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Re(플) : 배우들이 울 때 같이 울었다(수둥이)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시상식, 단어만으로도 화려한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강렬한 레드카펫, 한껏 예쁘고 멋있게 꾸민 스타들,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까지 시상식은 평소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계에서조차도 특별하게 여기는 이벤트죠.
대중적 사랑을 받은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작품을 빛낸 스타들은 시상식에서 한 데 모여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지난 노력을 인정받습니다. 한마디로 노고를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인데요.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은 시상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명품 무대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은 여느 때보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기를 모은 작품들도 많았고 붐을 일으킨 스타들도 대거 탄생한 시즌이어서 각 수상 후보자들만 모아 놓아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죠.
그런데 여러 시상자와 수상자들을 모니터링하며 기사를 작성할 때 문득 고개를 들게 만드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서영은의 '꿈을 꾼다' 음악이 깔리면서 시작된 1부 마지막 축하공연이었죠. 크게 유창하지 않은 목소리로 익숙한 듯 조금 생소한 얼굴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한 사람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의 뒤 스크린에는 숫자가 붙은 배역과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아가씨' 독회손님3 한창현, '도깨비' 스태프1 최나무, '또 오해영' 피자배달원 김주영, '아가씨' 정신병원 간호사2 박신혜, '럭키' 여고생1 김정연을 비롯, 금광산 김단비 김득겸 김민지 김비비 김영희 김유정 김태우 김현정 박병철 박종범 배영해 백인권 송하율 이윤희 이재은 이주원 이진권 임수연 전영 조미녀 차수미 하민 한성수 핲기 홍대영 홍성호 황재필 등 33인의 조연배우였습니다.
일렬로 선 그들의 눈앞에는 쟁쟁한 스타들과 방청객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인기 작품에 출연했지만 '어디서 봤더라?'는 물음표를 자아내는 그들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화면에 띄우고 큰 무대 앞에 선 광경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꿈을 꾼다'고 읊조리는 노랫말 한 마디에 긴장과 설렘, 그리고 소중한 열망이 뭉클하게 전달됐습니다.
유해진의 눈가엔 조연배우들의 등장부터 눈물이 고였습니다. 서현진은 손으로 연신 눈물을 찍어냈고 무대 중간 카메라에 잡힌 김혜수 김고은 천우희 등 배우들도 먹먹하고 감동적인 표정으로 축하공연을 감상했습니다. 무명시절을 길게 겪은 그들의 눈물은 보는 이들을 더욱 울컥하게 했습니다.
이후 2부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1부 축하공연을 다시 언급하며 자신의 위치에 감사해 하고 벅찬 소감을 남기며 여운을 곱씹었습니다. 그들도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연예인으로서 트로피를 거머쥐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겪었기 때문이죠.
누리꾼도 "유해진ㅠㅠㅠ 때문에 더 슬픔(농담)" "정말 영화를 빛내주시는 분들은 이분들이 아닐까요(흥순)" "지금 정상에 있는 배우분들도 저런 무명시절을 알기에 더 공감해서 저렇게 같이 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OMG)" "아마 앉아 있던 배우분들은 더욱 공감하셨을 것 같아요(ehdd****)" "배우들이 울 때 같이 울었다(수둥이)" "저도 진짜 행복한 꿈을 꿔봅니다(jhr7****)" 등 댓글을 남기며 감동을 나눴습니다.
'꿈을 꾼다'는 아름답고 행복한 말이 막연하고 불안하게 해석되는 요즘, 오히려 감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꿈을 꾼다는 게 정말 꿈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죠. 그래도 꿈을 꾼다고 외치는 조연배우들의 축하공연은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이날 축하공연에 오르지 않았지만 또 어딘가에서 지금도 작품을 빛내기 위해 그림자처럼 땀 흘리는 '진짜 주인공'들을 새삼 기억하는 기회가 됐고, 이런 특별한 축하공연을 통해 시상식의 품격과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에도 깊은 공감대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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