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9집으로 돌아온 힙합그룹 에픽하이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가 지난 23일 3년 만의 앨범인 정규 9집 '위브 돈 썸띵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을 발매로 진중하고 고요하게, 그러면서도 화려하게 음악 팬 앞에 돌아왔다.
이번 앨범 더블 타이틀곡 가운데 한 곡인 '연애소설'은 발표 직후 연일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이어가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피처링으로 아이유가 나선 곡이다. '연애소설'은 이별 후 지우고 싶은 기억과 추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곡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별의 감정을 에픽하이 특유의 감성으로 담아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모처에서 <더팩트>와 만난 에픽하이는 음악 팬들의 사랑에 "기대보다 훨씬 커다란 반응이어서 축복받은 기분"이라며 연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앨범 발매 전에 어떤 결과든 연연하지 말고 기대도 하지 말자고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속으로 기대를 했죠(웃음). 그런데 제가 한 기대보다 훨씬 커다란 반응을 보여주셔서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합니다."(투컷)
"앨범이 발매 돼 속이 후련합니다. 긴 시간 작업한 만큼 발매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죠. 사람들이 에픽하이의 존재를 잊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합니다."(미쓰라)
"앨범 이름이 '위브 돈 썸띵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이에요. 유래는 다양하지만, 스티브 잡스 묘비명에서 영감을 받았죠. 그는 '가장 부자인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매일 우리가 놀라운 일을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만족한 삶이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저희는 이번 앨범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한 곡 한 곡 가장 좋은 곡을 만들었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냐고 묻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발표하지 말자고 얘기했죠. 많이 부족하지만,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발매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네요. 음악 팬분들이 좋게 들어주셔서 큰 축복을 받은 기분입니다."(타블로)
이번 앨범에서 에픽하이는 더블 타이틀곡을 내걸었다. 밴드 혁오 보컬 오혁이 피처링한 곡 '빈차'와 앞서 언급한 '연애소설'이다. 앨범 전곡이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 가운데 에픽하이 멤버들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저는 '빈차'예요. 힙합 레이블 하이그라운드에서 일을 하면서 안 해 본 일을 많이 해봤는데요, 뒤늦게 직장생활이라는 게 뭔지 경험하면서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정말 쉬운 일이 절대 아니더라고요. '어떻게 하루하루 견뎌내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존경심이 생겼죠. 그러면서 '빈차' 후반부 '내가 해야 할 일이 벌어야 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라는 가사와 이어졌어요. 30대 중후반에 꿈 얘기를 하는 게 20대 때 꿈 얘기를 하는 것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 '플라이'라는 노래로 사랑받게 됐는데, 그때 노래를 들어보면 밝고 희망차고 신나요. 나를 날아오게 만드는 단어들이 많았죠.
이 나이에 '꿈'이라는 단어를 논하다 보니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꿈을 어디선가 실수로 두고 내렸는데 되찾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공감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이 감정을 공감하실 분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 심정도 많이 담겼어요. 사랑이 아닌 꿈이 주제인 곡을 공감해주실까 했는데, 많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꿈을 갖고 있는 분들, 꿈을 이룬 분들이어도 모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타블로)
"저도 '빈차'에 가장 마음이 가요. 제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사 가운데 '벌어야 할 돈 말도 또 뭐가 있었는데'라는 부분이 있는데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면 밤샘 작업도 하게 되고, 아들을 못 볼 때도 있죠. 아들이 아내에게 '아빠 어디 갔냐'고 물으면 아내가 '회사 갔다'고 대답한대요. 그러면 아들이 '돈 벌러 갔냐. 아빠는 매일 돈만 벌러 간다'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벌어야할 돈 말고 또 뭐가 있었는데' 싶죠. 집에 가니까 중요한 게 또 있더라고요(웃음). 마음이 짠해져요. 그리고 이 곡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저예요(웃음). 앞으로 연기활동도 하고 싶습니다(일동 폭소)."(투컷)
"앨범에 '블리드(BLEED)'라는 곡이 있어요. 가사에 '겨우 가사 한 줄 적는데 며칠 밤을 새워'라는 부분이 있죠. 실제로 점점 가사를 쓰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이제는 헷갈리는 시기가 왔는데, 그 심정을 그대로 가사에 담았습니다."(미쓰라)
지난 2003년 정규 1집 '맵 오브 더 휴먼 소울'을 발표하면서 데뷔한 에픽하이는 무명시절을 겪은 후, 이듬해 발표한 정규 2집 타이틀곡 '평화의 날'로 점차 일반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5년 정규 3집 타이틀곡 '플라이(Fly)'로 곡 제목처럼 날아오르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번 9집까지 달려오면서 음악 외적으로 마음 아픈 일도 있었지만, 정규앨범을 고집하면서 훌륭한 음악성, 대중성 등을 고루지닌 풍성한 곡들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에픽하이다.
"저희가 정규앨범 세대여서 보고 듣고 자랐던 게 학습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정규앨범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싱글 발표는 조금 무서워요(웃음). 한 곡만 발표하면 그 곡이 아주 좋아야 사랑을 받는데, 그걸 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웃음)."(미쓰라)
"정규앨범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안쓰러워하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이제는 디지털 싱글이 보편화 한 시대니까요. 싱글 곡을 빨리 주기적으로 내서 활동해야 돈을 버는데 왜 너희는 정규앨범만을 고집하느냐고 말이죠. 게다가 이번 앨범은 3년 만에 발표를 했잖아요(웃음). 너희도 가족이 있는데 돈을 안 벌겠다는 거냐는 질문도 받았죠. 그런데 정규앨범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어떻게 곡을 발표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창작의 고통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희가 항상 하는 대답이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는 창작의 고통보다는 창작을 안 했을 때 고통이 너무 커서 창작을 꾸준히 하는 거거든요.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잃는 것 같아요."(타블로)
"창작 면에 있어서 점점 더 엄격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즐거운 과정인 것 같아요."(투컷)
에픽하이(Epik High)란 영어 '에픽(epic, 서사의)'과 하이(high, 높은)'을 변형하고 결합한 합성어로, '시에 만취된 상태' 혹은 '서사적인 높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데뷔 14년이 된 에픽하이에게 '하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정의한 '하이'를 향해 잘 정진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에픽'이라는 단어에 '하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정말 높이 비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3집 때 '플라이'를 발표하면서 정말 '하이'를 경험하게 됐죠. 제가 생각했을 때 '하이'라는 단어를 느끼기 위해서는 정말 깊은 '로우'를 경험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하이'가 가진 의미를 짙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에픽하이는 14년 전에 데뷔했을 때부터 쭉 잘 돼 온 그룹이 아니고 쭉 행복했던 그룹도 아니고 쭉 사랑받았던 그룹도 아니에요. 항상 '하이'에서 '로우'로 '로우'에서 더는 '로우'가 없는 상황까지 갔다가 또다시 열심히 한 걸음 올라가려고 노력해왔죠. 이렇게 하다 보니까. '하이'에 대한 감사함이 남달라요. 음원차트 '올킬'에 대해서도 저희는 진짜 '감사하다'라는 마음 말고는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기적인가 싶고, 그런 축복이 따로 있나 싶어요. 그러면서 진실한 감동을 받아요. 이 상황이 믿어지지도 않죠. 특히 이 나이에 가요계에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는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더욱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타블로)
joy822@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