만 달러

영화 '싸이코' 초반 등장하는 마리온(자넷 리 분)은 이혼남 샘과 결혼하기 위해 자신이 다니던 회사 사장이 은행에 입금하라고 맡긴 돈 4만 달러를 들고 도망친다. 도주하던 첫날, 마리온은 도로변 낡은 '베이츠 모텔'에서 하룻밤을 청하게 되는데, 모텔 뒤편 큰 저택에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는 주인 노만 베이츠(앤소니 퍼킨스 분)는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다. 그러나 샤워를 하던 마리온은 한 노파에 의해 변을 당한다.

이 시퀀스가 바로 수없이 많은 영화에서 패러디되고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샤워신(scene)이다. 마리온이 들고 있던 돈가방과 그녀의 죽음은 관객들에게 각인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돈의 행방은 묘연하며 관객에게 그 돈은 이미 잊혀져 버리는 존재가 된다.

'미션 임파서블3'에서는 주인공 이단 헌트와 오웬 데비언이 '토끼발'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결국 토끼발이 무엇인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스틸
'미션 임파서블3'에서는 주인공 이단 헌트와 오웬 데비언이 '토끼발'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결국 토끼발이 무엇인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스틸

◇ '미션 임파서블3'의 토끼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3편에서는 레빗풋(토끼발)이 등장한다. 최첨단 정보기관 'IMF'의 특수 비밀 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국제 암거래상 오웬 데비언(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에게 인질로 잡혀있는 IMF 요원을 구출하고자 한다.

환상적인 팀워크로 오웬을 생포한 이단 헌트는 오웬 데비언에게 "토끼발은 어딨어?"라고 외친다. 그러나 정작 토끼발이 무엇인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는 전혀 설명이 없다. 이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 팬들은 이후 시리즈에서 언젠가 토끼발이 나올 것이라는 설전을 나누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 역시 맥거핀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논쟁이 필요하다. 절대반지가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파괴돼야 할 주요 목적 의식의 물건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스틸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 역시 맥거핀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논쟁이 필요하다. 절대반지가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파괴돼야 할 주요 목적 의식의 물건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스틸

◇ 맥거핀=낚시용 미끼에 앞서 던지는 떡밥

이밖에도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 '레이더스'의 성궤, '다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성배, '펄프 픽션' 중 두목의 금가방, '스타 트렉'의 제네시스 행성 등이 최고의 맥거핀으로 꼽힌다. 물론 '반지의 제왕'에서는 절대반지가 영화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지만, 몸을 감추는 능력과 사우론이 끼고 휘둘렀을 때 다수의 병력이 날아가는 것 외에는 큰 메리트가 없는 아이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맥거핀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종합하면 맥거핀은 낚시를 하기 위해 사둔 고급 미끼를 끼워 던지기 전에 물고기들을 모이게 만드는 떡밥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맥거핀이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대선 또는 총선 시기에 등장하는 북핵 문제나 NLL 논란 등을, 유권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이슈로 생각하는 경향에서도 맥거핀을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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