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모성애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한다. 그래서 한국영화에는 모성애를 강조한 작품들이 다수 있다.
영화 '올가미'는 자식에 대한 잘못된 모성애를 다룬 영화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화제를 모은 '미씽: 사라진 여자'도 모성애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공포영화 중에도 모성애는 단골 소재로, 올 여름 개봉된 '장산범'도 모성애 코드가 주요 감정라인으로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모성애 영화이다.
영화 '친구' '챔피언' '똥개' '태풍'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극비수사' 등 남성적인 영화들을 다수 연출한 곽경택(51) 감독이 모성애를 다룬 '희생부활자'(제작 영화사신세계·바른손이앤에이)로 컴백했다. 지난 12일 개봉된 '희생부활자'는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 소설이 죄와 벌을 강조한 작품이라면 '희생부활자'는 모성애와 용서를 강조했다. 영화는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인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를 소재로 한다. 7년 전,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했던 엄마 명숙(김해숙 분)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인 검사 진홍(김래원 분)을 공격하게 된다. 이에 국정원 요원 영태(성동일 분)는 희생부활자 사건을 은폐하려하고 경찰 수현(전혜진 분)은 진홍이 엄마를 죽인 진범이 아니냐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지난 11일 개봉을 앞두고 <더팩트>와 만난 곽경택 감독은 "우리처럼 모성애가 강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곽 감독은 또 "그 말은 자식에게 과도할 수 있는 사랑을 준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에서 보면 불길에도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나오지 않나? 우리나라에 '마마보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엄마가 있는 거 같다. 그 부분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모든 자식들이 부모를 귀찮아하고 나 역시 그렇지만 미안해하면서 반성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곽경택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우선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소감 부탁한다.
결과를 떠나 큰 짐 덩어리를 어깨에서 내려 놓는 기분이죠. 저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완전한 해방감은 아니지만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크랭크업 후 후반작업을 오래 했는데 그 부분에서도 부담감이 느껴지긴 했다.
사실 저도 찍어 놓고 이렇게 오랫동안 후반작업을 하면서 만지고 또 만지고 했던, CG나 편집을 많이 바꾼 적은 없었죠.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어제 저녁에 지인들이 중심으로 보는 VIP시사회에 갔더니 응원을 받아 힘이 나긴 했습니다.
-그동안 곽경택 감독이 보여온 작품들과는 매우 달랐던 것 같다.
솔직하게 중간에 후회도 했고 갈등도 했어요. 돌이켜 생각하면 '극비수사' 편집하고 있을 때 편집실에서 원작을 받았죠. 한 절반까지는 몰입감이 엄청 좋았어요. 훅 넘어갔죠. 그런데 스토리가 제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더군요. 물론 저에게 '이렇게 좋은 세계관을 구축해 놓고 왜 신파로 풀어 내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저는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 꽂혔거든요. 진부한 모성애로 끝내냐는 말도 나왔죠. 저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끌리기도 했고요. 그걸로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보고 상쾌한 감정으로 영화관을 나오길 바랐거든요.
-영화에서 보면 엄마 명숙이 공격하는 칼을 교회 목사님이 성경책으로 막는다. 원작 그대로인가?
원작에 있는 그대로를 썼습니다.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한 의식보다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가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어 종교의 힘을 빌렸을 거라는 생각에 차용했습니다. 여담인데 어제 성동일 선배가 뒷풀이에서 'RV를 가지고 사회 현상으로 풀지 않고 모성으로 풀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좀비 세대가 아니고 '전설의 고향' 세대니까요. 그래서 더 원한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게 사실이죠.
-김민준이 신스틸러로 출연했다. 등장이나 연기, 특히 빨간 팬티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는데.
제가 (김)민준이랑은 몇 작품을 같이 해 함께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은 친구죠. (김)래원이가 캐스팅이 된 후 래원이와 육체적으로 부딪혀도 밀리지 않으면서 인지도가 있는 배우라 느낌이 있을 것 같았어요. 특히 민준이는 '사랑'이란 제 작품에서 악당으로 출연했거든요. 그래서 찾아가 '우정출연이라 생각해달라'고 말했죠.(웃음) 의상도 별로 없었는데 의상팀에서 팬티를 추려 왔더라고요. 그럼 재미있게 빨간 팬티로 가자고 했죠. 영화에서는 잡범인데 아주 잔인한 범죄자로 설정했습니다.
-김민준의 역할이 조선족이라 최근 '청년경찰'과 '범죄도시'가 기시감처럼 다가왔다.
미국에서 본다면 남미 출신이 문제시 되는 것처럼 어느 사회나 다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부(富)를 거머쥐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하는 게 부각이 되는 것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그런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태풍' 때는 까레이스끼의 삶의 궤적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죠. 하지만 사회에 있어 드는 이질감은 조금씩 있는 게 사실이죠.
-영화에서 보면 자살이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부분이 등장한다.
너무나도 안타까운게 자살 사이트라는 게 있고 아까운 생명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모습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어요. 어릴 때 일본 사람들이 우리보다 10배 이상 자살한다고 했는데 어느덧 우리나라가 그렇게 됐더라고요. 물질적인 풍요는 있는데 그걸 채울 정신적 풍요로움이 없는 것 같아요. 그와 동시에 존속 살해나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희생부활자'에 행복한 사람을 하나도 넣고 싶지 않더라고요. 래원이도 고시 합격하고 딱 한 번 웃죠. 감독들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 세상에 살다보니 법, 죄, 용서에 대한 가치를 머리에 넣고 고민하는 게 쉽지가 않죠.
-김해숙은 정말 다양한 얼굴이 있는 배우인 것 같다.
김해숙 선생님이 제일 잘하실 것 같았죠. 배우 중에 자기 이미지가 바뀌는 부분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대한민국 엄마의 모습과 복수의 처단자 등 여러가지 모습도 보여야하고 용서를 구할 때는 한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인간의 심성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니면 안된다고 했죠. 처음에 제가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 '래원이랑 또 엄마에요?'라고 했다면 저도 부담이었을텐데 '좋네요. 이건 이상한 엄마잖아요'라고 해주셔서 감사했죠.
-영화를 보면서 '나도 부모를 귀찮아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모든 자식들이 부모를 귀찮아하죠. 저 역시 그렇고 제 자식 역시 그럴겁니다. 그래도 미안해하고 반성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만약 '내 자식이 어떻게 된다'고 하면 저는 그냥 모든 게 다 끝일 것 같아요. 방법이 없을 것 같죠. 그 감정을 추스를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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