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일까, 대주주일까. 당연히 시청자가 주인이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물론이고 민간방송인 SBS 조차도 '주인의 권리'는 마땅히 시청자다. 최근 '혓바닥 메롱 사태'로 망신살이 뻗친 MBC 한 지방 방송사 사장의 '방송사 주인은 시청자가 아닌 대주주'란 발언은 그래서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국민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없듯이 시청자 없는 방송은 애초 존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라도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렇게 대통령이 탄핵되고 아주 중요한 범죄의 피의자로 소환이 돼서 구속되니 마니 하는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중략) 공영방송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중립성도 유지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5월 장미대선'이 끝나자마자 방송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선 TV토론에서 "MBC 해직기자들이 피케팅 하는 앞을 지나 (토론하러)들어오면서 정말 참 미안한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에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문대통령의 후보시절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KBS,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구성원들간 희비 '향후 인사여부 촉각'
사실 정권교체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바로 방송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파의 위력은 더 투명한 감시가 필요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영방송의 경우는 특성상(지배구조) 정치권 바람을 타지 않을 수 없다. 이중 KBS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구성원들의 희비가 가장 크게 엇갈리는 곳이다. 대통령 탄핵이 본격화된 지난해말부터 일찌감치 대선 이후 인사여부를 두고 뒤숭숭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KBS의 한 중견 PD는 "정권 교체기 때마다 반복되는 눈치보기와 줄대기는 구성원들이 느끼는 자괴감을 넘어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대 방송조직의 일원으로서 좋든 싫든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환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국가 기간방송의 독립성은 커녕 윗선부터 중간 간부들까지 정치권에 온통 촉각을 세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 공영방송, 어떤 세력 집권하더라도 견제와 감시자 기능 작동해야
공영방송의 색깔은 수장이 누구냐로 사실상 귀결된다. 하지만 이 또한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여소야대의 국면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면 숱한 난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에 임명된 KBS 고대영 사장 임기는 3년 중 1년 6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역시 3년 임기가 보장된 김장겸 MBC 사장은 올해 2월 임명됐다. 헤게모니 다툼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S 고대영 사장의 경우 2014년 방송법 개정 이후 사상 처음으로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그러나 당시 사장 선임과 관련해 여당 측 반대로 증인 및 참고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로 이뤄져 출범 전부터 논란을 키웠다. 강동순 전 KBS 감사의 제보로 보도된 '청와대가 전 KBS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자 선임에 관여했다'는 청와대 개입설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국민의 80%가 '잘 할 것으로 믿는다'는 조사결과가 아니라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과감한 결단의 행보에 이미 박수를 보내고 있다. 국민들은 '김대중-노무현의 10년'과 '이명박-박근혜의 10년'을 잇달아 경험하며 충분히 지켜봤다. 반면교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흔들림'을 이번에는 끝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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