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적극적인 정부 지원 약속
[더팩트|권혁기 기자] 올해로 제22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2014년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초청으로 인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김기춘 전(前)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못하게 전화로 지시했다는 법정 진술이 지난 6월 나온 바 있다. 이는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의미의 '팔길이 원칙'이 무너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문화 산업 육성 정책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대부분 선진국이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부산시의 간섭과 검열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됐고 영화인 단체들은 영화제를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를 계기로 사실상 경질됐고 영화인들의 보이콧은 계속 됐다. 많은 단체들이 보이콧을 풀며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지만 가장 핵심 단체에 가까운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영화산업노조, 한국촬영감독조합은 변함없는 반대입장을 유지 중이다.
김동호 이사장이 나서고 배우 강수연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나서며 영화인들의 화를 풀어주는 듯 했지만 영화제 직원들과 불화 등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를 결정하면서 분위기는 다운됐다.
◇ '영화제는 계속 돼야 한다'
199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와 함께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는 계속 돼야 했다. 여러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국제적인 영화제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전당에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거행됐다. 지난해에는 설상가상 태풍 차바가 부산 일대를 할퀴면서 순탄치 못했다. 올해는 태풍까지는 아니지만 개막식 당일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래도 영화제를 생각하는 영화인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민병훈 감독은 서병수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로 과일 '사과'를 들고 레드카펫에 섰으며 방은진 감독은 '서병수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사과하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기본 방침은 보이콧이나, 조합원들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막지는 않는다. 다만 조합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퍼포먼스나 표명을 조건으로 한다.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의 수는 떨어졌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영화제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 영화제에 힘을 실어주다
이번 영화제의 깜짝 게스트 중 최고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취재진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에게는 철저히 비밀이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진행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시사회에 참석했다. 영화 시작 10분 전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에 모든 관객이 깜짝 놀라 일어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 역사상 첫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이라는 서프라이즈도 서프라이즈이지만 각종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영화인들과 영화제 측에게 힘을 실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에 "우리 국민들, 영화인들 모두 자랑스러운 영화제인데 최근 몇 년간 아주 많이 침체된 게 너무 가슴이 아파 힘내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내려왔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공식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늘 함께 해왔다. 세계 5대 영화제, 아시아 대표 영화제,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영화제 지원을 빌미로 간섭했고 '다이빙벨'을 계기로 영화제 자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국고 지원금이 반토막이 돼 위축됐다"며 "우리 정부에서는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되살리겠다는 생각이다. 초기처럼 정부가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살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영화제는 이제 절반이 지났다. 아직 영화인들의 보이콧이 풀리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가 여전했지만 올해 영화제를 계기로 정부의 지원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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