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어른들이 화투 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화투를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다." 지난해 가수 조영남의 부산 벡스코 쎄시봉 콘서트는 이른바 '그림대작 사건'이 불거진 직후여서 특별한 이목을 끌었다. 무대에 선 그는 "의사가 처방한 독한 수면제를 먹고 나왔다"고 말해 당시 자신이 처한 절박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콘서트 피날레 곡으로 그는 '모란동백'을 부르면서 "이 노래는 농담처럼 제가 죽었을 때 부르려고 했는데, (이 순간) 진짜로 부를 때가 된 것 같다. 저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하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조영남 역시 노래를 부르는 중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고 한 관객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대작 화가 송모 씨의 폭로로 조영남은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수난을 겪었다. 여론재판만으로 그는 이미 '거짓 화가'처럼 매도됐고, 죄의 유무를 떠나 50년 가수 인생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오래전 약속돼 있던 쎄시봉 멤버들과의 만남조차 포기할까 고심할 만큼 당시 그가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 독특한 자기 세계 '자유로운 영혼의 삶' 추구 호불호 극명
조영남은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연예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가수로 뚜렷한 음악적 발자취나 성취 못지 않게, 보기에 따라서는 '괴짜'나 '4차원'을 추구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는 자유분방함이다. 쎄시봉 시절 인연을 맺은 윤여정과 결혼하지만, 이혼 이후 끝없는 여성편력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대중스타로서 조영남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그의 평소 스타일과 행태 때문인데, 이미지가 생명인 대중스타로서는 양날의 검이라는 위태로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신고산 타령'을 '와우 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에' 로 개사해 불렀다가 강제 입대한 전력이 있지만, 친일 발언 등 각종 설화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10여년 전 방영된 MBC의 다큐멘터리 '거울속의 한일'을 비롯해 조선일보 인터뷰, 그리고 '일본이 한 수 위이다'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독도 및 야스쿠니 신사 관련 일본 산케이 신문 인터뷰 등이 잇달아 논란을 야기했다. 공개사과로 마무리 됐지만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소신발언도 문제가 됐다.
◆ 조영남 재판, 예술인으로서 자존심 넘은 '사활 걸린 한 판'
그럼에도 조영남이 가수로, 방송인으로, 예술인으로 탄탄하게 입지를 다진 데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몰입과 열정이다. 또 이미지 관리를 위해 꾸미거나 위장하지 않는다. 대중은 그를 보며 '스타일은 맘에 들지 않지만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부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의 콘서트가 늘 호황을 이룬 건 그만큼 마니아층이 많다는 반증이다.
1년 이상 끌어온 조영남의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이 최근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은 미술품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조영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아직 재판부 선고기일(10월18일)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조수를 두고 그림을 그린 행위가 '사기'인지, '관행'에 의한 예술활동인지는 여전히 예단할 수 없는 논쟁거리다.
당초 춘천에서 시작된 이 재판은 서울로 옮겨졌고, 올초 재판부가 바뀌면서 이례적으로 심리를 다시 시작한 사건이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데다 선례가 없어 법조계에서조차 1심만으로 마무리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조영남에겐 대중가수나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넘어 말 그대로 사활이 걸린 한 판이 될 수밖에 없다. '사기'와 '예술', 과연 법의 판단은 어느쪽으로 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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