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예스마담' '정무문' '당산대형' '용쟁호투' '사망유희' '최가박당' '쾌찬차' 등 80년대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였다. 그 중 오우삼 감독이 연출하고 적룡, 주윤발, 장국영, 이자웅이 출연한 '영웅본색'은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웅본색'은 많은 남자들이 바바리 코트에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의리'를 외치게 했다.
배우 김명민(45) 역시 홍콩 느와르 영화에 미쳐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제작 영화사 금월·공동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명민은 "홍콩영화를 보면서 주윤발이 된 것처럼, 장국영이 된 것처럼 바바리 코트에 성냥개비를 입에 문 게 유행일 때가 있었다. 배우로서 느와르 영화에 주인공이 된다면 어떨까 설레인 적이 있다. 박훈정 감독의 러브콜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V.I.P.'에서 북에서 온 기획 귀순자 김광일(이종석 분)을 쫓는 능력 있는 경찰 채이도를 맡았다. 채이도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분)의 비호로 번번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는 연쇄살인범 광일을 끈질기게 뒤쫓는다.
다음은 범인 검거율 최고의 형사 채이도를 연기한 김명민과 나눈 일문일답.
-영화의 잔인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그렇죠. 그래서 청소년관람불가이고 느와르인 것이죠. '악마를 보았다'로 시작한 박훈정 감독인데 오죽할까요?(웃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게 있으니 기대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인데 느와르라는 게 어떤 식으로든 제한을 둘 수는 없죠. 홍콩 느와르와는 좀 다른데, 느와르 안에서 또다른 느와르를 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참신한 소재의 느와르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줄담배를 피우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하루에 대략 3갑은 피운 것 같아요. 사이즈별로 샷을 찍으니까 매번 담배를 피워야 했죠. 한 시간에 한 갑을 피운 적도 있어요. 그동안 끊었다가 '브이아이피' 때문에 다시 피웠죠. 각오가 남달랐던 게 촬영 두 달 전부터 담배를 입에 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인이 박이지 않으면 힘들겠다 싶었죠.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신을 꼽아야 했으니까요. 피우지 않아도 물고 있거나 불을 붙이는 장면도 있었죠.
-극 중 채이도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현실과의 괴리감은 누구나 있죠. 사실 이 영화는 바통을 주고 받는 계주와 같은 작품이잖아요? 출연진 넷(김명민 장동건 박희순 이종석)이 한꺼번에 만나지는 못했어도 채이도는 다른 사람들을 조금씩 만나죠. 전체적인 흐름에서 본다면 각 배우들이 해야할 분량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어요. 그렇기에 캐릭터에 욕심을 내면 안 됐죠. 저도 맡은 바 임무(?)만 정확하게 하자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나리오였던 거죠.
-사실 같이 근무하고 싶지 않은 상사였다.
(웃음)날 것의 거친 느낌이 있었을까요?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움직이는 '자뻑'이 있는 인물인데, 범인을 잡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인물이죠. '내가 왜 저런 놈 하나 못잡나?'라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에서 절망하는 이도를 연기하는 게 좀 힘들었죠. 에고이스트인데 남을 좀 깔보는 인물이죠.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음, 기억에 남는 장면은 '경찰 아저씨를 그렇게 그윽하게 처다보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 부분인데 애드리브가 별로 없었어요. 거의 다 대본 그대로였습니다. 애드리브라고는 욕밖에 없었죠. 접속사처럼 욕은 연결로 해줘야 맛이니까요.(웃음)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호흡이 어땠나?
솔직히 배우들에 대해 말하자면 칭찬밖에 없어요. 홍보하는 입장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박)희순이 형은 학교 다닐 때부터 인품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죠. 너무 착한 분이라 맡은 역할들을 보면 상상이 잘 가질 않아요. 그래서 꼭 한 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죠. 형은 법 없이도 살 사람입니다.(웃음) (장)동건이는 저랑 동갑인데 사실 이 친구는 '탑 오브 탑'이었잖아요. 인간이 아닌 느낌?(웃음) 범접할 수 없는 조각품같은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사실 제가 단역으로 같이 연기한 적이 있어요. 몰랐을텐데, 그 때 기억이 있어서인지 상견례를 하는데 떨리는 게 있더라고요. 실제로 만나보면 소탈하고 젠틀하죠. 나이를 먹는 것도 있겠지만 아우라는 여전하더라고요. 애 아빠이고 저랑 나눌 수 있는 공감대가 있었죠. 연륜에서 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오대환과 이종석은 어땠나?
오대환은 정말 잘하죠. 살갑고 귀엽고 찰진 친구입니다. 출연 배우들이 다들 대립각을 세우는데 유일하게 케미가 있다면 형사들이죠. (오)대환이 뿐만 아니라 형사 10명이 모두 현장에서 진짜 부하 직원과 상사처럼 연기를 하니까 애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현장에서도 형사팀, 국정원팀이 나뉘면 '저 멀대 같은 놈들은 뭐냐? 쟤네 장례식장 갔다 왔냐?'라고 '야지'(야유하다)를 주곤 했어요. NG내면 '똑바로 안 해?'라고 했죠.(웃음) 형사팀은 NG가 별로 없었습니다. 감독님이 보는 눈이 다르신 게 이종석의 캐스팅은 역발상인 것 같았어요. 보통 살인마의 이미지와 역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흔하게 살인마처럼 생긴 애가 브이아이피면 이상하지만 이종석이 연기하니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죠. 최적의 캐스팅이었다고 봅니다. 그런 살인마를 본 적이 없어요. 최고의 살인마였죠.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도 일품이었고 힘도 좋더라고요. 운동도 많이 한 것 같고 공부도 많이 해왔더라고요. 완벽했죠.
-'브이아이피'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느와르 장르의 한계점을 벗어난 작품이랄까요? 느와르라고 알고 있던 장르를 깨뜨린 이 것 역시 느와르다. 시나리오를 잘 쓰시니까 자유자재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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