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영화 등 작품에서 출중한 연기력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은 한 배우가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에 영화계는 물론 대중 사이에 애도의 물결이, 그리고 침울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죠. 이 가운데 느닷없이 배우 유아인이 논란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유아인은 고 김주혁이 세상을 떠난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애도는 우리의 몫. 부디 RIP"라는 글과 영국 가수 벤자민 클레멘타인의 '콘돌렌스(condolence, 애도)'라는 곡 재생 화면 사진을 게재하며 그를 애도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누리꾼이 유아인의 애도 방식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 '허세를 부린다' 등의 이유를 들며 지적했고, 이는 곧 논란거리로 번졌습니다.
'RIP'이란 '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다)'의 약자로 영어권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애도 메시지죠. 우리말로 하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입니다. 유아인은 도대체 왜 이 메시지로 뭇매를 맞는 걸까요.
1986년 10월 6일생인 유아인은 영화 '깡철이'와 '베테랑' 등 영화 촬영 당시 어깨 부상을 입었습니다. 어깨 부상으로 정형외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골종양을 발견, 병행 치료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죠. 그는 결국 5번째 진행한 신체검사 후 지난 6월 병무청으로부터 '현역 자원 활용불가', 즉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휴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중에게 남자 스타의 군 문제는 대단히 민감하고 큰 문제로 작용하며 평판에 엄중한 잣대가 됩니다. 군 기피를 한 행적이 발각되면 더는 활동을 하기 어려워질 정도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군 기피를 했다는 조금의 의심이 드는 순간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지난 2003년 17세 당시 KBS2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유아인은 2006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우울한 청춘으로 살아가는 종대 캐릭터로 분해 연기력을 인정받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상을 수상, 영화계에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드라마 '최강 칠우' '성균관 스캔들' '패션왕'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밀회' '육룡이 나르샤' 등은 물론, 영화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완득이' '깡철이' '베테랑' '사도' '좋아해줘' 등 다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특유의 매력과 출중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3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제36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최우수 남우주연상, 제7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 등 숱한 수상 이력이 이를 증명합니다. 또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바탕으로 할 말은 거침없이 해내 '개념 배우'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호감을 얻기도 했죠.
이렇듯 작품 안과 밖을 막론하고 대중에게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통쾌함을 선물했던 유아인이었기에 일부 대중에게 그는 병역 면제로 '눈엣가시'가 돼버린 모양입니다. 병역 면제 판정 이후 일부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말그대로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고' 있습니다.
유아인은 1일 인스타그램에 '나의 시대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나는 주장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내가 가질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시대에 나의 소리를 던져왔다"고 운을 뗀 그는 "이 시대에서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로, 유명인으로 살면서 인식과 질서의 경계를 넘어보고 싶었다. 예의와 법과 규범의 경계가 아니라 모든 부정하고 나약한 경계들"이라며 "적어도 내 조카들과 내 다음의 세대는 나보다 덜 갑갑한 세상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이보다는 말이 되는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더불어 "깊은 조의와 축복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의 간극을 비집고 들어와 논란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에게 동조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실체 없는 소음에 눈과 귀를 닫고 부디 모든 사실과 진실과 진심을 바라보며 벼랑 끝의 이 세계를 함께 정화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해당 글을 마치며 그는 "고인에 대한 애도를 뒤덮는 부득이한 논란을 야기한 제 의지와 진심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신을 불태워 연기한 배우 김주혁 님께 이 외침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란다.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Rest In Peace-. 함께 이 시대를, 슬픈 죽음을 애도하자. 사랑한다"고 고인에 대한 애도, 그리고 시대를 향한 외침을 전달했습니다.
'RIP'라는 말에 대한 오해, 혹은 트집으로 불거진 논란을 유아인은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내듯 또 한번 'RIP'라는 말로써 자신의 올곧은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지난달 30일의 'RIP'와 1일의 'RIP'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어 전자에 수많은 비난의 댓글이 달라붙었던 것일까요. 어떠한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문제는, 정확하게, 보는 사람의 비뚤어진 시각에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다양한 집단으로 이뤄져 있죠.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회사, 학교, 모임, 더 나아가 지역사회, 국가. 이 크고 작은 집단이 모여 세계를, 또 세상을 이룹니다. 기기와 통신의 발전으로 세계화가 된 요즘,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개인이 속한 집단의 범위가 대단히 넓어졌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집단 내에는 시기와 질투 다툼 험담 등으로 누군가의 '눈엣가시'로 전락, 마음고생을 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 피해자가 자신이 되지 않기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유명인이라는 존재는 전 세계 온오프라인의 유명인이기에, 바라보는 눈과 말을 건네는 입, 의견을 피력하는 손들이 수도 없이 많아졌습니다. 온라인 세상 속 건강한 비판이 아닌 무분별한 악성 댓글은 현실 소규모 집단 내 '무차별 폭행', 범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유명인도 사람입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이 존귀하듯 무차별적 폭행은 그 누구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눈 속의 '가시'를 뽑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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