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KBS2 간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구탱이 형'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친근함으로 다가온 배우 김주혁(45)이 악역 연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공조'가 있지만 촬영 시기로 따지자면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김휘·제작 영화사 다)이 첫 악역 작품이다.
김주혁은 9일 개봉된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 역을 맡았다. 부와 명예, 명석한 두뇌까지 모든 것을 갖춘 남도진은 4개 국어와 능숙한 피아노 실력까지 겸비한 재력가였다. 그러나 출신과 배경이 분명치 않고 베일에 싸여있던 남도진은 자신의 운전수 최승만(고수 분)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는 사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잘린 손가락만 있을 뿐 시체 없는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사건을 무마하려는 변호사 윤영환(문성근 분),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송태석(박성웅 분)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다.
선선한 바람이 불던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김주혁과 인터뷰를 했다. 김주혁은 첫 악역에 대해 "즐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원작이 있다보니 시나리오 자체는 탄탄했어요. 불안감은 조금 '올드'하지 않을까라는 부분이었죠. 작품 자체가 옛날 작품이었으니까요.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저한테 이런 작품이 들어오질 않았거든요. '비밀은 없다'와는 다른 결이었죠.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런 역할을 많이 찾고 있었는데 작품의 구조가 좋아 하게 됐죠."
다음은 악역도 잘 어울리는 김주혁과 나눈 일문일답.
-원작이 서스펜스의 거장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이 원작인데 혹시 읽어 봤나?
읽지 않았습니다. 읽으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원작에서 이 부분이 빠졌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원작을 본 사람들의 상상력만큼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죠. 아마 원작이 있는 독자들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원작 '이와 손톱'은 1955년 발표됐으며 국내에는 2008년 번역본이 출간됐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배우 김주혁만의 캐릭터 설정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전사(全史)를 만들고자, 고아에 극장 주위를 맴도는 구두닦이로 설정했죠. 극장주 마음에 들어 표를 팔다가 서빙도 했을거고, 외국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어느 정도 4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굉장히 비상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비상함이 잘 못 풀린 거죠. 가난 때문에 부를 챙겨야한다는 욕망이 컸고, 성향 자체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자신의 거짓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로 인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는 남도진에 대해 모든 것이 비밀이라고만 돼 있었죠.
-피아노 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웠죠. 피아노 치는 장면은 사실 없어도 되는 부분인데 억울한 게 저는 계속 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CD를 틀어 놓은 것 같다고 했거든요. '석조저택 살인사건' 전에는 전혀 치지 못했는데 작품을 위해 전자 피아노를 샀어요. 교습을 받으러 갈 수 없으니 손에 익힐려고 한 곡만 쭉 연습했죠. 피아노를 쳤을 때 그 음이 나온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고수와는 첫 호흡이었는데 어땠나?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찍으면서 불편함은 없었어요. 워낙 연기할 때 진지하게 임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말이 별로 없는, 오래 만나야하는 스타일이랄까요? 다음 작품에서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저도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거든요.
-문성근하고도 처음이지 않았나?
내용을 떠나서 선생님들이나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죠. 그 분들은 연기하는 깊이가 다르거든요. 그 눈빛을 보면서, 상대의 연기를 받으면서 저도 연기할 때 작은 것도 크게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선생님들과 연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신인 연기자랑 연기 할 때가 좋을 때도 있어요.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거든요. '맞아. 저런 걸 잊고 살았구나'라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죠. 연기를 하다보니 좀 안다고 겉멋 부릴 때가 가장 위험하거든요. 연기란 비울수록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이제야 비워야 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거죠.
-이제는 현장에 가면 제일 고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 이상이지 않나?
저는 솔직히 아직 30대 같아요. 기분이.(웃음) 아직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죠. 현장에 가도 장난 치기 바쁘지, 현장을 이끌지는 못합니다. 스태프들 역시 아직 저를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웃음) 말 붙이기 어려워지면 현장에서 외로워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꼰대 같은 짓은 하지 않으려고요.
-그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매일 운동하죠. 중독 같아요. 사실 마흔이 넘어가면 면역 체계가 떨어지는 것 같거든요. 체력적으로 좀 지치는 경향도 있고요.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40대가 되니까 알겠더라고요. 30대 때는 잘 몰랐죠.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볼 예비 관객들에게 매력 포인트를 하나 꼽아 준다면?
추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은, 잘 만든 작품이니 기대를 가져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웃음) 아, 원래 이런 멘트 잘 못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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